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맞춤법vs마춤법] 깨치다? 깨우치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혼동해서 사용했었거든요.
집밥이 그리웠던 자취생 건홍이는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찾아보며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한 학기 동안 실력을 갈고닦은 끝에 김치찌개나 제육볶음 따위의 조리법을 깨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을 해봐도 엄마가 해주는 그 맛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건홍이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비법을 물었다. 엄마는 ‘음식의 완성은 다시다’라는 사실을 깨우쳐주시고는 아빠와 외식 중이라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어쩐지 배신감이 드는 건홍이었다.  
    
자취생 건홍이는 먹고살기 위해 요리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했습니다. 이처럼 ‘몰랐던 것을 자신의 힘으로 알게 됐을 때’는 ‘깨치다’ 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다른 말로 ‘독학’이라 할 수 있겠지요.  

어머니는 건홍이에게 음식에는 다시다가 들어가야 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셨습니다. 이처럼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알도록 도와 줄 때’는 ‘깨우치다’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그러니까 이건 ‘스승’과 맞닿아 있는 단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깨치다’와 ‘깨우치다’는 생긴 건 비슷해도 그 역할이 확연히 다르므로 구분해서 쓰셔야 하겠습니다, 라고 말은 하고 있지만 사실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당합니다. 왜냐하면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이 두 단어를 혼동해서 사용했었거든요.  

한 누리꾼이 국립국어원에 이 사실을 지적했고, 잘못을 인정한 국립국어원이 사전을 수정한 것이 불과 몇 해 전의 일입니다. 그러니까 그 전에는 우리 모두 이 단어를 엉망진창으로 사용하고 있었다는 뜻이지요.  

혹시나 여러분이 책을 읽다가 한글의 잘못된 점을 발견하여 스스로 ‘깨치게’ 된다면, 국립국어원의 문을 두드려 그들을 ‘깨우쳐’ 주세요. 혹시 아나요? 여러분의 의견이 표준국어대사전에 반영될지 말이에요. 자소서에 쓰기 딱 좋은 자랑거리 아니겠어요?


깨치다  일의 이치 따위를 깨달아 알다.
  • 소리 안 나게 방귀 뀌는 방법을 깨치는 데 이십 년이 걸렸다.
 
 깨우치다 깨달아 알게 하다.
  • 내가 너에게 F를 준 건 무단결석을 하면 안 된다는 걸 깨우쳐주기 위함이었다.

Freelancer 이주윤
#맞춤법#깨치다#깨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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