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스미다 강을 달리는 행복
우리도 행복의 홈런을 때리려면 내 감정의 스위트 스폿을 알아야 한다.
그건 진짜로 행복할 때 나오는 표정이었다. MBC <나 혼자 산다>의 출연자 이시언은 일본 시즈오카로 여행을 떠났다. 그의 시즈오카 여행은 조금 특이했다. 남들이 많이 가는 관광지를 방문하는 여행이 아니었다. 철저하게 자기 취향에 맞춘 여행이었다.
미니카로 유명한 타미야 본사 방문, 중고 가게에서 피규어 사기, 건담 카페에서 만화 주인공처럼 밥 먹기 등. 방송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중고 가게에서 <파이널 판타지> 게임팩을 발견했을 때 이시언이 지었던 표정이다. 그야말로 온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표정이었다. <파이널 판타지> 마니아라면 그 순간만큼은 로또 맞은 기분이었겠지.
방송을 보며 나도 행복해지는 기분이었다. 덩달아 5월에 갔던 일본 여행 생각도 났다. 이시언씨가 피규어 판매점에서 행복했다면 나는 스미다 강변을 달리며 행복했다. 예약한 숙소 근처에 강이 있는 걸 알고 어찌나 기뻤던지. 매일 아침 뛸 수 있다는 생각에 한껏 들뜬 마음으로 운동복과 러닝화를 챙겼다.
도쿄에 도착해서는 아침마다 스미다 강 주변을 뛰었다. 달리다 보면 상쾌한 바람이 볼을 스쳤고 따스한 햇살이 온몸에 쏟아졌다. 파란 하늘 밑으로 펼쳐진 빌딩숲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한번은 내 옆으로 날렵하게 생긴 은색 유람선이 지나갔다. 장난기가 발동해 앞질러보겠다고 속도를 높여 뛰다가 심장이 터질 뻔했다.
평소 체력보다 오버한 탓이 컸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지금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라는 감각 때문이었다. 도쿄 여행의 절정은 엉뚱하게 달리기를 할 때 찾아왔다. 도쿄의 유명 관광지를 가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남들 다 간다는 시부야, 신주쿠, 긴자 거리를 활보했다. 폭풍 쇼핑에 먹방도 열심히 찍었다. 분명히 재미는 있었다. 하지만 감격스럽지는 않았다.
어떻게 도쿄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달리기가 될 수 있느냐, 도쿄타워에서 본 야경 정도는 되어야 하이라이트 아니냐, 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마다 감각의 주파수가 다르다. 누군가 도쿄타워에 올라 절정의 행복을 느낀다면, 다른 누군가는 스미다 강을 뛰면서 더 행복할 수 있다. 중요한 건 내 감각의 주파수가 어디에 반응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자신이 어떤 걸 원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여행을 가게 되면 깃발 꽂기 여행이 되기 쉽다. 유명하다는 관광지는 다 방문하지만 정작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여행. 내가 하는 여행을 다른 사람의 감각으로 채울 필요는 없다. 생각해보면 여행만이 아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자주 남의 행복을 내 행복인 양 착각하며 산다.
남들 하는 대로 살면 자기도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쉽게 오해한다. 남들처럼 해외여행을 가면, 남들처럼 힙한 곳을 가면, 남들처럼 옷을 입으면, 남들처럼, 남들처럼, 남들처럼…. 이렇게 ‘남들처럼’을 주문처럼 외우며 살면 ‘정작 내가 뭘 좋아하지?’라는 질문이 훅 들어올 때가 있다.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우리는 ‘어른아이’가 되거나 오춘기를 겪게 된다.
중요한 건 내 행복이 반응하는 정확한 지점을 아는 것이다. 내가 카페에서 책을 읽을 때 행복한지, 비싼 외제 차를 탈 때 행복한지 알 필요가 있다. 만약 자신이 책 한 장을 읽으며 행복해한다면 굳이 외제 차를 사려고 돈을 모으는 헛스윙을 할 필요가 없다. 야구에서 안타를 치기 위해 공을 맞히는 최적의 지점을 스위트 스폿(Sweet spot)이라고 한다.
