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그들 각자의 영화, 그들 각자의 꿈 <전체관람가>

영화의 안과 밖에서 꿈꾸는 사람들을 보며

tv <전체관람가>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한다는 건 꿈같은 일이다. 일단 카메라든 아이폰이든 영상을 찍을 도구가 있어야 한다. 머릿속에 막연하게 떠다니는 주제를 대사와 지문으로 옮겨낼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시나리오를 읽고 연기로 표현할 수 있는 배우도 필요하다. 촬영 장소를 섭외하고, 소품·의상·조명 등도 준비해야 한다.

앞서 말한 것들이 한날한시 한 장소에 세팅되려면 스케줄 조정을 해야 하고,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퀄리티 무시하고, 최소한 필요한 것만 생각해봐도 벌써 이 문단이 꽉 찼다. 그래서 난 영화 보기를 꽤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영화감독은 꿈조차 꿔본 적 없다. 엄두가 안 난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사람들도 대부분 꿈만 꾼다. 특히 감독 입봉이 하늘에 별 따기라는 한국의 영화계에서는 꿈이 더욱 귀할 것이다. JTBC <전체관람가>는 꿈같은 일을 여러 번 경험한 영화감독들을 불러 모았다. 10명의 감독들은 ‘VR’, ‘하우스 푸어’, ‘외모 지상주의’ 등 각자 고른 주제를 기반으로 단편영화 한 편을 완성한다.


프로그램은 10분 내외의 영화보다도 메이킹 필름을 보여주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곧 꿈을 완성하는 과정. 영상에서 돋보이는 건 감독이 아니라 오히려 그 주변의 스태프들이다. 영화를 흔히 ‘감독의 예술’이라 하지만, 촬영 현장의 많은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각자의 예술’을 꿈꾸고 있었다.

TV에서 헤드폰이나 귀마개를 씌워주는 시늉을 할 때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노래, ‘Reality’는 무려 37년 전 개봉작의 삽입곡임에도 여전히 힘이 있다. 꿈과 현실은 반대라고, 현실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헛된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가사를 곱씹어볼 만하다. 나에게 꿈은 현실이다(Dreams are my reality).

다른 사람들이 꿈 깨고 현실에 집중하라고 손가락질하더라도 꿈 역시 현실이다, 그 종류가 다를 뿐(A different kind of reality). 꿈은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놀라운 세계이기 때문에(A wondrous world where I like to be), 난 꿈 안에서 살려고 노력한다(I try to live in dreams). 영화의 안과 밖에서 함께 꿈꾸는 사람들을 보며, 잊혀져가던 내 꿈도 다시 한 번 떠올린다.

- 현실 때문에 꿈을 미뤄둔 사람

[837호 - weekly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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