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있지만 없고 보이지만 보지 않는 여성의 노동
Exhibition 히든 워커스

Exhibition <히든 워커스> Hidden Workers
일시 2018.04.05~06.16 장소 코리아나 미술관 space*c
한 여성이 무릎을 꿇고 미술관 바닥을 걸레질하고 있다. 말없이 내려다보는 조각상과 짐짓 교양 있어 보이는 관람객들 사이에서 그녀의 노동은 이질적이어서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다른 사진에서 그녀는 미술관 입구로 향하는 계단을 물청소하고 있다. 차갑고 딱딱한 돌 계단에 걸레질을 하고 양동이로 물을 끼얹는 그녀의 주위로 무심한 걸음들이 스친다. 1973년, 미국 출신의 행위예술가 미얼 래더맨 유켈리스가 구현한 작업의 일부이다.
유켈리스는 결혼과 출산 이후 매일같이 이어지는 가정의 ‘유지 관리(maintenanace)’ 일에 밀려 예술 활동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메인터넌스 예술을 위한 선언문 1969!’를 발표했다. 자신의 가사 노동이 곧 예술임을 선언한 그녀는 사회가 ‘가사 노동=무보수’라는 등식으로 하찮은 지위를 부여한다며 꼬집는다.
실제로 미술관 실내외 바닥을 청소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그녀는 사적 영역에만 존재하던 여성의 유지 관리 노동을 공적 영역에서 가시화하고, 미술관이라는 깨끗하게 관리된 공간 이면에 숨겨진 노동력을 드러내기도 했다.
<히든 워커스 Hidden Workers>는 이처럼 이 사회를 분명히 움직이지만 가려져 있는 여성의 노동을 조명하는 전시다. 전시 소개 일부를 옮기자면 이렇다.
“여성의 일은 ‘생산적인’ 일을 해내는 남자들을 ‘돕는’ 부차적이고 큰 가치가 없는 일로 간주되었고, 자연스레 여성의 노동 중 상당수가 사회적 시야에 잡히지 않게 되었다. 시대가 변하고 사회도 변했지만, 여전히 가사와 육아, 그리고 돌봄 노동은 대부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자들에 의해 지속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현대예술가의 시선으로 풀어낸 사회구조 내 여성의 노동을 살펴볼 수 있는 뜻깊은 기회다.

승무원 복장의 무용수가 비좁은 캐비닛 안에 겨우 들어가 양팔이 얽힌 채로 유리잔을 들고 있다.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하는 팔과 위태로운 표정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까지 구석에 내몰리는 듯하다. “잘못한 게 없어도 늘 죄송하다고 말해야 한다”는 한 노동자의 지친 목소리는 어느 서비스직에도 통용되는 무거운 말이다.

“그때 너는 나를 엄마라고 불렀단다, 지금은 믿기 힘들겠지만.” “이런 일까지 해야 하나 싶어 눈물이 날 때도 많았다.”
한 아이가 태어나 가장 세심한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시절, 그 아이를 묵묵히 길러냈던 사람들이 있다. 그 중요한 노동이 고용한 부모는 물론 아이의 기억에서도 까맣게 지워지고, 마치 없던 시간처럼 여겨지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세상에 그렇게 지워지는 노동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싶어졌다.
영상 작품이 주를 이루고 있어 시간을 넉넉히 잡고 가서 천천히 둘러보면 좋다. 매주 토요일마다 진행되는 김정은 작가의 ‘네일 레이디 퍼포먼스’에는 관람객 누구나 직접 참여해볼 수 있고, 5월 19일엔 양효실(미학자)·문은미(여성학자)의 강연도 준비되어 있다. 관람료는 성인 4천원, 학생 3천원. 일요일 휴관.
+ 5월에 함께 보면 좋을 근사한 전시들 
아드만 애니메이션: 월레스&그로밋과 친구들 추억을 소환하는 ‘월레스와 그로밋’이 서울에 왔다! 애니메이션 부문 아카데미상을 4번이나 수상한 영국 아드만 스튜디오의 초창기 작품부터 영화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370여 점에 이르는 드로잉, 클레이 인형, 촬영 세트 등을 통해 만날 수 있다. DDP에서 7월 12일까지.

Wea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날씨’와 관련된 다양한 요소를 사진, 영상, 사운드, 설치 미술을 통해 감각적으로 전하는 전시. 햇빛, 눈, 바람, 뇌우 등을 매개로 한 예술품이 잠자고 있던 우리의 기억과 감성을 일깨우며, 전시를 보고 난 뒤 일상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디뮤지엄에서 10월 18일까지.

내가 사랑한 미술관: 근대의 걸작展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개관 20주년, 덕수궁미술관 개관 80주년을 기념한 클래식한 전시.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등 한국 근대 작가 70여 명의 걸작 100여 점이 총출동하고, 미술관 건립부터 소장품의 발굴과 수집에 얽힌 뒷이야기까지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10월 14일까지.

아드만 애니메이션: 월레스&그로밋과 친구들 추억을 소환하는 ‘월레스와 그로밋’이 서울에 왔다! 애니메이션 부문 아카데미상을 4번이나 수상한 영국 아드만 스튜디오의 초창기 작품부터 영화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370여 점에 이르는 드로잉, 클레이 인형, 촬영 세트 등을 통해 만날 수 있다. DDP에서 7월 12일까지.

Wea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날씨’와 관련된 다양한 요소를 사진, 영상, 사운드, 설치 미술을 통해 감각적으로 전하는 전시. 햇빛, 눈, 바람, 뇌우 등을 매개로 한 예술품이 잠자고 있던 우리의 기억과 감성을 일깨우며, 전시를 보고 난 뒤 일상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디뮤지엄에서 10월 18일까지.

내가 사랑한 미술관: 근대의 걸작展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개관 20주년, 덕수궁미술관 개관 80주년을 기념한 클래식한 전시.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등 한국 근대 작가 70여 명의 걸작 100여 점이 총출동하고, 미술관 건립부터 소장품의 발굴과 수집에 얽힌 뒷이야기까지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10월 14일까지.
[850호 - culture guide]
#5월 전시#850호#850호 culture gu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