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사랑의 본질에 관한 성인 동화
MOVIE, The Shape of Water

MOVIE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The Shape of Water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샐리 호킨스, 마이클 섀넌, 옥타비아 스펜서, 리처드 젠킨스 외

편견 없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일일까?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그 질문에 대한 현명한 답을 한다. 영화의 주인공 엘라이자(샐리 호킨스)는 언어장애를 지녔지만, 일어나면 따뜻한 물을 받아 그 안에서 육체적인 희열을 느끼는 주체적인 여성이고, 탭댄스를 따라 추며 일터에 가는 유쾌한 사람이다.
엘라이자는 수다스러운 동료 젤다(옥타비아 스펜서)와 함께 미 항공우주연구센터의 비밀 실험실을 청소하는 일을 한다. 어느 날 그녀는 물속에 사는 미지의 괴생명체 크리처(더그 존스)를 목격한다. 엘라이자와 크리처는 유리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뒤, 아무도 몰래 교감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실험실의 보안 책임자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가 크리처를 학대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그를 해부하려 하자, 엘라이자는 깊은 우정을 나눈 옆방 친구 자일스(리처드 젠킨스), 동료 젤다, 호프스테틀러 박사(마이클 스툴바그)와 함께 스트릭랜드에 대항하고, 크리처를 구하기로 한다.

그들의 반대편에는 폭력적이고 냉혹한 스트릭랜드가 있다. “우리는 신을 본떠 창조됐잖아. […] 아마 당신보다는 나를 닮은 쪽이겠지.” 스트릭랜드가 젤다에게 한 이 말은 그가 가진 편견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백인 남성, 즉 자신이 곧 신이라고 굳건히 믿으며 소수자가 아무 소리 내지 않고 침묵하며 살게끔 억압한다.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는 얼핏 기괴하고 무서워질 수 있는 이 영화에 음악과 색감으로 활기를 불어넣는다. 영화의 시작부터 어둡지만 몽환적인 색감과 환상적인 음악을 활용해 어른들을 위한 동화임을 암시하고, 말을 하지 못하는 엘라이자와 인간의 말을 하지 않는 크리처의 교감을 환상적으로 그려낸다.
특히 엘라이자와 크리처의 사랑 이야기를 음악으로 섬세하게 표현해낸 점이 돋보인다. 부드러운 물의 흐름은 신비로운 하프 소리로, 살짝 불안하게 움직이는 물방울은 잘게 떨리는 관악기 소리로 묘사해 물의 이미지를 청각적으로 그려낸 것.

비 오는 날 창문에 부딪혀 저마다 따로 흘러내리다가 합쳐져 흐르는 빗방울처럼, 엘라이자와 크리처는 물 밖의 현실에서 시작한 사랑을 물속에서 이루어낸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영화의 제목이 지닌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물은 담는 그릇에 따라 모양이 변한다. 사랑 또한 그렇지 않은가?” 사랑의 모양은 저마다 다르지만, 그 본질은 결국 같다는 의미일 테다.
영화 속에 나온, 아주 오래전에 지어진 시로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당신의 형체를 감지할 순 없지만, 어디에서든 당신을 찾을 수 있네. 당신의 존재는 사랑으로 내 눈을 채우고 내 마음을 겸손하게 만드네, 당신은 어디에든 있으니까.
# 사랑의 본질에 대해 더 생각하고 싶다면 +
Movie <내 사랑> 무뚝뚝하고 투박한 에버렛의 집에 몸이 불편한 모드가 가정부로 들어와 살며 사랑을 키우는 이야기. 에버렛은 모드로 인해 조금씩 변화하고, 모드는 집에 그림을 그리다가 우연한 기회에 화가가 된다. 모드가 예쁜 그림으로 어두운 집안을 밝혀주듯이 서로의 불완전한 부분을 메워주는 것이 사랑임을 보여준다.
Book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 드 보통의 데뷔작. 주인공과 그의 연인 클로이가 겪는 연애 속에서 철학적인 의미를 끄집어낸다. 왜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지, 사랑은 곧 소유인지 등 아무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던 ‘사랑’을 한 발짝 떨어져 특유의 통찰력으로 고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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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4호 - Culture Guide]
학생 에디터 문소정 moonsojeo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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