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대학원, 그리고 나의 이야기

이 글은 불안함에 대한 자기 고백이다.
2013년에 대학 입학과 동시에 교정에 첫발을 내디딘 나는, 올가을에 17학번으로 다시 대학에 입학할 예정이다. 대학 교정이 마냥 새로웠던 4년 전과는 달리, 교정을 지긋지긋해하는 대학원 석사 과정생으로 입학한다는 것이 다르지만. 어쨌든 나는 생애 두 번째 대학 입학을 목전에 두고 있다.  

대학에서 3년 반의 시간을 보냈고, 이제 2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더 보내야 한다. 내 전공은 국어국문학이다. 그중에서도 국어를 연구하는 ‘국어학’인데, 여기서 내 전공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연구하는 분야인지,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내가 어떤 진로를 결정하고 있는지보다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굳이 내 전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고, 인문대학원 진학을 주변인에게 말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가 “집에 돈 많은가봐”였으므로, 이에 대한 작은 투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굉장히 무례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내 진로만 듣고 경제 상황을 멋대로 상상하고, 그것도 모자라 남의 집안 사정을 아무렇지 않게 물어보다니, 정말 대단한 염치들이다.  

한편으로는 이해도 된다. 인문학을 전공한 대학원생의 각박한 현재와 미래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얘기이므로, 그런 궁금증이 생길 수도 있겠지. 이제 나는 곧 학교에서 행정조교로 일하게 되는데, 여기서 받을 월급은 세전 136만원밖에 안 된다. 이 돈으로 월세, 생활비, 공과금, 세금, 등록금 등을 내야 한다.  

졸업 후에 괜찮은 돈벌이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므로, 부모의 지원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현실이 있기에 멋대로 내 경제적 뒷배경을 상상하는 것도 납득은 할 수 있다. 무례하다는 생각은 변함없지만. 우리 집엔 돈이 많지 않다. 학부 때 받은 경제적 지원만으로도 충분히 부모님께 부담이 되었으므로, 등록금을 비롯한 대부분의 경제적 활동은 최대한 알아서 해결하고 싶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데 왜 대학원에 가냐고? 솔직히 나도 아직 정확히 모르겠다. 학부 1학년 때 처음 만난 대학원생 선배를 보면서 막연히 그를 동경했고, 그 후로 쭉 지금까지 해온 공부를 학부 수준에서 끝내고 싶지 않았다. 1년간 휴학하면서 진로를 찾다 보니, 더 정확히는 취직과 대학원 중에서 여러 각도로 고민해 보니 이대로 취업시장으로 뛰어들면 영영 대학원은 시도조차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 대학원에 진학한 후 내 미래를 고민하기로 했다. 어찌 보면 낭만적으로 들릴 수 있는 말이다. 대학 입학 때부터 간직해왔던 공부에 대한 열정을 계속 이어간다니! 그러나 사실 낭만 같은 건 없다. 그저 4년간 배웠던 학문을 이대로 놓아버리고 싶지 않다는, 막연한 아쉬움이 마음에 걸렸을 뿐이다.  

누군가에겐 철없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다. 집안 사정이 좋지 않다면 취직해서 돈이나 벌 것이지, 그까짓 생각으로 대학원에 가냐고. 나도 안다. 이런 내가 철이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대학원 입학이 확정된 지금까지도 스스로에게 확신이 서 있지 않은 상태이며, 부모님은 대학원에 대해 이것저것 물으시지만 대답을 피한다.  

불안하다. 불안하지만, 난 그 불안함을 안고 대학원을 선택했다. 이 글은 불안함에 대한 자기 고백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알면서도 불완전한 선택을 한 나에 대한 고백. 「대학내일」에 대학원생의 이야기를 써도 되는 건지는 애매하지만, 대학원도 어쨌든 대학의 일부이므로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펜을 들었다.  

제목만 보고 대학원생의 일상과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했을지 모르겠지만, 난 아직 정식으로 대학원생이 된 것도 아니라 아직 딱히 할 얘기가 없다. 학부생과 대학원생의 경계에서 내가 한 선택의 이유조차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는 내 모습을, 그냥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었다. 지금의 불안을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미래가 내게 오길 빌며, 글을 마친다.

[826호 - 20's voice]

writer 이소영 언어 공부하는 대학원생입니다. 
#에세이#20's voice#불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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