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인생 쪼렙들을 위한 잔기술] 5. 구걸의 기술
비굴하되 당당한 구걸의 기술
미사여구로 빙빙 말 돌리면 더 불편해진다.
다짜고짜 “도와주십시오!”라고 외치는 게 낫다.
05 : 비굴하되 당당한 구걸의 기술
나는 대기업 오너다. 어떻게 대기업 오너가 됐냐면, 그냥 회사명을 ㈜대기업으로 지어서다. 혹시라도 대기업 오너가 되고 싶은 분은 다음과 같은 방법을 따르면 된다.
1) 온라인 법인설립 시스템 startbiz.go.kr에 들어간다.
2) 액티브엑스로 생고생한다.
3) 기업명에 ‘주식회사 대기업’을 입력한다.
4) 기업명 ‘주식회사 대기업(영어명 Big Company Inc.)’의 오너가 되었다.
흔히 사업하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거라 여기지만 극소수 이야기다. 많은 사업가는 빚을 지고 산다. 안타깝게도 ‘대기업 오너’인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운영하는 실무 교육 프로그램 <어벤져스쿨>은 엄청나게 훌륭한 강사진을 구축했지만 내 통장에는 딸랑 259원뿐이었다. 페이스북 광고든 네이버 광고든, 도저히 광고에 돈을 쓸 여력이 없었다. 첫 주 매출은 1500만원, 다음 주 매출은 300만원에 불과했다. 나갈 돈은 4000만원. 도저히 손익분기를 맞출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맹자께서 말하길 “無惻隱之心 非人也(무측은지심 비인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 하셨다. 나처럼 불우한 사람을 도와줄 사람이 어딘가 있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구걸’을 시작했다.
모든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빌면서 강연 홍보 한 번만 해달라고 했다. 연락이 끊긴 대학교 동창들에게도 카톡을 보냈다.
“강연 홍보 한 번이 대수야. 해줄게.” 돈 빌려달라고 하는 줄 알고 뜨끔했던 친구들은 기꺼이 도와주었다. 심지어 몇 년 전에 메일 한 번 주고받은 거래처 직원에게도 정성스레 메일을 보냈다. 2000명 정도에게 연락을 했으니, 이쯤 되면 우리 집 고양이 중성화 수술한 수의사 정도를 제외하곤 모두에게 연락한 셈이다.
그다음 주 매출이 바로 3000만원을 돌파했다. 광고비 한 푼 안 쓰고 매출이 두 배로 는 셈이다. 연락 끊긴 지인들과도 구걸을 핑계 삼아 관계를 이어갈 수 있고, 자신을 낮추고 불쌍하게 보임으로써 앞으로도 도움 받을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니 더욱 좋다.
구걸에 필요한 기술은 무엇일까? 우선 당당하되 비굴한 자세가 중요하다. 미사여구로 빙빙 말 돌리면 더 불편해진다. 다짜고짜 “도와주십시오!”라고 외치는 게 낫다. 그다음 정확히 ‘당신’이 필요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1964년 뉴욕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목격자는 총 38명이었지만, 누구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주위에 사람이 많으니 누군가 도와주겠거니 방관한 탓이다. 고로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당신’만이 나를 도울 수 있는 구체적인 이유를 이야기하자.
숫자와 스토리로 절박함을 생생하게 표현해도 좋다. “내가 요즘 사업이 힘들어서…”라고 얼버무리면 임팩트가 약하다. “사실 지금 빚이 1억인데, 이번에 매출이 나오지 않으면 내용증명 날아온다. 지금 부모님도 지병이 있는데….” 안 도와주면 죄책감을 느끼도록 만들자.
마지막으로, 인생은 기브 앤 테이크. 당신이 언젠가 상대를 도울 수 있음을 이야기하자. 당신만이 가진 장점을 어필한다면 상대방 역시 미래를 보고 당신에게 기꺼이 도움을 줄 것이다. 능력이 없다고? 그러면 허세를 떠는 것도 하나 의 방법이다.
부랑배들의 가랑이 밑을 지나가 유방과 함께 천하를 얻은 한신은 “상(上)께서는 천하를 취하고 싶지 않으신가? 그렇다면 이 장사(壯士)를 참하라!”는 말로 참수의 위기를 넘긴 바 있다. 먹힐지는 모르겠으나, 말은 하고 볼 일이다.
게다가 보통 사람들은 도움 줬던 걸 까먹으니까 너무 걱정 말자. 어차피 ‘양적완화’는 지르고 볼 일이고, 연금도 후세대에 돌려막기 하는 것. 우리 같은 필부필부가 미래를 생각해 무엇하겠는가. 대통령도 순식간에 수감번호 503으로 변하는 알 수 없는 세상인 것을.
1) 온라인 법인설립 시스템 startbiz.go.kr에 들어간다.
