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현실의 벽 앞에 결혼을 포기한 너와의 연애를 포기했다

무엇이 널, 그리고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는 ‘3포 세대’는 뉴스에서만 나오는 우리를 제외한 다른 사회 구성원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항상 손을 잡고 다니고 주말마다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다니시는, 아직도 신혼 같으신 부모님을 보며 나는 항상 결혼을 꿈꿔왔고 너와의 결혼을 꿈꿨다. 20대 중반인 지금, 결혼을 말하기엔 이를지라도 10년 뒤엔 너와 한 집에서 사는 모습을 꿈꿨다. 항상 나의 미래엔 네가 함께 있었다. 하지만 너는 아니었다.

4년 전, 4월 건대에서의 어색한 첫 만남이 어제 있었던 일처럼 생생하다. 파스타를 먹으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너의 모습에 나는 반했다. 순박해 보였고 그런 네가 나만 바라봐줄 것 같아 참 좋았다. 우리가 만난 지 1년이 좀 넘었을 때, 항상 결혼을 꿈꿔오던 나였기에 나는 네가 함께 있는 미래를 너에게 말하였다.  

“우리 10년 뒤쯤 결혼해서, 서로 닮은 아이 낳으면서 살면 참 좋겠다. 나는 남녀 쌍둥이 한 번에 낳아서 끝내고 싶어. 그러면 참 좋겠다. 그치, 너는 어때?”  

너는 그냥 웃고 넘어갔다. 내가 주저리주저리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 때 너는 항상 웃고 넘어갔다. 결혼 이야기는 하지 말자고 했다. 지금이 중요하다고 그랬다. 그러다가 너는 결혼은 다른 남자와 꿈꾸라 하였다. 나는 그런 너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고 그렇게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너의 대답은 늘 똑같았다.  

“다른 남자 만나서 결혼해. 나한테는 맛있는 거 사들고 가끔 와줘. 나는 결혼 안 하고 혼자 살 테니깐.”  

나는 그런 네가 답답했고 도대체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너는 나에게 요즘 같은 시대에 집도, 직업도, 돈도 없는데 어떻게 결혼을 하냐고 대답했다. 10년 뒤에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하였다. 현실의 벽 앞에 주저앉은 너는 나와의 미래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사실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외면하고 싶었을 뿐이다. 지금 당장의 일이 아니기에 나는 너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너를 만나는 4년 동안 10번의 같은 질문을 하였고 너는 매번 똑같은 대답을 하였다. 결혼은 다른 남자와 하라는 10번째 너의 대답에 나는 나 스스로를 보호하기로 마음먹었다.만나서 이야기할 용기가 없었던 나는 카톡으로, 전화로 너에게 이별을 고하였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던 듯, 너는 담담하게 받아들였고 그렇게 우리는 끝이 났다.  

나는 현실의 벽 앞에 결혼을 포기한 너와의 연애를 포기하였다. 만나는 4년 동안 애써 외면해왔던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무엇이 널, 그리고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결혼을 꿈꾸는 것은 사치였을까. 4년 동안 함께한 시간은 무엇이었을까. 우리의 이별은 우리가 결정한 게 아니라 현실이, 이 나라가 결정한 것 같아 참 서럽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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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채영은? 이별 또한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 믿으며 글로 남겨놓는 여자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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