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당신의 잠은 안녕하십니까?
전날 5시간을 잤다면 다음날은 11시간을 자야...
지난 5월 21일, ‘꿀잠경연대회’가 열렸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잠을 갈구하는지 알 수 있는 뉴스다. 우리는 잠도 부족하지만, 잠에 대한 지식도 부족하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의 밀린 잠만 큼이나 산적해 있는 잠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볼까 한다. 자~ 그럼, 졸지 말고 집중!
한때 올빼미족들이 기죽어 지내던 시절이 있었다. 바로 ‘아침형 인간’ 열풍 탓이다. 2000년대 초반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곧 성공이라는 공식으로 무장한 각종 책들이 서점가를 점령한 시절이었다.
하지만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저녁형 생활 패턴을 아침형으로 바꾸기 쉽지 않다는 사실을. 다행히도 많은 연구를 통해 ‘아침형 인간=성공’이라는 얼토당토않은 공식은 거짓으로 밝혀졌고, 지금은 이를 믿는 사람도 드물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잘 맞는 시간에 활동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저녁형 인간이 새벽에 일어나 공부를 하는 건 정말 고역이다). 그렇다면, 저녁형과 아침형의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 선천적으로(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환경에 따라 변하는 것일까? 그리고 절대 그 유형을 바꿀 수는 없는 걸까?
하지만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저녁형 생활 패턴을 아침형으로 바꾸기 쉽지 않다는 사실을. 다행히도 많은 연구를 통해 ‘아침형 인간=성공’이라는 얼토당토않은 공식은 거짓으로 밝혀졌고, 지금은 이를 믿는 사람도 드물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잘 맞는 시간에 활동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저녁형 인간이 새벽에 일어나 공부를 하는 건 정말 고역이다). 그렇다면, 저녁형과 아침형의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 선천적으로(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환경에 따라 변하는 것일까? 그리고 절대 그 유형을 바꿀 수는 없는 걸까?

아침형 인간, 저녁형 인간! 유전일까? 환경일까?
먼저, 수면 유형은 유전적으로 타고난다. 2003년, 영국 서레이 대학의 사이먼 교수는 수면 유형을 결정하는 유전자 ‘PER3’를 발견했다. ‘PER3’ 유전자의 길이가 짧으면 저녁형, 길면 아침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이먼 교수가 4년 뒤에 발표한 다른 논문을 보면 꼭 유전적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이먼 교수는 청소년기에는 PER3 유전자의 영향이 강하게 나타나 아침형과 저녁형이 결정되지만, 40대 이후부터는 유전자보다는 직업이나 하는 일 등 주변 환경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밝혔다.
PER3 외에도 ‘CLOCK, PER1, PER2’ 등 수면 유형과 관련된 유전자가 밝혀졌지만 정확히 어떤 원리로 이 유전자들이 아침형과 저녁형을 결정하는지는 알 수 없다.
즉, 어렸을 땐 유전 요인이, 나이 들어서는 환경 요인이 수면 유형을 결정하며, 만약 수면 유형을 바꾸고 싶다면 젊었을 때보다 나이 들었을 때를 노리는 게 더 효과적이란 얘기다.
그리고 수면 유형 연구를 보면 여성보다 남성이 저녁형인 경우가 더 많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여성의 생체 시계가 남성보다 짧기 때문인데, 보통 생체 시계가 짧으면 몸이 하루를 24시간보다 짧게 인식해 일찍 잠들고 일찍 일어난다.
그리고 태어난 계절이 수면 유형에 영향을 끼친다는 발칙한 연구 결과도 있다. 낮이 긴 봄과 여름에 태어난 아이는 저녁형이 되는 경향이 높고, 가을과 겨울에 태어난 아이는 그 반대였다. 이처럼 사람마다 수면 유형이 다를진대, 천편일률적으로 정해진 ‘사회적 시계’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잠에도 빚이 있다
아침형이냐 저녁형이냐에 상관없이 사람들 대부분은 8시간이 하루 적정 수면 시간이다. 그래서 8시간보다 적게 자면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 몸은 평균 수면 시간을 채우려고 한다.