2) 액티브엑스로 생고생한다.
3) 기업명에 ‘주식회사 대기업’을 입력한다.
4) 기업명 ‘주식회사 대기업(영어명 Big Company Inc.)’의 오너가 되었다.
흔히 사업하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거라 여기지만 극소수 이야기다. 많은 사업가는 빚을 지고 산다. 안타깝게도 ‘대기업 오너’인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운영하는 실무 교육 프로그램 <어벤져스쿨>은 엄청나게 훌륭한 강사진을 구축했지만 내 통장에는 딸랑 259원뿐이었다. 페이스북 광고든 네이버 광고든, 도저히 광고에 돈을 쓸 여력이 없었다. 첫 주 매출은 1500만원, 다음 주 매출은 300만원에 불과했다. 나갈 돈은 4000만원. 도저히 손익분기를 맞출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맹자께서 말하길 “無惻隱之心 非人也(무측은지심 비인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 하셨다. 나처럼 불우한 사람을 도와줄 사람이 어딘가 있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구걸’을 시작했다.
모든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빌면서 강연 홍보 한 번만 해달라고 했다. 연락이 끊긴 대학교 동창들에게도 카톡을 보냈다.
“강연 홍보 한 번이 대수야. 해줄게.” 돈 빌려달라고 하는 줄 알고 뜨끔했던 친구들은 기꺼이 도와주었다. 심지어 몇 년 전에 메일 한 번 주고받은 거래처 직원에게도 정성스레 메일을 보냈다. 2000명 정도에게 연락을 했으니, 이쯤 되면 우리 집 고양이 중성화 수술한 수의사 정도를 제외하곤 모두에게 연락한 셈이다.
그다음 주 매출이 바로 3000만원을 돌파했다. 광고비 한 푼 안 쓰고 매출이 두 배로 는 셈이다. 연락 끊긴 지인들과도 구걸을 핑계 삼아 관계를 이어갈 수 있고, 자신을 낮추고 불쌍하게 보임으로써 앞으로도 도움 받을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니 더욱 좋다.
구걸에 필요한 기술은 무엇일까? 우선 당당하되 비굴한 자세가 중요하다. 미사여구로 빙빙 말 돌리면 더 불편해진다. 다짜고짜 “도와주십시오!”라고 외치는 게 낫다. 그다음 정확히 ‘당신’이 필요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1964년 뉴욕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목격자는 총 38명이었지만, 누구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주위에 사람이 많으니 누군가 도와주겠거니 방관한 탓이다. 고로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당신’만이 나를 도울 수 있는 구체적인 이유를 이야기하자.
숫자와 스토리로 절박함을 생생하게 표현해도 좋다. “내가 요즘 사업이 힘들어서…”라고 얼버무리면 임팩트가 약하다. “사실 지금 빚이 1억인데, 이번에 매출이 나오지 않으면 내용증명 날아온다. 지금 부모님도 지병이 있는데….” 안 도와주면 죄책감을 느끼도록 만들자.
마지막으로, 인생은 기브 앤 테이크. 당신이 언젠가 상대를 도울 수 있음을 이야기하자. 당신만이 가진 장점을 어필한다면 상대방 역시 미래를 보고 당신에게 기꺼이 도움을 줄 것이다. 능력이 없다고? 그러면 허세를 떠는 것도 하나 의 방법이다.
부랑배들의 가랑이 밑을 지나가 유방과 함께 천하를 얻은 한신은 “상(上)께서는 천하를 취하고 싶지 않으신가? 그렇다면 이 장사(壯士)를 참하라!”는 말로 참수의 위기를 넘긴 바 있다. 먹힐지는 모르겠으나, 말은 하고 볼 일이다.
게다가 보통 사람들은 도움 줬던 걸 까먹으니까 너무 걱정 말자. 어차피 ‘양적완화’는 지르고 볼 일이고, 연금도 후세대에 돌려막기 하는 것. 우리 같은 필부필부가 미래를 생각해 무엇하겠는가. 대통령도 순식간에 수감번호 503으로 변하는 알 수 없는 세상인 것을.
[820호 - issue]
Photographer 김윤 Z studio
Writer 이승환 head@ppss.kr ㅍㅍㅅㅅ 편집장, 실무 교육 프로그램 <어벤져스쿨> 대표. 가진 게 없어 자주 구걸한다. 독자 여러분 어벤져스쿨을 신청해주십시오. 7월부터는 취업 코스도 열릴 계획입니다.
Writer 이승환 head@ppss.kr ㅍㅍㅅㅅ 편집장, 실무 교육 프로그램 <어벤져스쿨> 대표. 가진 게 없어 자주 구걸한다. 독자 여러분 어벤져스쿨을 신청해주십시오. 7월부터는 취업 코스도 열릴 계획입니다.
#구걸#구걸의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