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축제대신 3일] 2. 축제 대신 타로 마스터

야매타로로 점치기
이제 낯익은 얼굴보다 낯선 얼굴이 더 많은 주점, 저번에도 저저번에도 했던 그 행사. 이번엔 과감히 축제 포기를 결심! 그렇다면 이 3일 동안 뭘 해야 잘했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하다가 ‘노답’인 내 인생을 점쳐보기로 했다. 그래서 배웠다. 타로!

step 1
엉망진창은 내 인생의 진리 
    
아무리 생각해도 불운을 사람으로 표현하면 99.9%의 확률로 내가 될 것 같다. 서울에 온 지 1년이 되어가는데, 아직도 혼자인 거 실화냐? 오죽하면 아빠가 “요즘 아(애)들은 썸남인가 그런 것도 있다던데 니는 없나?”라고 할 지경.   아버지, 팩트폭력을 멈춰주세요…. 이쯤되니 나도 내 미래가 궁금하다. 그런 내 눈에 들어온 타로. 배우기 쉽고, 적중률도 높단다. 게다가 내 운을 점치는 것도 가능하다는데, 그래! 바로 이거다.

step 2
타로 보러 갔다가 혼만 나고 오지요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무작정 타로 가게로 직행했다. 바깥에 잔뜩 붙은 방송 출연의 흔적은 불안한 내 마음을 달래주었다. 뭐가 궁금하냐는 타로 마스터의 말에, 머릿속에는 연애운, 취업운 등이 떠오르지만, 하나 더 볼 때마다 5000원씩 추가란다. 순간의 정적. 가벼운 내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서 연애운만 보기로 하자.  

카드 몇 장 뽑자마자, “남자가 왜 이렇게 드문드문 와?”라고 혼났다. 그러게요. 제가 그걸 알면 여기 안 왔을 텐데. 5분도 되지 않는 짧은 설명이 끝나고, 나는 자꾸만 진짜 끝이냐고 물었지만 돌아온 건 단호한 대답뿐. 돈을 주기 싫어진 적, 처음이다. 문득 기성용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답답하면 니들이 뛰던지.” 이야~ 이 정도면 나도 타로 하겠다. 어?

step 3
인강보다는 현강 
    
5분 만에 끝난 내 미래, 이렇게 허무할 수 없다. 직접 배우기로 했다. ‘타로의 핵심은 뭔가 있어 보이는 카드지!’라는 생각에 타로를 구매했다. 다른 건 필요 없어요. 유튜브 무료 인강이 있거든요! 훗.  

자신만만하며 인강을 켰는데, 카드 1개당 강의 시간이 5분! 카드는 78장인데? 하하. 결국, 인강은 포기. 그래, 나에게 필요한 건 직접 가르쳐줄 선생님이다. 누가 있을까 고민하던 중, 한때 ‘야매 타로’로 꽤 이름을 날렸던 오빠가 떠올랐다. 그래 그분이라면!  

무작정 오빠를 만나 카드 셔플부터 배웠다. 그런데 뭔가 어색하다. 카드가 멋있게 펼쳐지지 않는다. 어색하게 웃으며 미처 다 못 핀 카드를 마저 펴는 스승님…. 나도 따라 한 번 슥 펼쳤는데, 어라? 내가 더 잘 폈다. 동공 지진 하는 그의 눈동자. “잘, 잘 펼치네요?” 시작부터 불안하다.  

강습은 “우리는 야매 타로이기 때문에, 반드시 사람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야매스러운지 한껏 강조시킬 것”으로 시작했다. 음? 뭔가 차분하게 잘못되고 있는 느낌.  

“열심히 상대방을 관찰하고 다양한 어휘를 사용해라”라는 진지한 조언은 덤. 다양한 어휘를 사용하면 단어의 미묘한 의미 차이 때문에 설득력이 높아진다는데, 취지와 달라지는 기분이지만 뭔가 그럴싸하다.  