우리도 행복의 홈런을 때리려면 내 감정의 스위트 스폿을 알아야 한다. 스미다 강을 뛰면서 느낀 것은 그것 하나다.
미니카로 유명한 타미야 본사 방문, 중고 가게에서 피규어 사기, 건담 카페에서 만화 주인공처럼 밥 먹기 등. 방송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중고 가게에서 <파이널 판타지> 게임팩을 발견했을 때 이시언이 지었던 표정이다. 그야말로 온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표정이었다. <파이널 판타지> 마니아라면 그 순간만큼은 로또 맞은 기분이었겠지.
방송을 보며 나도 행복해지는 기분이었다. 덩달아 5월에 갔던 일본 여행 생각도 났다. 이시언씨가 피규어 판매점에서 행복했다면 나는 스미다 강변을 달리며 행복했다. 예약한 숙소 근처에 강이 있는 걸 알고 어찌나 기뻤던지. 매일 아침 뛸 수 있다는 생각에 한껏 들뜬 마음으로 운동복과 러닝화를 챙겼다.
도쿄에 도착해서는 아침마다 스미다 강 주변을 뛰었다. 달리다 보면 상쾌한 바람이 볼을 스쳤고 따스한 햇살이 온몸에 쏟아졌다. 파란 하늘 밑으로 펼쳐진 빌딩숲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한번은 내 옆으로 날렵하게 생긴 은색 유람선이 지나갔다. 장난기가 발동해 앞질러보겠다고 속도를 높여 뛰다가 심장이 터질 뻔했다.
평소 체력보다 오버한 탓이 컸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지금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라는 감각 때문이었다. 도쿄 여행의 절정은 엉뚱하게 달리기를 할 때 찾아왔다. 도쿄의 유명 관광지를 가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남들 다 간다는 시부야, 신주쿠, 긴자 거리를 활보했다. 폭풍 쇼핑에 먹방도 열심히 찍었다. 분명히 재미는 있었다. 하지만 감격스럽지는 않았다.
어떻게 도쿄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달리기가 될 수 있느냐, 도쿄타워에서 본 야경 정도는 되어야 하이라이트 아니냐, 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마다 감각의 주파수가 다르다. 누군가 도쿄타워에 올라 절정의 행복을 느낀다면, 다른 누군가는 스미다 강을 뛰면서 더 행복할 수 있다. 중요한 건 내 감각의 주파수가 어디에 반응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자신이 어떤 걸 원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여행을 가게 되면 깃발 꽂기 여행이 되기 쉽다. 유명하다는 관광지는 다 방문하지만 정작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여행. 내가 하는 여행을 다른 사람의 감각으로 채울 필요는 없다. 생각해보면 여행만이 아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자주 남의 행복을 내 행복인 양 착각하며 산다.
남들 하는 대로 살면 자기도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쉽게 오해한다. 남들처럼 해외여행을 가면, 남들처럼 힙한 곳을 가면, 남들처럼 옷을 입으면, 남들처럼, 남들처럼, 남들처럼…. 이렇게 ‘남들처럼’을 주문처럼 외우며 살면 ‘정작 내가 뭘 좋아하지?’라는 질문이 훅 들어올 때가 있다.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우리는 ‘어른아이’가 되거나 오춘기를 겪게 된다.
중요한 건 내 행복이 반응하는 정확한 지점을 아는 것이다. 내가 카페에서 책을 읽을 때 행복한지, 비싼 외제 차를 탈 때 행복한지 알 필요가 있다. 만약 자신이 책 한 장을 읽으며 행복해한다면 굳이 외제 차를 사려고 돈을 모으는 헛스윙을 할 필요가 없다. 야구에서 안타를 치기 위해 공을 맞히는 최적의 지점을 스위트 스폿(Sweet spot)이라고 한다.
우리도 행복의 홈런을 때리려면 내 감정의 스위트 스폿을 알아야 한다. 스미다 강을 뛰면서 느낀 것은 그것 하나다.
[827호 - 20's voice]
writer 안성희 an-sseong@daum.net 89년생이니 아직 20대 맞죠?
#20's voice#20대 칼럼#82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