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실천하는 대충주의자, 소설가 최민석
‘잘 돼봐야 고작 평범하게 지낼 수 있는’
‘잘 돼봐야 고작 평범하게 지낼 수 있는’ 작가의 길을 택했다는 남자. 등단은 했지만 아무도 글을 청탁하는 사람이 없어 스스로 마감을 정하고 자신의 홈페이지에 매주 에세이를 한 편씩 써서 올린다. B급 소설가로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하며 꾸준히 제 살을 깎아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재미없거나 쓸데없는 문장을 지워나가는 퇴고를 하다가 장편소설 한 권을 통째로 버릴 뻔했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작가님’이 이래도 되나 싶어 독자가 사서 걱정을 하게 되는데, 그는 어느새 후루룩 에세이집 두 권을 달려나가 후기를 쓰며 말한다. “나 혼자만 즐겁게 살면 눈치 보여서 하는 말인데, 내가 즐거우니 기왕이면 여러분도 즐겁게 살기 바란다. 나 혼자만 즐거우면 외로워지니까.” 배가 아파서라도 그를 만나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갓 소설가가 된 당시에 글을 청탁하는 곳이 하나도 없어서, 스스로 마감을 매주 금요일 6시로 정하고 에세이를 한 편씩 써서 올렸다고요. 이 책은 그 산물입니다. 스스로와의 약속을 3년간 지키시다니, 생각보다 무서운 분이셨군요….
독방에 수감된 장기수가 작은 돌로 벽에 날짜를 새기는 심정으로 써나갔어요.(웃음) 아무리 그래도 약속이잖아요. 저 자신과의 약속이고, 소수라고 할지라도 독자와의 약속이니까. 그냥 취미로 한다면 상관없는데, 직업이 작가니까 독자와 한 약속이라면 돈을 받건 안 받건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석 달은 부담 없이 썼는데 6개월 정도 되니까 힘들더라고요. 그때부터는 글쓰기를 생활의 중심에 놓고 계속했죠. 금요일 6시에 에세이 올리는 것은 반드시 기본적으로 해야 되는 일이다, 생각하고 그걸 위주로 생활을 재편했어요.
마치 가게를 오픈 했는데 월요일을 휴무로 정했으면 월요일만 쉬어야지 무슨 일 있다고 쉬면 안 돼, 그런 느낌이네요. 맞습니다. 제가 원래 포기가 빠른 사람이긴 한데 글까지 포기하면 어이쿠… 그 대신 글에서의 멋과 명예를 포기했죠. 마감을 지키고.
힘든데도 몇 년간 지속할 수 있었던 동력이 있다면, 매주 마감을 해낼 때 오는 성취의 기쁨이었을까요?
글이 잘 써진 날은 기쁘지만, 안 써진 날도 글을 올려야 하잖아요. 보통은 수요일까지 미리 써두는 편인데, 글이 안 풀릴 땐 금요일 5시 50분에도 쓰고 있는 거죠. 6시가 되면 어쩔 수 없이 올리는데, 그럴 때면 성취감이 아니라 자괴감이 들어요. 그런 글은 주말에 계속 붙잡고 고쳤어요. 그래도 일단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써보자, 실패할지언정 쓰고 보자 생각했어요. 아무것도 안 쓰면서 ‘내 안에 명작이 있어’ 하고 혼자 위안 삼는 것보다 졸작을 내고 욕먹는 게 낫다, 평가를 하더라도 내가 하지 말고 독자들이 평가하게 하자, 그런 마인드로 썼어요.
그렇게 말씀하셔도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을 어떻게 내려놓았는지 궁금해요.
내 안에 있는 더 좋은 글, 더 완벽한 글을 보여주겠다고 안 쓰는 사람들은 완벽주의자죠. 실천하지 않는 완벽주의자요. 그런데 실천하지 않는 완벽주의자보다는 실천하는 대충주의자가 낫잖아요. 사실 ‘에세이를 쓰겠다!’ 한 것도 술김에 한 말이었거든요. 그런데 은근히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제가 원래 말 바꾸기 전문입니다만 소설가가 다른 건 거짓말한다 해도 어떻게 글 쓴다는 걸 거짓말할 수 있나 싶었어요. 직업윤리의 마지노선을 어기는 것 같아서 한번 해보자! 하고 쓴 거예요. 『꽈배기의 맛』을 2년 좀 넘게 썼고, 『꽈배기의 멋』은 두 달 정도 혼자 쓰다가 대학내일에서 연재 제의가 와서 1/3 지점부터는 연재하며 쓴 글들이에요.
무슨 일이 있든 매주 한 편을 완성하려면 글이 막힐 때 애용하는 방법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작가님만의 ‘필살기’가 있을까요?
