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당신도 소수자 <마스터 오브 제로>

여성, 성소수자, 청각장애인, 이민자들의 삶

drama <마스터 오브 제로> 


밤 12시. 태국 치앙마이에서 마감을 하고 있다. 깔끔하고 시원한 숙소는 와이파이가 눈부실 정도로 빠르다. 덕분에 업무 연락은 빛의 속도로 내게 닿는다. 거의 사무실에 있는 수준이다. 처음부터 일을 하려던 건 아니었다.

‘동남아니까 인터넷이 느리겠지? 연락도 잘 안 될 거야. 결국 난 일을 포기해야 할 테고 편안히 여행만 하는 거야.’ 헛된 기대를 했었다. 전제부터 틀렸다. ‘동남아니까’라니. 그런 곳은 없다. 태국 치앙마이 님만해민 지역의 한 호텔과 ‘동남아’는 전혀 다른 공간이다. 마찬가지로 우린 종종 사람들에 대해서도 제멋대로 상상한다. ‘동남아 사람들’이나 ‘서양인들’ 같은 단어 속에는 편견이 있다.

실제로 그들이 어떻든 전형적인 이미지로 퉁치는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터 오브 제로>의 주인공 데브는 거의 매일 이런 편견에 시달린다. 데브는 서른 살이고 뉴욕에 산다. 직업은 배우. 영화나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광고 수입도 꽤 있는 편이다.

여기까지만 읽은 10명 중 9명은 데브를 백인이나 흑인으로 떠올렸을 테다. 데브는 인도인 2세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그에게 사람들은 끊임없이 다른 잣대를 들이민다. 오직 겉모습 때문이다. 인도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그에게 감독은 인도인 의사 역할이니 인도식 영어 발음을 요구한다.

소개팅에선 매번 먹어본 적도 없는 인도 카레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데브는 미국인이지만, 백인 친구는 한 번도 듣지 않는 질문들에 답해야 하는 자리에 놓여 있다. 누구나 신물이 날 만한 상황. 데브는 화내는 대신 뼈 있는 농담으로 답한다.

“내가 아는 인도사람 중에 아무개라고 있는데 걔 알아?”라고 물으면 “내가 아는 백인 중에 OO이라고 있는데 너는 걔 아니?”라며 받아친다. 한 번만 입장을 바꿔보면 답이 나오는 일이라는 것. <마스터 오브 제로>는 여성, 성소수자, 청각장애인, 이민자들의 삶을 거울 삼는다.

누구나 편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나도 ‘살짝 까만 동양인 남자’가 받는 온갖 편견에 둘러싸여 있구나. 또 한 번 깨닫는다. 무려 ‘동남아’에서 빛의 속도로 마감 원고를 보내며.   -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람 

[839호 - weekly ch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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