전날 5시간을 잤다면 그다음 날은 빚진 3시간을 합해 11시간을 자야 별 탈 없이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생활할 수 있다.
주말에 몰아 자는 것도 그동안 부족했던 수면 빚을 갚는 행동 중 하나인데, 현실적으로 10시간 이상의 수면 빚은 몰아서 갚기 힘들다. 만약 아침 늦잠이 늘고, 낮에 꾸벅꾸벅 조는 경우가 많다면, 수면 빚을 많이 지고 있다는 얘기다.
카페인에 의존하면서 계속 수면 빚을 진 채 활동한다면 만성피로, 비만, 학습 능력 저하 등 문제가 생기니, 수면 빚은 그때그때 갚는 게 좋다. 돈이 든 잠이든 ‘빚’은 무서운 법이다.
그런데 종종 짧게 자고도 괜찮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긴 시간을 자야 ‘꿀잠’을 잤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한 예로, 나폴레옹이나 에디슨은 하루에 4시간 이상을 자지 않았고, 아인슈타인은 하루 11시간씩 잤던 잠꾸러기였다. 이런 현상에는 유전적 요인이 관여한다. ‘ABCC9’ 유전자가 대표적으로, 유럽 7개국 약 4,0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ABCC9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이 유전자가 없는 사람보다 필요한 수면 시간이 30분~1시간 정도 더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ABCC9 유전자가 뇌로 전달되는 신경 통로를 망가뜨려 신경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수면의 양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혹시 자신이 매일 9시간 이상은 자야 개운함을 느낀다면, ABCC9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미국 위스콘신 대학의 치렐리 박사는 초파리 연구를 통해 이 반대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발견했 다. 일명 ‘셰이커 유전자’로,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하루 수면 시간의 30%만 수면을 취해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치렐리 박사는 사람에게도 초파리의 셰이커 유전자와 비슷한 기능의 유전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아마도 4~6시간만 자도 충분한 사람들은 이런 유전자에 이상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우리는 왜 잠을 자는가?
마지막으로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우리는 왜 잠을 자야만 할까? 인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동물이 잠을 자며, 심지어 초파리도 여러 날 동안 잠을 안 재우면 죽는다.
그런데 얼핏 생각하면 잠을 안 자는 쪽이 맹수의 습격도 피하고, 더 많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생존에 유리해 보인다. 사실 잠의 기능에 대해서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기억을 정리하기 위해 잠이 필요하다는 설, 기초대사량을 줄여 환경에 적응하는 행동이라는 설도 있지만, 썩 납득이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2013년, <사이언스>지에 앞선 질문에 꽤 근사한 답변이 될 만한 연구 결과가 실렸다. 미국 로체스터 대학 메디컬센터의 마이켄 나더가르드 교수는 잠이 뇌의 활동으로 만들어진 노폐물을 청소 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잠을 자지 못하면 뇌에 쓰레기가 쌓여 생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연구진은 쥐의 뇌를 분석한 결과, 잠을 자는 동안 뇌세포의 틈새 공간이 60% 가까이 확장되면서 뇌척수액이 뇌세포의 공간으로 침투해 여기에 쌓인 노폐물을 쓸고 가는 것을 발견했다. 도로에 엄청난 물을 뿌려대며 쓰레기를 씻어내는 것과 비슷하다.
나더가르드 교수는 뇌의 이런 청소 활동은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깨어 있을 때 정상적인 뇌 활동과 병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뇌의 신경세포에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켜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베타 아밀로이드’ 같은 노폐물이 깨어 있을 때보다 잠들어 있을 때 2배나 많이 청소됐다. 즉, 잠이 뇌를 치명적인 쓰레기로부터 지켜주는 셈이다.
경험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잠이 보약’이란 말이 맞는 것 같다. 잠들기 전에 스마트폰을 보면, 화면에서 나오는 빛 때문에 잠들게 해 주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가 줄어든다. 오늘은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침대에서 꿀 같은 보약 한 첩 마셔 보자.
Writer 김정훈 청소년 과학잡지 <과학소년> 기자. 글을 통해 과학이 삶에 주는 경이로움을 말하고자 과학 기자가 됐다. 서점에서 과학책 들춰 보는 게 취미.
#과학#문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