아, 필살기, 필살기…. 피곤하네요. 그런 걸 알면 저도 끙끙대면서 안 썼겠죠.(웃음) 영업비밀은 『꽈배기의 맛』에 밝혀두기도 했는데, 일단 그걸 읽으시는 게. 하아… 필살기, 필살기라는 것은… 아! 마침 제가 ‘글쓰기의 본격적인 잔기술’이라는 강의를 ‘어쩌다 가게’에서 하고 있는데, 거기 오시면 필살기를 알려드릴게요.(수줍)

그럼 글쓰기의 잔기술 중 하나로, ‘제 글은 왜 재미가 없을까요, 어떻게 하면 작가님처럼 재밌게 글을 쓰나요?’ 하는 질문에 답하신다면?
글에 욕심이 있어서 그래요. 욕심을 버리면 돼요.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농담 한두 마디 하잖아요. 누구에게나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누군가를 기분 좋게 해주는 면이 약간씩 있거든요. 그걸 글에 넣으면 되는데 글을 쓸 때가 되면 대부분 진지해져요. 우리는 글을 무거운 걸로 생각하거든요. 글 안에 뭔가 통찰과 성찰, 깊은 정보와 지식 같은 걸 담아야 할 것 같으니까 어깨에 자꾸 힘이 들어가죠. 그러다 보니 글로 깨달음을 주려고 하고, 글 속에서 잘난 사람, 똑똑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하는데요. 그런 부담을 덜어내고 실생활에서 하는 농담을 가볍게 한두 줄만 넣어도 글에 위트가 생길 거예요.
유머는 내려놓음의 자세에서 나오는 거군요.
맞습니다. 비워내야 합니다. 저는 글 쓸 때 항상 비워놓습니다. 막상 실생활에서 만나면 사람들이 저보고 다 진지하다고 하거든요. 하지만 오히려 글 쓸 때만큼은 저의 이 진지한 모습을 애써 감추고, 철저한 내려놓음의 자세로….
아, 네…. 책 속에서 야구 타자와 글쓰기를 비유한 부분이 와 닿았어요. 연습 시간에 비해 타석에 서는 순간은 굉장히 짧은 것, 이게 글쓰기의 본질이라고요. 평소 이런저런 연습이 되어 있어야 하고, 지금 공이 날아온다는 자세로 키보드 앞에 앉아야 한다고요.
사실상 저한테는 에세이 쓰기가 연습이에요. 제 본업은 소설가이기 때문에 에세이에서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고 괜찮은 것들을 소설로 옮기는 거죠. ‘연습을 실전처럼, 실전을 연습처럼’이란 말처럼 에세이도 그냥 흘려보내는 연습 과정이 아니라, 이것 역시 하나의 결과물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매주 써요. 그러다 보니 소설의 연습 삼아 쓴 에세이도 이렇게 결과물이 되었잖아요.
두 마리 토끼를 잡으셨네요!
아뇨, 둘 다 놓치긴 했는데요. 하나라도 똑바로 할 걸 그랬나 싶긴 한데…. 어쨌든 제가 계속 썼던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글 쓰는 시간이 즐거웠기 때문이에요. 등산하는 사람들이 높은 산에 오를 때의 기쁨과 비슷한 거죠. 일종의 피학적 쾌감이 있어요. 글이 안 풀릴 땐 엄청 괴로운데 결국 내가 하고자 했던 말을 돌아가더라도 원하는 방식대로 했을 때, 그 쾌감, 그 기쁨이 있어요. 결국 내가 즐겁기 위해서 쓰는 거죠.
책에서 ‘교훈을 주려고 작정한 브라질 노인의 책(『흐르는 강물처럼』)’ 을 읽은 뒤 유서를 쓰셨잖아요. 거기서 되도록 글을 써보라고, 자신의 마음을 마주하는 일의 중요성에 대한 언급을 하셨어요.
살다 보면 좀 복잡한 감정이 생길 때가 있잖아요. 뭔가 얘길 하고 싶은데,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모를 때. 그럴 때 저는 글 쓰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육체를 바라볼 수 있는 거울은 가지고 있지만 우리 영혼, 즉 내 생각을 바라볼 수 있는 ‘생각의 거울’은 없잖아요. 생각을 말로 하면 그냥 흘러 지나가버리지만, 글로 쓰고 나 혼자 고치다 보면 내 생각의 요체가 물리적인 형태로 존재하게 돼요. 그게 내 영혼의 거울인 셈이죠. 때문에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글쓰기보다 좋은 건 없다고 생각해요.

