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사랑하니까 부모님에게 알려주고 싶은 요즘 상식 7

집에서 새는 바가지 나가서도 샐까봐
댕낼대숲 열 번째 사연은 부모님이 길거리에서 흔히 보이는 진상 어르신들처럼 행동하면 어쩌지 걱정하고 있는 J가 제보해주었다. 사랑하니까 부모님에게 알려주고 싶은 요즘 상식 7가지. 집에서 새는 바가지 나가서도 샐까봐 전전긍긍하는 20대 자녀들 주목! 

# 다른 사람의 신체를 건드리지 마세요
“버스나 지하철에서 기둥에 매달리다 못해, 들고 있는 짐으로 앉아있는 사람을 (일부러) 툭툭 치는 어른들 볼 때마다 움찔하게 돼요. 몸이 예전 같지 않으신 건 알아요. 근데 젊은 친구들이라고 다 건강하고 팔팔한 건 아니잖아요. 저만 해도 하루가 너무 고된지라, 자리 양보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부모님들은 지금까지 어른에 대한 양보를 강박적으로 교육받은 세대라 더 그러실 수도 있다. 그러나 배려와 양보는 강요한다고 얻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장유유서’라고 핏대 세우시기 전에, 공경받을 만한 행동을 하셨는가를 스스로 돌아보실 필요가 있다. 나이만 내세운 무언의 압박은 짜증만 유발할 뿐이다.

# 새치기하지 마세요
“지하철에서는 사람들이 내리고 나서 탄다. 앞서 가는 사람을 밀지 않는다. 어렸을 때 엄마, 아빠가 다 가르쳐줬으면서, 정작 당신들은 잘 안 지키시는 것 같아요. 이러다 언젠가 길거리에서 빨간불일 때 무단 횡단하려는 엄마, 급한 일도 없으면서 사람을 밀치고 질주하는 아빠를 마주치게 될까봐 너무 조마조마해요.”
‘바른생활’을 안 배우셔서 그렇다기보다는, 바쁘게 생활하시다 보니 마음이 조급해지셨다고 이해해보자. 이해와 별개로 어렸을 때 우리가 부모님에게 들었듯 쓴소리는 필요하다. ‘무단 횡단을 하지 않는다, 길을 막은 사람에게는 비켜달라고 말한다’ 등 기본적인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사회가 얼마나 병들었는지 일장 연설을 할 때다.



# 동영상은 이어폰을 꽂고 보세요
“고요한 대중교통 안에 구수한 노랫가락이 울려 퍼져요. 처음엔 차내에서 나오는 라디오 방송인 줄 알았다니까요. 자세히 보니까 어떤 어르신이 이어폰도 없이 노래를 듣고 계시는 거예요. 사람들이 계속 쳐다보는데도 음량을 줄일 마음은 전혀 없어 보이시더라고요. 대체 저 집 자식들은 뭐하느라 부모님 이어폰도 안 사드리나 싶었죠.” 
자녀들만 부모를 욕 먹이는 것이 아니다. 부모가 빠르게 변하는 상식을 따라잡지 못하면, 자녀들도 욕을 먹게 된다. 엄마, 아빠에게 이어폰 조작법을 알려드리면서, 공공장소에선 왜 음악을 크게 들으면 안 되는지, 목청 높여 통화해서 안 되는지도 차근차근 말씀드리자. “밖에서 자꾸 이러면 내가 욕먹어….” 시전하면 효과가 더 좋겠지?



# 초면에 반말하지 마세요
“우리나라 어른들은 일단 자기보다 어려 보이는 사람에게는 반말부터 내뱉고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특히 편의점 알바 할 때 그런 어른들을 많이 만나는데요. ‘어이 아가씨’처럼 조폭 영화에서나 쓸 법한 호칭은 예사고요. 무조건 말이 짧게 끝나죠. ‘담배 하나 줘’, ‘여기가 어디야?’ 등등. 가끔 너무 불쾌해서 대답 안 할 때도 많아요.” 
실례지만 초면에 언제 봤다고 반말이신지…. 더 불쾌한 건 저런 어른들일수록 아예 대답을 안 하거나, 같이 반말로 대응하면 행동을 황급히 수정한다는 것이다. 잘못된 줄 알고서도 했단 이야기겠지. 엄마, 아빠가 어른으로서의 품위를 심각하게 잃기 전에, 나이가 아무리 어릴지라도 모르는 사람에게는 존댓말을 해야 한다는 예절을 알려드리자.



