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우왓, 우마이!” 낮맥의 자유를 꿈꾸며 [방랑의 미식가]

우린 먹는 존재라고 당당하게 말할 테다.

   

‘공부 왜 할까? 뭘 위해? 아니 인간은 왜 살까? 지금 행복하지 않은데 우리 이렇게 살아서 뭘 얻으려는 걸까. 도대체 행복이 뭘까?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다 때려치우고 싶다.

아, 배고프다.’ 시험 기간 도서관에 가면 철학자가 되는 병을 앓았다. 뇌는 에너지를 쓰지만 끝내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무서운 병. 시험 기간 내내 도서관에 있었지만 성적은 때려치운 사람처럼 받게 된다. 꼬리를 무는 철학 질문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단 하나. 먹는 것뿐이었다.

신기하게도 먹고 나면 소크라테스에서 헤르미온느로 변해 책상에 앉을 마음이 생겼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인 『방랑의 미식가』는 60살에 은퇴한 아재가 할 일 없이 떠돌며 밥을 먹는 드라마다. 회사에 갈 일 없는 아재는 마지막 시험을 치고 강의실을 나오는 대학생처럼 홀가분한 마음으로 온갖 식당을 쏘다닌다.

   

드라마의 킬링 파트는 상상 속 사무라이를 불러내 억눌렀던 욕망을 표현하는 장면. 사무라이는 불친절한 식당 주인을 향해 욕지거리를 하거나 상을 엎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젓가락으로 후루룩댄다. 아재는 그렇게 상상하고 나면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진 표정으로 “오오. 우마이!”를 외친다.

<고독한 미식가> 제작진의 두 번째 혼밥 시리즈라 그런지 ‘우마이’는 빠지지 않고 등장. 2세대 먹방BJ 우마이 아재는 연신 맛있다고 소리치며 낮맥을 한다. 만약 사무라이가 우릴 봤다면 “어이, 대학생! 인생은 한 번뿐이다” 하며 전공 책을 반으로 댕강 베어버렸을 거다.

그러나 우마이 아재처럼 온갖 일탈을 저지르는 상상을 하다 보면, ‘뭘 또 그렇게까지’ 생각하며 금세 마음을 다잡게 된다. 대신 시험이 끝나면 꼭 낮맥을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내 안의 철학자에게 우린 먹는 존재라고 당당하게 말할 테다.

- 지금 배고파서 사는 게 힘든 사람 

[830호 - pick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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