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인생 쪼렙들을 위한 잔기술] 6. 매력 증진술

매력 연구를 통해 얻은 매력 증진술

패왕색의 매력을 타고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랑을 화폐로 사용하는 이 감정시장에서 빈민으로 살아야만 한다는 법은 없다.


06 : 매력 연구를 통해 얻은 매력 증진술

   
소싯적엔 사나이로 태어나 멋들어지게 한판 살아보다 가겠다는 일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타고난 외모나 특출난 무언가가 없어 눈물이 앞을 가리는 평범한 소년 A일 뿐이었다. 거기에 지독한 반골 기질을 가지고 있어, 몸을 키운다거나 책을 읽는다는 평범한 방법은 싫었다.  

그러나 사랑과 인기를 갈구하는 것은 사람의 본능이다. 패왕색의 매력을 타고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랑을 화폐로 사용하는 이 감정시장에서 빈민으로 살아야만 한다는 법은 없다.  

그래서 생각해낸 내 나름의 대안은 ‘매력 증진술’이다. 그때부터 조금은 이상한 행동들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 과정이 꽤나 효과가 있었는지 나는 ‘킹’(Charm King)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지금부터 내가 행했던 그 소소한 방법들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1. 일단 눈부터 뒤집어 까라.  
거울 앞에 서 보자. 눈을 뒤집어 깐다. 12시 방향이건 6시 방향이건 상관없다. 그리고 자기 모습을 살펴보자. 무엇이 보이는가? 보일 리가 없다. 왜냐면 눈을 뒤집어 까는 바람에 눈동자가 눈꺼풀에 가려졌기 때문이다.  

자,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희번득한 흰자를 유지하며 주변인에게 말을 걸어보자. 돌아오는 반응은 아마도 불쾌해하거나, 웃거나, 당황하거나, 아무튼 격한 반응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당신은 그저 눈을 뒤집었을 뿐인데 상대는 동요한다. 당신은 고요하건만 상대방은 페이스를 잃어간다.  

언뜻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이 방법의 이유는, 우리들 인간관계가 (첫 만남일수록) 일종의 ‘기’로 행해지는 대결이기 때문이다. 모든 대련, 무술, 전쟁이 그러하듯 가장 보통의 호흡을 유지해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 응용은 그다음이다.  
2. 나 아닌 모습을 연기해본다.  
사춘기 즈음부터 멋진 팝스타나 록스타들을 선 망해, 그들의 말투나 걸음걸이까지 흉내내려 해본 적이 있었다. 당시 너무나 좋아했던 그룹 ‘오아시스’의 보컬 리암 갤러거의 걸음걸이나 그 특유의 시건방진 말투 그리고 바가지를 통째로 대고 자른 헤어스타일을 모방했고, 매주 홍대 각종 클럽 무대에 오르며 피드백을 받게 됐다.  

웃는 사람도 있고, 황당해하는 사람도 있고, “어썸”을 외치는 외국 엉아들도 있었다. 반복해서 행하다 보니 사람들도 보며 즐거워하더랬다. 나에게 새로운 ‘디폴트 값’이 생긴 것이다. 핵심은 남들이 뭐라고 하든 해보는 거다. 모방의 시행착오를 거듭할수록 본래의 형태도 다듬어지고, 군더더기도 없어진다.  

우리는 막연히 ‘이런 행동이나 애티튜드는 나에게 안 어울려’라는 관념을 가지고 사는데, 실제로 해보면 의외로 어울리는 것들이 많다. 그러다 보면 ‘나에게 적합한 것과 아닌 것’ 이 조금 더 명확해진다.  

3. 다시 태어나도 안 입을 옷을 입어보자.  
한때 구제 열풍으로 광장시장에 붐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때마침 나의 어머니 장복희 여사께서 빈티지 숍을 오픈하게 되는 사건이 있었는데,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어머니가 팔려고 가져온 옷이란 옷은 다 입어봤다.  

대부분 여성 옷이었지만, 사이즈 맞는 것들부터 입다 보면 자기 몸에 맞는 핏이나 어울리는 패턴, 내가 어느 정도까지 하이패션을 구사해도 되는지 등을 알 수 있다. 나는 주로 60~70년대쯤 영국에서 여성들이 입었을 법한 재킷과 화려한 패턴의 블라우스(셔링도 가끔 입었었다) 그리고 스카프 등을 믹스매치해서 코디했었다.  
 
처음에는 할머니 옷 꺼내 입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어느 날은 뭔가 새로운 아이템을 시도해보고 싶었고, 평소 꽃을 좋아했던 나는 바로 다이소에서 조화를 종류별로 사와 DIY로 화관을 만들었다. 무대에 쓰고 나가니 사람들이 좋아하더라.  

결론은 여자 옷이나 개성이 강한 옷을 무작정 입으라는 것이 아니라 소화할 수 있는 마지노선까지 찍어보라는 것이다. 어차피 다들 원빈이 아니지 않은가, 패션은 우리가 시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위트다.   언뜻 이 기술들은 우스꽝스러워 보일 테고,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핵심은 ‘매력은 후천적으로 키울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먼저 ‘무매력’ 상태를 인지하고, ‘매력을 추구하는 과도기’를 지나, ‘과도한 매력으로 상대방을 동요시키는 시기’를 거친다면 내게 꼭 맞는 매력의 엑기스가 남을 것이다. 자, 이제 가벼운 마음으로 카페로 향해보자. 준비물은 상기된 마음과 가장 좋아하는 옷과 음악이다. 만날 이가 없다면 합정동으로 오면 되겠다. 먼 길 행차하셨으니 커피는 내가 산다.


Photographer 김윤 Z studioWriter 이찬희 tmfdkcksgml@naver.com 밴드 ‘화랑’의 마담 이찬희입니다. 그동안 많은 수입산 맥주를 마셔왔지만 정확히 뭐가 다른지는 모릅니다. 악기 연습하는 시간보다 거울 보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매력#매력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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