같은 유서에서 하루 30분 정도는 멍하게 지내길 바란다는 얘기도 하셨어요. 요즘은 사람들이 워낙 틈이 없이 살잖아요. 잠시라도 빈 시간이 생기면 어김없이 스마트폰을 보고.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저한테는 굉장히 중요해요. 이렇게 커피 한 잔 하면서 저기 나무도 내다보고, 카페 벽 보면서 멍하니 있는 거죠. 작가들이 흔히 “누구나 인생 속에 장편소설 한 권 분량의 얘기가 있다”고 해요. 즉, 처음엔 자기 이야기를 쓰면 돼요. 그런데 어느 시점에 가면 자기 얘기가 떨어질 때가 와요. 그럼 결국 간접경험을 통한 창작을 해야 하는데 하루를 바쁘게 지내면 생각이 정리가 안 돼요. 창작자한테 멍하게 있는 시간이 필요한 건 그래서예요. 뇌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되었어요. 우리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을 때, 먼저 경험한 것들이 안에서 배합되고 발효되면서 새로운 생각이 번뜩 떠오른대요. 그게 어떤 느낌이냐면, 우리가 목욕탕에 가면 뜨거운 물에 몸 담그고 느슨하게 앉아서 콧노래 부르고 그러잖아요. 몸이 목욕을 하듯이 우리 영혼도 목욕을 해야 하는 거죠. 생각을 한 번 싹 씻겨내는 거예요. 창작자는 항상 새로운 걸 내놓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내가 새로워져야 하거든요. 창조를 크리에이션이라고 하잖아요. 놀고 게임하는 건 레크레이션. 원래 그게 리-크리에이션이잖아요.
오, 지금 마치 스타강사 같으세요!
(에헴) 그니까 리-크리에이션을 해야 크리에이션을 할 수 있는 거예요. 노는 시간이 필요하단 거죠. 결론은 일일일, 공부공부공부 하다보면 잘 안 된다는 거예요. 진짜 잘 하는 사람들은 휴식을 철두철미하게 취해요.
그래선지 작가님 글에서는 특유의 느긋한 태도가 느껴져요. 요즘 친구의 취업을 축하해주지 못하는 마음을 빗대 ‘취시오패스’라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B급 문학을 표방하는 작가님은 다른 작가들의 작업을 보며 비슷한 마음이 들진 않으시는지?
아, 늘 듭니다. 일단 문단에 저보다 안 된 작가는 거의 없기 때문에….(좌중 웃음) 질투를 하자면 끝이 없죠. 그런데도 어떻게 긍정적인 기운을 유지하며 글을 쓸 수 있느냐 하면 남을 질시할 시간에 한 편이라도 더 쓰자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차라리 더 써서 욕을 먹지, 질투하느라 안 쓰지는 말자 이런 생각을 기본적으로 해요. 또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달려요. 땀을 흘리고 나면 몸이 개운해지고, 바라는 게 굉장히 단순해져서 좋아요. 아, 시원한 물 마시고 싶다. 아, 밥 먹고 싶다 하는 식으로요. 그래서 정신을 쓰는 일을 하면 몸을 쓰는 일을 해야 생활의 밸런스가 맞게 돼요.
몇 년간 같은 방식으로 글을 쓰며 내 변화를 스스로 지켜본 뒤 한 생각은 두 가지다. 첫째, 사람은 변화에 무력한 존재이니, 기왕 변할 것이면 좋게 변하자. 둘째, 내가 변하듯 독자도 세상도 변할 테니, 함께 좋은 방향으로 같이 성장하고 늙어가자. 이 두 가지만 이뤄지면 스포츠카 열 대를 가지는 것보다 나을 것이다. (물론, 11대라면 생각이 좀 바뀌겠지만….)
이 책을 개정판으로 내는 사이에도 몇 년의 시간이 흘렀는데, 옛날과 비교해 제일 좋은 쪽으로 변화한 게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사과를 빨리 하게 된 것? 제가 원래 사과의 아이콘입니다만 기본적으로 작가는 마음이 편해야 글을 쓸 수 있어요. 예컨대 아버지와 관계가 불편하다면, “아버지 그게 뭐예요!” 소리 지르고 전화를 끊은 다음 ‘아, 원고 써야지’ 하고 집중하는 게 불가능하거든요. 찜찜한 마음이 남아 있으면 문장을 제대로 쓸 수가 없어요. 용케 한 문단을 썼다 하더라도 문단 자체가 별로예요. 그래서 글을 쓰기 전에 미안한 사람, 불편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 있으면 먼저 사과하는 게 남는 거더라고요. 개중에 제가 사과하면 황당해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아 그런 일이 있었어? 난 전혀 몰랐네, 듣고 보니까 기분 나쁜데… 너 이리 와봐.(좌중 웃음)
상대는 기억도 못 하는데 혹시 이걸로 서운해하진 않았을까 염려했다면 굉장히 섬세하신 건데요.
