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나도 최면을 걸어볼 수 있을까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이 글에는 <겟 아웃>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겟 아웃
감독 |조던 필레 출연 | 다니엘 칼루야, 앨리슨 윌리암스, 캐서린 키너, 브래드리 휘트포드
여자친구 로즈의 부모님에게 초대 받은 크리스. 걱정이 태산이다. 크리스는 흑인, 로즈는 백인. 과연 로즈네 부모는 크리스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우려와 달리 로즈네 식구는 크리스를 따뜻하게 맞아준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하고, 담소도 나누는데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이 집 일꾼들은 몽땅 흑인이다. 말을 걸어도 멍하게 웃기만 한다. 찜찜한 마음이 커져가는 와중에 장모는 금연을 도와주겠다며 최면까지 걸어대는데….
<겟 아웃>은 21세기 미국 한 마을의 백인들이 흑인들에게 최면을 걸어 몸과 마음을 지배한다는 기괴한 설정의 블랙코미디다. 사람의 무의식에 접근해 이성을 마비시키고 노예로 만든다니 그야말로 덜덜덜. 이게 가능하다면 최면을 법적으로 금지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영화는 영화일 뿐. 최면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찻잔과 티스푼만 있으면 나도 최면 가능?

크리스는 눈 깜짝할 사이에 최면에 빠졌다. 최면술사인 로즈 엄마가 사용한 도구는 찻잔과 티스푼. 톡톡 두드리는 소리만으로 크리스를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들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최면에 대한 두려움이 생길 법하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시라. 최면 당하는 사람이 거부하면 최면은 걸리지 않는다. 최면 거는 사람, 최면 당하는 사람이 서로 믿고 집중해도 쉽게 걸리지 않는 게 최면이다. 가뜩이나 백인을 경계하는 크리스가 그날 처음 본 사람의 최면에 걸린다는 설정은 영화의 재미를 위한 무리수에 불과하다.
둘 사이에 신뢰만 있다면 누구나 최면을 걸 수 있을까? 실제로 최면유도법을 배우는 데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길게는 몇 개월, 짧게는 2시간 만에 익힐 수도 있다. 그러나 최면은 유도하는 것만큼이나, 그 상태에서 피최면자와 어떤 대화를 주고 받는지, 어떻게 깨어나게 하는지가 중요하다. 이건 일종의 의학 분야로, 전문적 치료 자격을 갖추지 않은 사람이 할 경우 무의식에 저장된 심리적 문제만 잔뜩 부풀려내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물론 친 구의 눈을 감기고 간단한 실험 정도는 해볼 수 있다. “당신의 눈에 강력한 접착 본드를 바릅니다. 본드 냄새 나죠? 끈적끈적하죠? 이제 위아래 눈꺼풀이 달라붙기 시작합니다. 본드의 힘은 강력합니다. 점점 단단해집니다. 점점, 점점 더. 자, 이제 완전히 붙었습니다! 당신은 이제 눈을 뜰 수 없습니다. 뜨려고 할수록 더 달라붙습니다. 진짜 안 떠지죠…?”


크리스는 눈 깜짝할 사이에 최면에 빠졌다. 최면술사인 로즈 엄마가 사용한 도구는 찻잔과 티스푼. 톡톡 두드리는 소리만으로 크리스를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들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최면에 대한 두려움이 생길 법하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시라. 최면 당하는 사람이 거부하면 최면은 걸리지 않는다. 최면 거는 사람, 최면 당하는 사람이 서로 믿고 집중해도 쉽게 걸리지 않는 게 최면이다. 가뜩이나 백인을 경계하는 크리스가 그날 처음 본 사람의 최면에 걸린다는 설정은 영화의 재미를 위한 무리수에 불과하다.
둘 사이에 신뢰만 있다면 누구나 최면을 걸 수 있을까? 실제로 최면유도법을 배우는 데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길게는 몇 개월, 짧게는 2시간 만에 익힐 수도 있다. 그러나 최면은 유도하는 것만큼이나, 그 상태에서 피최면자와 어떤 대화를 주고 받는지, 어떻게 깨어나게 하는지가 중요하다. 이건 일종의 의학 분야로, 전문적 치료 자격을 갖추지 않은 사람이 할 경우 무의식에 저장된 심리적 문제만 잔뜩 부풀려내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물론 친 구의 눈을 감기고 간단한 실험 정도는 해볼 수 있다. “당신의 눈에 강력한 접착 본드를 바릅니다. 본드 냄새 나죠? 끈적끈적하죠? 이제 위아래 눈꺼풀이 달라붙기 시작합니다. 본드의 힘은 강력합니다. 점점 단단해집니다. 점점, 점점 더. 자, 이제 완전히 붙었습니다! 당신은 이제 눈을 뜰 수 없습니다. 뜨려고 할수록 더 달라붙습니다. 진짜 안 떠지죠…?”
툭하면 레드썬을 외치는 이유

