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우리는 '갑질대장'을 만난 적이 있다
너무 당연하게 부려서 갑질인 것도 모르고

텃밭 농사는 병사들 몫?

- 육군, 고위 간부의 운전병 K (2014년 전역)
전화벨이 3번 이상 안 울리게

- 의경, 고위 간부의 운전병 J (2014년 전역)
셔츠 다리고 구두도 좀 닦고
이미지 나라 지키는 일과는 거리가 아주 멀어 보이는 간부의 지시. 출처 tvN 『푸른거탑』 캡처 캡션“경찰서장 운전병이었어요. 말이 운전병이지 온갖 잡스러운 일은 다 하는 거죠 뭐. 서장이 관사에 살았거든요. 관사 생활과 관련된 잡스러운 일을 제가 다 하는 거예요. 세탁소에 이불 맡기는 것부터 사복 셔츠 다려놓기, 구두 닦기, 고장 난 밥솥하고 청소기 사놓기, 담배 사 오기까지. 지금 생각해보면 딱 가정부였네요. 종종 새벽에 술 마실 테니 데리러 와라, 개밥 줘라, 테니스 공 주워 와라 같은 지시도 했고요.”

- 의경, 고위 간부 운전병 P (2015년 전역)
주말에는 간부 자가용 수리
공짜로 차 수리도 하고 개이득? 출처 tvN 『비밀의 숲』 캡처 “간부가 운전병들한테 자가용 세차를 그렇게 시켰어요. 그러다가 사고라도 나면 주말에 부대로 와요. 운전병들은 그 사고 난 차를 정비하느라 주말을 다 반납해야 되고요. 간부들은 공짜로 정비를 하려고 부대로 와서 차를 고쳐요. 운전병들이 거의 간부 개인 자동차 정비사 같은 느낌인 거죠. 당직을 설 때 특히 겨울엔 순찰 돌면 간부는 안 돌고 병사들한테 죄다 시켜요. 추우니까.”

- 공군, 운전병 Y (2017년 전역)
힘든 일은 죄다 병사 몫
과잉충성은 셀프로 좀 해주면 안 될까? 이미지 캡션“교통 중대에 있었는데 음주단속 때 의경들을 진짜 개 부리듯이 부렸어요. 더운 날 꿉꿉한 도로에서 쉬는 시간 없이 3~4시간을 그냥 시켜요. 간부들은 시원한 차 안에서 근무하고요. 밤샘 교통 근무가 있을 때도 의경들은 돌아가면서 밤새도록 근무하고 간부는 차에서 다른 직원들이랑 노닥거리거나 자요. 제일 화가 났던 건 고위공직자가 왔을 때였어요. 지방 중대에서 근무를 했는데, 그날 국무총리나 대통령이 뜬다 하면 비상이에요. 아니, 그 사람은 오후에 온다는데도 꼭두새벽부터 나가서 대기하고 있으래요. 심지어 초록 신호 한 번 바꿔주는 걸 2주 전부터매일 연습시켜요. 신호 바꿔주려고 4~5시간이나 밥도 제때 안 주고 길에 던져놓는 건 좀 심하지 않나요?”

- 의경, 기동대 K (2016년 전역)

문제는 공관병이 아니다. 군에 입대한다는 말은 곧 '간부 밑에서 일한다'는 뜻. 그만큼 어떤 간부를 만나느냐가 군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인터뷰에 등장하는 간부들은 박찬주와 같은 사령관급 고위직이 아니다. 연대장급부터 대대장, 중대장 심지어 소대장도 갑질을 한다. 반발하는 병사는 "하극상으로 영창 보낸다"는 말로 가볍게 입을 막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특정 병과를 없애는 것도 좋지만, 상명하복의 군기강을 사적으로 이용하면 안된다는 상식부터 자리잡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도움 학생에디터 권용범
#갑질#갑질대장#공관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