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나는 대체뭘 하고 싶은 걸까

이제는 덜 혼란스럽다.
1학년 방학은 아르바이트로 날리고, 2학년 방학은 ‘지금이 바로 내가 마음껏 잉여로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라고 생각해 마룻바닥에 들러붙어 일어나지 않은 채 보냈다. 3학년 방학은 뭐 이것저것 해볼까 들쑤시다 끝났고, 4학년이 되어 네 번째 여름방학을 맞았다.  

‘이번 학기는 교생도 갔다 오고 21학점을 꽉 채워들어서 너무 힘들었어, 쉬어야 해’라고 쉬어야 할 이유를 만들었지만 스스로 불안해지는건 어쩔수없다. 특히 취업 준비를 열심히 하는 다른 사람들을 볼 때면.  

영어가 좋아서 영어를 전공으로 정했다. 그러나 열심히 했다고 생각해도 막상 영어로 먹고살 수 있을 만큼 실력은 늘지 않았다. 그래서 교직이수를 했다. 일종의 보험이었다. 그래도 교원자격증이라도 가지고 나오면 굶어 죽지는 않겠지, 라는 생각과 정 안되면 임용고시나 봐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보험처럼 교직을 이수하면서도 누군가 “너는 뭐하려고?”라고 물어보면 “아... 선생님 하려 고요”라고 말하고 다녔다.  

그러다 돈을 번다면 멋진 일,그러니까 남들 보기에 좀 폼나는 직장에서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돈 벌기 힘들다는데 그래도 남들이 알아주는 이름 있는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면 조금이라도 더 직장 생활을 견딜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물론 이력서에는 이렇게 쓰지 않겠지만).  

그런 이유로 취직이 (그나마) 잘 된다는 경영학과를 복수전공하기 시작했다. 수업을 본격적으로 들어 보니 이 분야는 듣던 대로 길이 참 많았다.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얼마 안 되었다. 마케팅·광고학 수업에 들어가 하염없이 쫄아 있는 나의 모습은 내가 갈 길이 어딘지 알려주었다.  

경영학과 전공수업에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내가 거래에서 주도권을 쥘 인물이 못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여러 가지 일을 벌여가면서 서서히 나는 내 스스로가 많이 혼란스러워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대체 뭐가 되고 싶은 것일 까’라는 것에서 오는 혼란감. 이런 생각이 들기 전까지는 나는 나 스스로를 굉장히 자랑스러워했다.  

‘교직이수에 복수전공까지 하는 열혈 대학생!’ 이란 이미지까지 스스로에게 부여하면서. 열심히 산다 생각해 주변에 잘난 척하지 않는 척하며 잘난 척도 많이 했다(얼마나 재수없는 행동이었는지 가늠이 가질 않는다).
 
그리고 지금 내가 미래에 투자했다고 생각한 시간이, 확고히 목표를 정해 행동으로 옮긴 사람들과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오던 사람들의 시간과 달리 의미가 없는 것만 같아 불안하다. 본질적으로는 뭘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 불안하다. 그저 취직 하나를 위해 이렇게 난리법석을 떤 것인가.  

그래서 이 글을 쓴다. 뭘 해야 할지 몰라서 가장 오랫동안 해보고 싶었던 글을 쓰는 것부터 하기로했다. 하루에 다섯 문장씩. 물론 글을 쓴다고 내 불안감이 가실 것이라고 할 수도 없고 내가 취직준비를 안 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일단 뭐라도 쓴다는 것이, 해보고 싶었던 걸 실제로 한다는 것이 안도감을준다.
 
앞으로도 계속 불안해하며 살아가겠지만 그래도 좀 덜 혼란스럽다.

[824호 - 20's voice]

Writer 정의영 jungeuyoung@naver.com 
여름의 유일한 낙인 집 앞 카페의 썸머라떼를 더 이상 못 마실 계절을 기다립니다.
#20's voice#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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