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이 땅의 서쪽 끝에서 만난 도시, 리스본
맛있는 음식, 저렴한 물가, 친절한 사람!
어떻게 떠난 여행인지?
속초 여행 중에 우연히 동해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여객선이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나의 오랜 로망이던 시베리아횡단열차의 시작점이었다. 그렇게 열차로 모스크바까지 가면 이미 유라시아 대륙의 절반 넘게, 지구 둘레의 4분의 1을 돈 셈이 된다.
더 욕심을 내보고 싶었다.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땅의 끝까지 비행기를 안 타고 가볼 수 있을까? 그렇게 러시아에서 버스를 타고 에스토니아에 진입해 육로와 해로로만 유럽 11개국을 돌고 리스본에서 마치는 석 달의 여정을 계획했다.
석 달간의 여정에서 잊지 못할 순간이 있었다면?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름 없는 성당에서 사람들이 미사를 드리고 있기에 문 밖에 서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한 할머니가 들어오라며 손짓을 보냈다. 그래도 되냐는 몸짓을 보이고 성호를 긋자 내게 다가와 따뜻하게 안아주며 나긋한 목소리로 알 수 없는 말을 하셨다.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낯선 이에 대한 그 다정함과 온기가 담긴 눈빛만큼은 잊을 수 없다.
리스본만의 매력을 소개한다면?
무엇보다 음식이 정말 맛있다! 에그타르트와 와인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에그타르트가 태어난 곳이 바로 리스본이니 그 맛은 더 말할 필요가 없고, 달콤한 포르토 와인은 먹어본 와인 중 최고였다. 물가가 저렴한 까닭에 이런 음식들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가장 큰 매력. 게다가 사람들도 무척 친절하다. 맛있는 음식, 저렴한 물가, 친절한 사람! 완벽한 3단 콤보 아주 칭찬해.
속초 여행 중에 우연히 동해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여객선이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나의 오랜 로망이던 시베리아횡단열차의 시작점이었다. 그렇게 열차로 모스크바까지 가면 이미 유라시아 대륙의 절반 넘게, 지구 둘레의 4분의 1을 돈 셈이 된다.
더 욕심을 내보고 싶었다.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땅의 끝까지 비행기를 안 타고 가볼 수 있을까? 그렇게 러시아에서 버스를 타고 에스토니아에 진입해 육로와 해로로만 유럽 11개국을 돌고 리스본에서 마치는 석 달의 여정을 계획했다.
석 달간의 여정에서 잊지 못할 순간이 있었다면?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름 없는 성당에서 사람들이 미사를 드리고 있기에 문 밖에 서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한 할머니가 들어오라며 손짓을 보냈다. 그래도 되냐는 몸짓을 보이고 성호를 긋자 내게 다가와 따뜻하게 안아주며 나긋한 목소리로 알 수 없는 말을 하셨다.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낯선 이에 대한 그 다정함과 온기가 담긴 눈빛만큼은 잊을 수 없다.
리스본만의 매력을 소개한다면?
무엇보다 음식이 정말 맛있다! 에그타르트와 와인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에그타르트가 태어난 곳이 바로 리스본이니 그 맛은 더 말할 필요가 없고, 달콤한 포르토 와인은 먹어본 와인 중 최고였다. 물가가 저렴한 까닭에 이런 음식들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가장 큰 매력. 게다가 사람들도 무척 친절하다. 맛있는 음식, 저렴한 물가, 친절한 사람! 완벽한 3단 콤보 아주 칭찬해.

유라시아 대륙의 최서단인 호카 곶(Cabo da Roca). 리스본에서 버스로 약 1시간 반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최서단임을 알리는 십자가 모양의 커다란 비석이 세워져 있고, 그 앞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대서양이 펼쳐져 있다.
호카 곶 버스 정류장에 내려 저만치 대서양의 수평선이 보이기 시작할 때의 복잡한 감정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정말로 내가 한국에서 이곳까지 비행기 없이 온 건지 꿈 같기도 했고, 의외로 지구가 생각보다 작구나 하는 허세를 마음속으로나마 부리며 피식 웃기도 했다.

리스본 구시가에는 언덕과 오르막길이 많다. 사진에서 보듯이 경사가 매우 가파르지만 저질 체력의 여행자도 걱정할 필요 없다. 골목 구석구석을 작고 귀여운 트램이 누비고 다니기 때문. 트램 외벽에는 온갖 그래피티가 칠해져 있는 한편, 내부는 몇 십년 전 모습 그대로이다.
느린 트램을 타고서 칠이 벗겨진 낡은 건물들 사이를 지나칠 때면 꼭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무조건 모든 것이 낡기만 한 것은 아니다. 베란다에 걸린 포르투갈 국기와 노랗고 파랗게 새로 칠한 건물들은 오랜 세월 사이에서 나름 세련된 포인트가 되었다.

리스본 언덕 위의 공원에서는 휴식을 즐기는 가족과 연인들, 기타를 들고 버스킹하는 뮤지션들을 만날 수 있다. 전망대 앞 벤치에 앉으면 구시가를 한눈에 담을 수도 있다. 어느 때에 찾아가도 좋은 리스본 언덕이지만, 해 질 녘에 들러 바라본 저녁 풍경은 그 자체로 낭만적이다.
분위기 있는 거리 음악 속에 슈퍼마켓에서 산 작은 포르토 와인 한 병을 홀짝이면서 하늘과 도시가 붉게 물드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누구라도 흘러 넘치는 감성에 허우적댈 수 있다. 리스본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Traveller 송지수 autorsong@gmail.com 현실의 작은 문제 앞에 망설이는 저도, 이런 무모한 길을 떠났습니다.
#여행#리스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