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좋은 술친구 고양이

난 차라리 웃고 있는 고양이가 좋아.
처음으로 혼자 술을 마신 건 스물한 살 때였다. 친구들이 걱정과 위로를 보냈다. 그땐 혼술 문화가 없었으니 다들 무슨 큰일이라도 난 듯 굴었다. 의리파 친구는 갑자기 술자리를 잡기도 했다. 혼자 마시는 술은 생각보다 더 썼다. 시끄러운 술자리가 싫어서 혼자 마셨건만, 한 잔 털어 넣자마자 사람이 그리워졌다. 같이 마셔줄 친구 하나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같이 있을 땐 지겹고, 없으면 또 그립다니. 이상한 기분이었다.  

시간이 지나 다시 한 번 혼술에 도전했다. 5년 전엔 군대 가기 전 연애 한번 못 해봤다는 슬픈 이유였다면, 이번엔 아니었다. 더 이상 혼술은 비참한 것이 아니니까! 그런데 맘처럼 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이걸 보면 뭐라고 생각할까?’ 혼자 있으면서도 신경 쓰였다. 누군가 나를 친구도 없는 불쌍한 사람으로 여길 것만 같았다. 그러던 차에 술잔 하나를 발견했다.  
 

INFO + 도도해 술 취한 고양이 술잔. 10,000 원   

조그만 술잔에 누워 있는 고양이 한 마리. 잔에 술을 따르면, 고양이는 온몸으로 그 술 줄기를 받아낸다. 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얼른 술잔을 비우고는 다시 고양이의 몽글한 배에 술을 부었다. 술을 맞으며 웃는 고양이는 마냥 행복해 보였다. ‘이 술이 그렇게 맛있나?’ 술맛을 확인할 정도로. 술방울을 이리저리 굴리며 놀다 보니, 어느새 소주 한 병을 비웠다.  

술잔 속 고양이는 아무 생각이 없다. 그저 행복한 표정으로 널브러져 있다. 술을 마시다 보면 그 한가로움에 매료된다. 남의 시선을 부끄러워하거나 혼자 술 마시는 신세를 한탄할 겨를조차 없다. 생각해보면 이 고양이야말로 좋은 술친구다. 내가 어떤 모습이건, 어떤 고민을 하건 웃는 얼굴. 간섭도 어쭙잖은 충고도 없다. 편히 누워 웃고 있을 뿐이다.  

생각 없이 마음 편히 술 마시고 싶을 때, 이 고양이 술잔으로 한잔 해볼 것을 권한다. 좋은 술친구 고양이의 자연스러운 리드 아래 소주 한 병 냉큼 비워낼지도.



Photographer 김준용  
#고양이#술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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