친구가 눈을 번쩍 뜨며 비웃어도 실망하지 말자. 그리 쉽게 성공하면 최면술사들은 뭐 먹고살라고. 최면에도 테크닉이 필요하다. 별것 없어 보이는 행동 하나하나에도 이유가 있다. 일단 신뢰감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은 ‘눈 감기기’다. 보통 최면술사들은 최면을 걸기 전에 태엽시계나 동전을 눈앞에서 흔든다. 피최면자는 그걸 한참 바라 보다가 눈을 감고 최면에 빠져든다.
태엽시계나 동전이 사람 홀리는 영험한 물건이라서? 아니, 사실은 눈이 피곤해서다. 한 물체를 계속 바라보면 시신경이 피로해지고, 자연히 눈이 감긴다. 이 당연한 과정을 통해 피최면자는 최면술사의 능력을 조금이나마 더 믿게 된다.
최면 상태에 들어가면 또 하나의 익숙한 멘트가 등장한다. “당신은 탁 트인 들판에 있습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장소를 떠올릴수록 더 깊은 최면으로 빠지기 쉽다. 그래서 바닷가나 들판 같은 장소를 주로 배경으로 삼는다. “당신은 도서관에서 밀린 과제를 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만원버스에 서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최면은 끝나버릴 것이다.
최면에 깊이 빠지면 대화를 나누며 무의식에 저장된 정보를 끄집어낸다. 과거로 돌아가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거나, 억압된 감정을 꺼내 정화시킨다. 암시를 주입해 특정 행동을 유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불면증 환자에게는 ‘눕기만 하면 졸린다’는 암시가 효과적이다.
이제 깨어날 차례. ‘레드 썬!’과 같은 신호어를 사용하는데, 다음 최면 때 앞 단계를 건너뛰고 곧바로 깊은 최면 상태로 유도 하기 위해서다. 길을 걷다가 갑자기 최면에 빠질 위험이 있으니 평소 자주 사용하는 단어는 피한다. ‘일어나’, ‘오케이’, ‘스톱’ 대신 ‘레드 썬!’이라는 정체불명의 신호어를 애용하는 이유다.


