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북유럽에 가도 행복은 없다 <행복난민>

행복이라는 부표를 찾는 건 순전히 내 몫
   

석가모니는 “인생은 고해”라고 했다. ‘으아! 사는 게 고통의 바다여!’ 같은 느낌일까. 최근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보자. 행복 앞뒤로는 어땠나? 아마 고통스러웠을 거다. 빌어먹을 행복은 아주 잠깐이고, 우린 그 순간을 위해 영원히 고통 받는다. 계속 행복한 상태로 사는 사람은 마약을 했거나 미친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그럼 ‘행복한 사람들’은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 건가. 그들은 정말 고민 없이 행복하기만 할까? 항상 행복에 취한 상태로? 전부 마약한 거야? 유엔 자문기구에서 발표하는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행복지수 1위를 차지한 국가는 덴마크다. 삶이 고통의 연속인데 행복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니! 그곳 사람들은 진심으로 행복할까?

궁금하던 중 SNS에서 덴마크 여행 프로그램 영상 하나를 발견했다. 출연진이 배우 박재민, 작가 장강명, 국회의원 심상정…? 가만 보니 여행 프로가 아니다. 이거 대체 장르가 뭐지? 다큐야 멘큐야 해모큐야? tvN <행복난민>의 취지는 뻔하다. 덴마크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하니 그 비결을 배워보자는 것.

   

접근 방식은 조금 특별하다. 그들도 마냥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닐 거라는 예상을 전제로 한다. <행복난민> 근로편의 첫 번째 화두는 ‘우리는 왜 이토록 힘들게 일하며 살고 있을까?’였다. 주 4일, 30시간을 일하면서도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이뤄낸 나라.

직장인들의 평균 퇴근 시간은 오후 4시. 듣기엔 마냥 부럽기만 하다. <행복난민>에서 파헤친 실상은 어떨까? 실제로 덴마크 사람들은 4시에 퇴근하고 주 4일 일한다. 하지만 임금의 반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심지어 세금이 계속 오르지만 복지 혜택은 점차 줄고 있다.

그들이 오후 4시에 퇴근할 수 있는 건 업무 시간엔 살벌하게 일하는 고능률 성과 중심 체제이기 때문이다. 실업급여로 10년간 생활하는 프리라이더에 대해 찬반여론이 갈리기도 한다. 실제로 덴마크의 시스템에 불만을 갖고 다른 유럽 국가로 이민을 가는 사람도 늘고 있다.

   

장강명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의 주인공 계나는 행복을 돈에 빗대어 표현한다. 아주 행복한 기억 1개로 오래 즐거울 수 있다면 자산성 행복을, 일상에서의 자잘한 행복이 중요하다면 현금흐름성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장소가 아니라 내가 어떨 때 행복한 사람인지, 그 순간을 위해 어떤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지 하는 것들이다. 삶이라는 고통의 바다에서 행복이라는 부표를 찾는 건 순전히 내 몫이니까. 이런 생각들을 하고 보니 나는 덴마크가 잘 맞는 것 같아서 떠나려 한다. 덴마크 이민 파티원 모집합니다. (1/20) - 행복 찾아 이민 간다는 사람

[833호 - Weekly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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