대학내일

[축제대신 3일] 1. 축제 대신 인류 통찰

딱 3일 만에 인류를 통찰하기 위한 3가지 노하우

“우리 종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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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가슴이 두근대지 않는가. 유발 하라리의 걸작『사피엔스』의 첫 문장이다. 곱씹을수록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리 종의 역사를 이해하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다.


“도대체 왜 저런 후보를 찍는 거야?” 인류 역사를 알게 되면 주변 인류의 불합리한 행태가 저절로 해석된다.

「대학내일」 독자들은 유달리 지적 수준이 높은 걸로 알고 있다. 축제 술 파티보다 인류 통찰에 관심이 클 터. 에디터가 3일 동안 짱박혀 터득한 3가지 노하우를 전한다.


step 1

읽을 만한 책을 고르자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인류 전체의 역사(빅 히스토리)를 다루는 책은 지루하기 마련이다. 다뤄야 할 정보가 너무 방대하다. 흥미로운 주인공도 없다. 유비, 관우, 장비가 도원결의를 맺지도 않고, 사자왕 리처드가 장검을 휘두르지도 않는다. 빅 히스토리의 주인공은 밋밋하 게 달랑 ‘인류’.  

때문에 읽는 재미라도 있어야 인류 통찰 과정이 덜 고통스럽다. 빅히 스토리 장르의 양대 산맥 『총 균 쇠』와 『사피엔스』를 둘 다 읽었다. 경험자로서 둘 다 읽길 권하지만 그 중 잘 읽히는 걸 추천하자면 『사피엔스』다.   유발 하라리는 무슨 소재든 맛깔나게 쓴다. 인간 언어가 동물 언어보다 유연하다는 점을 설명하며 “녹색원숭이는 동료들 에게 ‘조심해! 사자야!’라고 외칠 수 있지만, 현대 여성은 친구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오늘 아침 강이 굽어지는 부근에서 한 무리의 들소를 쫓는 사자 한 마리를 보았어.’” 연예 썰이라도 유난히 재밌게 풀어내는 친구가 있지 않은가? 유발 하라리가 그렇다.

step 2

통찰에 최적인 장소를 찾자

정독도서관 어문학 족보실


장소도 중요하다. 집에 있으면 예능 보고, 페이스북 힐끗거리다가 시간 다 간다. 『사피엔스』는 시간 날 때 조금씩 읽는 책이 아 니다. 책 한 줄 한 줄 집중해야 역사를 보 는 관점이 분명히 선다. 하루에 대략 5시간 정도 투자가 필요. 고르고 고른 장소는 ‘정독도서관 2층 어문학 족보실’이다. 기준은 3가지였다.  

① 적당한 조용 : 시끄러워도 안 되지만 너무 적막해도 불안하다. 어문학 족보실은 서가라서 약간의 소음이 있다. 직원들이 작게 잡담하는 것도 마음에 든다.  
② 커다란 창 : 정독도서관 열람실은 너무 밀폐된 느낌이었다. 반면 어문학 족보실엔 하늘이 보이는 커다란 창이 있다. 가끔 하늘을 보며 생각을 정리하면 굳.  
③ 산책 코스 : 몸이 찌뿌듯할 때 정독도서관 앞 넓은 정원 거닐며 몸풀기 좋다. 에디터는 매일 1시간 정도 정원 벤치에서 책을 읽었다.  

# 인류통찰 핫플레이스: 도서관 정문 앞 ‘스트릿 츄러스’에서 츄러스와 커피를 마시자. 설탕, 밀, 커피. 농업혁명이 우리에게 선사한 즐거움을 실시간으로 체감할 수 있다.

step 3

하루 치씩 목표를 짜자

첫날은 인지혁명, 둘째 날은 농업혁명


당신 두뇌는 5만 년 전 고대인 두뇌와 똑같다. 뇌 용량에 한계가 있다. 『사피엔스』는 인 류 역사를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 3단계로 소개한다. 인지혁명은 초기 인류가 실재하지 않는 걸 믿게 된 과정이다. 누가 5만원 짜리 지폐를 주면 흐뭇하지 않은가? 그게 인지혁명 덕이다. 시바견에게 5만원 지폐는 그저 종이 쪼가리일 뿐이다.   하지만 돈의 가치를 믿는 사피엔스는 지폐 한 장이 스테이크 한 덩이+파스타 한 접시+오렌지 에이드 한 잔을 합친 것만큼 가치를 지닌다는 걸 믿는다. ‘대한민국’이란 국가도 상상이고, 선거고 법이고 다 상상이다. 우리가 그걸 실재한다고 믿어야 가능해지는 존재다.  

인류가 곡식을 심은 게 농업혁명이다. 떨어진 걸 주워 먹던 수렵채집 인류는 농업 혁명을 통해 음식을 쌓아두기 시작한다. 재산은 늘어가지만 작물의 노예가 된다.   하나의 혁명마다 한 챕터씩 나뉘니 독자들 께선 첫날은 인지혁명, 다음 날은 농업혁명, 마지막 날은 과학혁명 순으로 읽으면 되겠다. 중간에 있는 ‘인류의 통합’ 섹션은 분량 상 농업혁명과 함께 읽는 게 좋겠다.

인류잼 3선  안 읽으면 에렉투스. 읽으면 사피엔스. 직립보행으론 만족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권하는 인류잼 도서 3선  
 

총 균 쇠 난이도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 

출판사 문학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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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돌이가 뭐가 해롭냐! 세상을 해롭게 할 능력도 없는 게 문돌이다!” 문과 출신 지인이 SNS에 올린 글이다. 4차산업 사회의 기생충쯤으로 무시당하는 건 억울하지만, 우리 문과도 업그레이드할 부분이 있다.   생물지리학 교수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쓴 『총 균 쇠』는 인류 역사에 끼친 자연환경의 영향을 촘촘히 풀어낸다. 역사에 대한 과학적 백그라운드가 제대로 깔린다.  
 

생각의 역사 난이도

저자 피터 왓슨 

출판사 들녁


1권 1240페이지, 2권은 1328페이지. 때리면 크게 다칠 것이요, 읽다간 내가 죽을지 모른다. 장강명 작가 추천만 없었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텐데. 장강명 작가는『생각의 역사』를 읽으면 ‘머릿속에 튼튼한 서가가 설치’된다고 했다. 알던 지식, 알아갈 정보가 한 줄로 꿰어진다는 의미일 테다. “민주주의? 인류는 2400년 전…….” 오체투지의 마음으로 읽어내 봅시다.  

 

사피엔스 난이도 하 

저자 유발 하라리 

출판사 김영사


죽은 동물 골수나 파먹던 호모 사피엔스가 인지혁명(말이 많아졌어), 농업혁명(씨 뿌리게 됐어), 과학혁명(지구가 돌고 있어)을 거쳐 지구의 짱이 되는 과정을 물 흐르듯 알려준다. 표현이 찰지며 도발적 주장도 서슴없다. ‘농업혁명은 사기극’ ‘호모 사피엔스는 중남미 후진국의 독재자’.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반성이 든다. “사피엔스가 잘못했네.”


Photographer 김준용   
#총균쇠#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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