친구가 눈을 번쩍 뜨며 비웃어도 실망하지 말자. 그리 쉽게 성공하면 최면술사들은 뭐 먹고살라고. 최면에도 테크닉이 필요하다. 별것 없어 보이는 행동 하나하나에도 이유가 있다. 일단 신뢰감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은 ‘눈 감기기’다. 보통 최면술사들은 최면을 걸기 전에 태엽시계나 동전을 눈앞에서 흔든다. 피최면자는 그걸 한참 바라 보다가 눈을 감고 최면에 빠져든다.
태엽시계나 동전이 사람 홀리는 영험한 물건이라서? 아니, 사실은 눈이 피곤해서다. 한 물체를 계속 바라보면 시신경이 피로해지고, 자연히 눈이 감긴다. 이 당연한 과정을 통해 피최면자는 최면술사의 능력을 조금이나마 더 믿게 된다.
최면 상태에 들어가면 또 하나의 익숙한 멘트가 등장한다. “당신은 탁 트인 들판에 있습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장소를 떠올릴수록 더 깊은 최면으로 빠지기 쉽다. 그래서 바닷가나 들판 같은 장소를 주로 배경으로 삼는다. “당신은 도서관에서 밀린 과제를 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만원버스에 서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최면은 끝나버릴 것이다.
최면에 깊이 빠지면 대화를 나누며 무의식에 저장된 정보를 끄집어낸다. 과거로 돌아가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거나, 억압된 감정을 꺼내 정화시킨다. 암시를 주입해 특정 행동을 유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불면증 환자에게는 ‘눕기만 하면 졸린다’는 암시가 효과적이다.
이제 깨어날 차례. ‘레드 썬!’과 같은 신호어를 사용하는데, 다음 최면 때 앞 단계를 건너뛰고 곧바로 깊은 최면 상태로 유도 하기 위해서다. 길을 걷다가 갑자기 최면에 빠질 위험이 있으니 평소 자주 사용하는 단어는 피한다. ‘일어나’, ‘오케이’, ‘스톱’ 대신 ‘레드 썬!’이라는 정체불명의 신호어를 애용하는 이유다.
전생에 나라를 구한 사람이 왜이리 많을까?
10여 년 전 방송에서 최면으로 소녀시대 멤버들이 ‘전생체험’을 한 적이 있었다. 써니의 전생은 유관순. 전생에 그는 독립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멤버 수영 역시 전생에 유관순이었다!
이 결과는 제작진이 조작한 것이다. 촬영 전에 멤버들 에게 유관순 관련 자료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러니 최면이 진짜 전생을 알려준다고 보기는 힘들다. 다만 최면술사들은 전생체험이 현재의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전생체험은 지금 그 사람의 상태와 연동된다. 만약 현재 큰 고민이 없다면 역시 별다른 사건 없이 평탄하게 흘러가는 전생을 체험할 것이다. 억압된 감정이나 고민이 있다면 그것을 해소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을 최면 속에서 만나게 된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전생에서 본 A는 어릴 때 포기했던 가수의 꿈에 아직 미련을 갖고 있다. 전생체험 속에서 B가 수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사교계 유명 인사로 등장했다면, 그는 최근 서툰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만약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지 못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전생체험 때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을 떠올릴 확률이 높다. 그 순간은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최면 속에서 고통스럽게 죽고 나면 마음이 정화된다. 무의식에 숨어 있던 ‘죽고 싶다’는 욕구는 이미 해소된 것이다. 이럴 경우 전생체험은 삶의 의미를 찾아주는 심리치료법이 될 수 있다.
전생체험을 하고 나서 유독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지난 생에 못 했던 게 뭔지 알았어요. 이번 생엔 그걸 해보려고요.”

10여 년 전 방송에서 최면으로 소녀시대 멤버들이 ‘전생체험’을 한 적이 있었다. 써니의 전생은 유관순. 전생에 그는 독립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멤버 수영 역시 전생에 유관순이었다!
이 결과는 제작진이 조작한 것이다. 촬영 전에 멤버들 에게 유관순 관련 자료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러니 최면이 진짜 전생을 알려준다고 보기는 힘들다. 다만 최면술사들은 전생체험이 현재의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전생체험은 지금 그 사람의 상태와 연동된다. 만약 현재 큰 고민이 없다면 역시 별다른 사건 없이 평탄하게 흘러가는 전생을 체험할 것이다. 억압된 감정이나 고민이 있다면 그것을 해소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을 최면 속에서 만나게 된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전생에서 본 A는 어릴 때 포기했던 가수의 꿈에 아직 미련을 갖고 있다. 전생체험 속에서 B가 수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사교계 유명 인사로 등장했다면, 그는 최근 서툰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만약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지 못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전생체험 때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을 떠올릴 확률이 높다. 그 순간은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최면 속에서 고통스럽게 죽고 나면 마음이 정화된다. 무의식에 숨어 있던 ‘죽고 싶다’는 욕구는 이미 해소된 것이다. 이럴 경우 전생체험은 삶의 의미를 찾아주는 심리치료법이 될 수 있다.
전생체험을 하고 나서 유독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지난 생에 못 했던 게 뭔지 알았어요. 이번 생엔 그걸 해보려고요.”
참고한 책들 『신비한 최면 이야기』, 정동하, 평단문화사, 2007. 『최면의 세계』, 설기문, 살림출판사, 2003. 『심리 조작의 비밀』, 오카다 다카시, 어크로스, 2016.
#영화#겟아웃#조던필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