기본적으로 A형에 염소자리라 굉장히 섬세합니다. A형 염소자리 작가들이 많아요. 글쓰기에 좋은 성향을 타고났어요. 본인이 A형 염소자리라면 글을 써도 좋아요.(웃음) 기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디테일해야 해요. 작가의 생명이라는 건 문장 하나 잘못 쓰면 끝나거든요. 그런 사람들 많이 봤잖아요. 글 한 편, 말 한마디 잘못해서 사회적으로 지탄 받거나 활동이 끝난다든지…. 물론 제 책은 잘 안 팔려서 이때까지 큰 문제 없이 버텨왔지만….

작가님을 인터뷰하러 간다니까 다들 고민을 하나씩 얘기해주었어요.
올 게 왔군요. 목이 바짝바짝 타네요.(옆에 있는 생수를 꿀꺽꿀꺽) 정말 난처하네요. 제가 「대학내일」과의 인연으로 이렇게 고민 상담가가 되어서…. 저도 고민이 많거든요. 이거 좀 보세요, 옷 이거, 소매가 이렇게 짧아서 팔을 들면 옷이 팔꿈치까지 오는 거예요.
왜요, 괜찮으신데요.
이런 패션은 없잖아요! (좌중 웃음) 아내가 요즘 자꾸 제 옷을 입어요. 이 옷도 여행 가서 산 건데 소매를 자기한테 맞게 수선했더라고요. 이거 사진 찍을 때 낭팬데 어쩌나 걱정하면서 왔어요. 혹시 왜 이렇게 소매가 짧은 걸 입고 나왔느냐 물으시면 ‘제 문학적 깊이가 얕기 때문에 깊어지기 전까지는 외투도 바지도 짧은 걸 입도록 하겠습니다’ 말해야 하나….
하하. 소매가 짧은 작가님, 첫 번째 고민입니다. 낯가리는 사람들을 위한 처음 만난 자리의 대화법이 궁금하대요. 자기는 낯을 너무 많이 가리는데 처음 만난 자리에서 아무렇지 않게 잘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다고요.
필요한 말만 하는 게 좋죠. 처음 만났는데 영혼 없는 말 하는 사람들, 그거 괜한 욕심에서 발현된 거라고 생각해요. 굳이 할 필요도 없는데 리액션 하고 칭찬하면 오히려 진심이 더 안 느껴져요. 하고 싶은 말만 빨리 하고 헤어지는 게 답입니다. 그러고 나서도 싫지 않다고 하면 다음에 또 볼 수 있는 거고. 사람의 진심은 차차 알아가는 거지 처음부터 불필요하게 과한 친절로 대할 필요는 없어요.
‘작가님은 친구가 많으신가요? 인간관계가 다 피상적인 것 같고, 어른이 된 후에 친구를 어떻게 사귀어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친구 별로 없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친구는 어차피 없어지니까. 친구는 30대가 되면 일 때문에 사라지고, 가정 생기면 가정 때문에 사라지고, 애 생기면 애 때문에 사라져요. 어차피 친구란 건 나이 먹으면 멀리 있는 존재예요. 친구가 있다는 건 마치… 미국이 존재한다는 그런 느낌으로 살아가는 거예요.(좌중 웃음) 영원한 우방이라고 하는데 무슨 상관이야! 친구는 미국 같은 존재예요, 그냥 어딘가에 있는 거예요. 무엇보다 친구가 많으면 들어야 할 보험이 많아지므로 좋지도 않고요… 자기 자신과 친구가 되는 게 제일 좋아요. 그리고 친구는 좋은 사람 딱 한 명만 있으면 충분해요.
미래가 막막한데 작가님은 20대 때 뭘 하고 싶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10대 땐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는데, 20대엔 딱히 하고 싶은 게 없었어요.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았어요. 대부분 그렇지 않나요? 그때 반드시 난 뭘 할 거야! 정해놓은 사람 많진 않잖아요. 대학 가느라 전공을 택한 거고, 학교든 회사든 다니면서 계속 스스로 이게 맞는지 아닌지 물어보는 거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는 건 20대를 보내는 10년 동안 자기가 뭘 할지 잘 모른다는 거예요. 저 역시 몰랐기 때문에 34살이 돼서 소설가로 등단한 거고요. 20대 때는 그냥 이것저것 경험하면서 자신을 탐구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뚜렷하게 하고 싶은 게 없는 걸 조바심내면서 무언가를 정하려 할 필요는 없어요. 시간이 되면 책을 읽으면 좋죠. 『꽈배기의 맛』이라든가, 『꽈배기의 멋』이라든가….

[835호 - interview]
Photographer 배승빈
#835호#835호 interview#835호 대학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