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잘 차려 먹는 한 끼의 소중함

점심을 먹어야 해. 저렴한 곳에서, 빨리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유튜브 동영상을 보던 것이 취미가 되었다. 여러 영상 중에서도 최근에 꽂힌 분야는 요리. 유명한 셰프의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요리보다는 일반인들의 간단한 자취 요리를 주로 본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요리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친근하게 느껴지고, 공감이 된다.

문득, 요리 영상을 보고 있다가 휴대폰 화면 속 그 사람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집을 나와 취사가 불가능한 기숙사에서 살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화면 속 잘 차려진 요리가 집밥을 떠올리게 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 순간 내가 느꼈던 가장 강렬한 감정은 따뜻한 음식과 여유로운 식사에 대한 부러움이었던 것 같다.

대학 입학 전에 나는 요리하는 것에 그다지 흥미가 없었다. 여느 고등학생들이 그렇듯 시간이 없었고, 어설픈 칼질을 하는 내 모습도 마음에 들지 않아 요리하는 것을 꺼렸다. 그렇기에 내가 직접 요릴 해서 식사를 한 기억이 거의 없다. 대신 엄마가 차려주는 밥을 먹었다. 밥, 국, 반찬. 매일 비슷했지만 군말 없이 먹었다. 이걸 먹고 공부해야 하니까.   그때는 ‘밥’을 매일의 연료라고 여겼다. 그런 내가 지금에 와서 잘 차려 먹는 식사에 부러움을 느끼게 된 이유는… 제한적인 식사를 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매일 삼시 세끼를 먹고 있긴 하지만 한 끼 식사에만 여러 제한이 존재한다. ‘점심을 먹어야 해. 저렴한 곳에서, 빨리.’ 학식, 기숙사 식당, 편의점.


매 끼니마다 별거 없는 선택지 속에서 짧은 고민을 한다. 목적은 오직 빠르게 식사를 끝내는 것. 무엇을 먹는지, 어떤 재료가 들어가 있고, 맛이 좋은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먹으며,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도 중요하지 않다. 바쁜 일상에 밀려 여유 있는 식사를 바랄 수 없게 된 것이다.

편의점에서 사 온 컵라면과 삼각 김밥을 책상에 세팅하고, 캔 음료수를 딴 뒤 노트북으로 요리 영상을 재생시켰다. 오늘의 요리는 봄나물 파스타란다. 정성스레 나물을 씻고 다듬고, 면을 삶고, 프라이팬에 볶아 예쁜 그릇에 담아내는 과정이 세세하게 담겨 있었다. 컵라면과 삼각 김밥을 먹고 나온 쓰레기를 치우며 왠지 조금 씁쓸했다.

편의점 음식이 아니라 봄나물 파스타를 먹는 것이 부럽기도 했지만, 그렇게 직접 요리하고, 예쁜 그릇에 담고, 식탁 앞에 앉아 여유 있는 식사를 한다는 것이 더 부러웠다. 그리고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를 방해하는 나의 바쁜 일상이 괜히 원망스러워졌다. 한편으론 편의점 음식에 괜한 연민을 가지고, 또 탓하는 것이 뭔가 웃기기도 했다.

사실 나는 식품공학을 전공으로 하고, 강의실에서는 가공식품에 대해 배운다. 빠르고 간편하게,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여 허기를 달래는 것 또한 식사의 한 종류임을 안다. 그럼에도 바쁘고 힘들수록 제대로 된 한 끼 식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성이 담긴 요리를 시간에 쫓기지 않고 좋은 사람과 함께 먹는 것.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이는 그 일이, 사람을 위로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테니까. 그러니 여러분, 아무리 바쁘더라도 하루 한 끼는 잘 차려 먹자고요. 우선 오늘 저녁부터!

[845호 - 20's voice]

WRITER 김신혜 sssshye@naver.com 일상의 사소한 일들에서 행복을 찾는 중입니다 
#20's voice#20대 에세이#8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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