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연애 말고 취업 말고 옛날얘기 말고 <서늘한 마음썰>
같이 질척거리고 싶어졌다.
Podcast [서늘한 마음썰]
생각해보면 같이 지냈던 시간은 찰나고, 그 이후론 계속해서 멀어지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고등학교 친구들도, 대학교 친구들도. 심한 갈등이 있었던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각자만의 사정이 생기면서 만나는 게 연중행사가 됐으니 그럴 만도 하지.
예전에는 학교 앞 술집에서 가는 밤을 붙잡고 깊은 속내를 털어놓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서로에게 그것보다 중요한 일들이 더 많아졌다. “요즘 어때?”라는 질문에 나오는 얘기들이 점차 뻔해져간다는 사실이 퍽 슬프다.
누군가의 취업 고민으로 시작한 대화가 또 누군가의 연애 얘기로 한창 시끄러워졌다가, 그마저도 시시해질 때 또 다른 친구가 옛날 얘기를 슬며시 꺼낸다. “야, 그때 너 진짜 웃겼는데~” 새내기 시절의 흑역사, 서로만 아는 남루했던 과거…. 중년의 아저씨들처럼 신나게 추억팔이를 하다가 집에 오면 어딘지 허한 마음이 들어 끝내 잠을 설치게 되는 것이다. 바빠지는 일상들을 잡을 재간은 없지만, 서로의 삶에 좀 더 유의미한 말을 건넬 수는 없을까. 팟캐스트 <서늘한 마음썰>을 들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고민이 너를 괴롭게 하는지’ 같은 질문이 우리에게 필요한 게 아니었냐고.
가족에 대한 고민이든, 말하기 어려운 감정이든, 사회 현실에 대한 깊은 분노가 됐든 복잡한 고민들이 일상을 가득 채우고 있을 텐데 ‘잘 지내?’라는 안부로는 한참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서늘한 마음썰>은 우리가 잘 지내지 못하는 여러 이유를 깊이 파고든다. 마치 시험 기간 친구들과 도서관을 배회하면서 나눴던 대화들 같았다.
중요한 건 어떤 방황이든 ‘당신만 느끼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 그러니 힘들 땐 주변 사람들과 고민을 터놓고 위로를 주고받을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던 ‘인생 고민’들의 종착지에는 언제나 “나도 그래!”라는 말이 주던 무한한 위로가 있었다. 하지만 다들 사정이 있을 텐데 힘들다고 말하는 게 두렵기도 하다.
이렇게 서로의 일상에 무심해지고, 대화의 주제를 잃어간 건 아닐까. 방송을 듣다가 가슴에 콕 박힌 말. “세월이 지나면서 더 농익는 우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 지금부터 서로 질척거리면서 의지하는 연습이 필요해요.” 연애 말고, 취업 말고, 옛날얘기 말고 마음속 슬픔과 어려움을 마주하며 같이 질척거리고 싶어졌다.
- 대화 주제가 동 나버려 곤란한 사람
생각해보면 같이 지냈던 시간은 찰나고, 그 이후론 계속해서 멀어지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고등학교 친구들도, 대학교 친구들도. 심한 갈등이 있었던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각자만의 사정이 생기면서 만나는 게 연중행사가 됐으니 그럴 만도 하지.
예전에는 학교 앞 술집에서 가는 밤을 붙잡고 깊은 속내를 털어놓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서로에게 그것보다 중요한 일들이 더 많아졌다. “요즘 어때?”라는 질문에 나오는 얘기들이 점차 뻔해져간다는 사실이 퍽 슬프다.

누군가의 취업 고민으로 시작한 대화가 또 누군가의 연애 얘기로 한창 시끄러워졌다가, 그마저도 시시해질 때 또 다른 친구가 옛날 얘기를 슬며시 꺼낸다. “야, 그때 너 진짜 웃겼는데~” 새내기 시절의 흑역사, 서로만 아는 남루했던 과거…. 중년의 아저씨들처럼 신나게 추억팔이를 하다가 집에 오면 어딘지 허한 마음이 들어 끝내 잠을 설치게 되는 것이다. 바빠지는 일상들을 잡을 재간은 없지만, 서로의 삶에 좀 더 유의미한 말을 건넬 수는 없을까. 팟캐스트 <서늘한 마음썰>을 들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고민이 너를 괴롭게 하는지’ 같은 질문이 우리에게 필요한 게 아니었냐고.
가족에 대한 고민이든, 말하기 어려운 감정이든, 사회 현실에 대한 깊은 분노가 됐든 복잡한 고민들이 일상을 가득 채우고 있을 텐데 ‘잘 지내?’라는 안부로는 한참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서늘한 마음썰>은 우리가 잘 지내지 못하는 여러 이유를 깊이 파고든다. 마치 시험 기간 친구들과 도서관을 배회하면서 나눴던 대화들 같았다.

중요한 건 어떤 방황이든 ‘당신만 느끼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 그러니 힘들 땐 주변 사람들과 고민을 터놓고 위로를 주고받을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던 ‘인생 고민’들의 종착지에는 언제나 “나도 그래!”라는 말이 주던 무한한 위로가 있었다. 하지만 다들 사정이 있을 텐데 힘들다고 말하는 게 두렵기도 하다.
이렇게 서로의 일상에 무심해지고, 대화의 주제를 잃어간 건 아닐까. 방송을 듣다가 가슴에 콕 박힌 말. “세월이 지나면서 더 농익는 우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 지금부터 서로 질척거리면서 의지하는 연습이 필요해요.” 연애 말고, 취업 말고, 옛날얘기 말고 마음속 슬픔과 어려움을 마주하며 같이 질척거리고 싶어졌다.

[836호 - weekly culture]
intern 김영화 movie@univ.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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