# 예뻐서 봤다고 하지 마세요
“길을 지나갈 때마다 많은 사람들을 마주치게 되잖아요. 다들 자기 일에 바빠서, 보더라도 흘깃하고 지나가는 사람이 대부분이죠. 하지만 짧은 옷을 입거나, 화장을 진하게 한 날도 아닌데, 시선이 어마어마하게 느껴져서 쳐다보면? 백이면 백, 술 취한 어른들이 대놓고 보고 계시더라고요. 인상을 찌푸리면 ‘예뻐서 본 거야~’ 하는데 더 기분이 나빠져요.” 
누가 예뻐해 달랬나? 딸 같아서 본 게 아니라고 한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만약 술 탓이라고 하신다면 온 집안 금주령이라도 발동해야 할 판이다. 더 비극적인 점은 왜 불쾌한지 아예 이해 못 하실 수 있다는 거다. 이 경우 ‘나와 상관없는 사람은 함부로 빤히 쳐다보거나 말 걸지 않는다’를 부모님께 주입식으로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



# 주문은 1인당 1개씩 하세요
“전 카페에서 알바를 하는데요. 요즘 가게들 대부분이 ‘1인당 1음료 주문’이란 규칙이 있잖아요. 그런 규칙이 생긴 이유를 너무 알겠더라고요. 커피 한 잔 시켜서 리필까지 해가며 네다섯 분이 앉아 있는 건 예사예요 뜨거운 물과 컵을 달라고 해서 본인들이 조제해 드시지 않으면 다행이죠. 로마에 왔으면 로마의 법을 따라주셨음 좋겠어요. 제발.” 
자릿세도 내지 않고 ‘거의 무상으로 남의 가게를 장시간 이용한다’는 발상 자체가 이상하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며 혼내던 분들은 대체 어디 가셨는지 슬퍼질 지경. 비슷한 행동으로, 사우나에 가서 수건 가져 오기, 식당에 비치된 그릇 챙기기 등이 있다. 이건 명백히 ‘도둑질’이다. 불같이 화를 내서라도 부모님을 말려야 한다.



# 함부로 호구조사 하지 마세요
“가끔 물건을 사러 가기만 해도, ‘어느 대학 다녀?’, ‘남자 친구 있어?’ 물어보는 어른들 많잖아요. 그럴 때마다 친한 친구에게 반에서 몇 등 하냐, 취업은 했냐, 직장에서 연봉은 얼마나 되냐고 묻는 우리 부모님 모습과 겹쳐요. 결국 문제는 어른들이 개인과 개인 사이에도 지켜야 할 거리가 있다는 걸, 잘 모르신다는 데 있는 것 같아요.” 
SNS에서 가장 좋은 관계는 ‘이웃사촌 관계’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적당히 떨어져 있으면서도, 적당히 가까운 관계가 가장 좋다는 뜻일 것이다. 부모님은 ‘정이 없다’고 질색하실지도 모를 일이지만, 가까워도 상처만 주고받는다면 글쎄. 받는 사람이 원하지 않는 관심은 아무리 따뜻해도 관계를 망치는 ‘참견’이 된다는 걸 모든 부모님들이 이해하시게 되는 날이 왔으면….

[850호 - bamboo forest]

Editor 원더우먼 wonderwomen@univ.me *열 받는 사연 제보 환영 Informer 부모님께 하도 잔소리를 해서 욕을 먹는 J 
#850호#850호 bamboo forest#850호 대학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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