2시간의 강연 후, 스승님은 나에게 “야매타로 1급자격증 줄게요”라며 카드를 선사하셨다. 역시, 현강 최고.

step 4
이제부터 시작이에요, 고객님

 
스승님의 말을 가슴속에 새기며,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78개의 카드 중 22개의 메이저 카드는 전체적인 해석을 하고, 56개 마이너 카드는 구체적인 해석을 돕는단다.  

처음에는 78개를 다 외우겠다고 패기롭게 다짐했는데, 불가능해 보인다. 메이저 카드만 외우기로 결심. 야매 타로인데 뭘 더 바라, 하고 스스로 다독이면서. 타로는 공부할수록 쉽지 않았다.  

정말 고3 때 영어 단어 외우는 것 같고 좋네…. 해설집을 들고 다니며 카드의 뜻을 달달 외우고 집에서는 혼자 해석하는 시뮬레이션도 했다. 혼자 하면 괜찮은 것 같은데, 막상 사람들에게 해주려니 자신이 없다. 버벅거리면 어떡하지? 이런 내 속도 모르고, 친구는 “내일 타로 봐주기로 한 거 알지? 기대할게^^” 라는 카톡을 보내온다.

step 5
음, 그러니까, 이게 뭐냐면… 
    
카페에서 만난 친구. 앉자마자 “타로도 못 믿고 너도 못 믿어.” 불신력 100%를 자랑한다. 다행이다. 망쳐도 괜찮겠다. 하지만 정작 친구가 뽑은 3장의 카드를 뒤집는 내 손은 덜덜 떨리고 있다. 아, 그런데 카드 한 장의 뜻이 생각 안 난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뭐다? “아~ 이 카드 이게 나왔네, 대박이네! 대박”하며 시간 끌기 작전 시도!  

그러나 “장난치지 말고 빨리해라”라는 칼 같은 친구의 말. Fail. 결국, 기억을 더듬으며 아무 말 대잔치 해석을 선보였다. “예전에잠깐잠깐의 사랑이 왔긴 왔어. 그런데 다 어긋난 거야, 이 카드 보면 엄청 뭐가 많잖아? 이게 다~ 너를 스쳐 지나간 사람이란 거지!” 어? 그런데 친구가 “야! 소름 어떻게 알았음?”이란다. 뭐지 이 상황.  

타로점이 끝나고, 불신 100%였던 친구는 “감사합니다. 용왕님”이라고 날 추켜세운다. 한껏 자신감이 오른 나는 연이어 주변 사람들 타로를 봐줬지만, 세 번째 친구의 “솔직히 말해라. 니 지금 그냥 아무 말하고 있는 거 맞제?”라는 혹독한 평가를 듣고 막을 내렸다.

step 6
내 미래는 내가 점친다 
    
친구들에게 타로점을 봐주는 건 막을 내렸지만, 진짜가 남았다. 5000원을 홀랑 날리고 미래도 못 본 나를 위한 타로! 혼자 우주의 기운을 담아 나의 연애운을 점칠 타로를 뽑았다. 과거는 ‘힘’, 현재는 ‘죽음’, 미래는 ‘달’이 나왔긴 나왔는데, 전부 역방향이다. 뭐야 무서워….  

하지만 죽음과 달 카드는 역방향일 때 긍정을 뜻한다. 자신감 없는 모습으로 사랑을 관철하지 못했다면, 현재와 미래의 카드에는 그 불안을 극복할 태양이 조금씩 보인다. 즉 새로운 사랑을 하게 될 ‘찬스’가 온다는데. 오오~ 이건 정확해. 미래의 내 모습은 ‘법황’. 일을 맡아 이끌어 나가고, 신뢰 받는 사람이 될 거란다. ‘일을 맡았다’는 건 취업은 했을 거란 뜻이겠지? 기분 좋게 받아들이기로 한다.  

타로의 유효기간은 6개월이라는데 이 정도면 창창하다. 그럼 6개월 뒤에 또 보기로 하자. 그리고 그때까지 미처 못 배운 마이너 카드까지 배워서 장사나 해볼까? 생각했는데, 나 설마 취뽀해서 타로 마스터가 되는 건 아닐까?
#타로#야매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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