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적어도 너에게만큼은 TMI가 아니길 바라며

TMI라는 말로 외로워지는 세상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Too much information: 굳이 알고 싶지 않은 과도한 정보라는 뜻의 신조어로, TMI 라는 약자로 더 많이 쓰인다. 주로 ‘야, 그 얘기 너무 티엠아이다’와 같은 형태로 사용되며 자신이 전혀 관심 없는 내용이거나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들을 때 상대방에게 이야기를 멈춰달라는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나는 ‘사람들은 각자 저마다의 드라마를 한 편씩 가지고 있다’라는 말을 믿는다. 그래서 나 또한 내 인생의 드라마를 만들어간다고 생각해 나에게 일어나는 하루하루의 에피소드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내 일상의 이야기들을 전하게 되고, 나 또한 그들의 일상을 전해 듣게 된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내가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세상을 한 부분씩을 엿볼 수 있었다. 이야기의 재미 여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다른 이들의 이야기는 나의 좁은 세상을 깨워주고, 내가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 나에게 TMI라는 단어의 등장은 (조금 부풀려 말하면) 재앙과도 같은 수준으로 다가왔다.

친구들은 자기 이야기를 곧잘 하다가도 “아, 이거 너무 티엠아이인가?” 멋쩍게 웃으며 이야기를 그만두곤 했다. 나도 내 이야기를 선뜻 꺼내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최근 들어 나는 전보다 조금 외로워진 기분이다. 나의 일상을 공유하기가, 네가 말해주는 너의 일상을 알기가 조심스럽고 어려워졌다.

모두가 무의식중에 일종의 ‘자기 검열’을 거치게 된 상황이 안타까웠다. 물론 TMI라는 단어가 생기게 된 사회 분위기의 변화를 인정하고, 이런 변화가 가져온 긍정적인 부분들을 존중한다. 나 또한 나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해받는 것을 싫어할뿐더러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정보들까지 알게 되는 것이 또 하나의 스트레스임을 안다.

그에 대한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TMI라는 단어가 생긴 것이라 생각하면, 그것이 당연한 변화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단어가 가진 본래의 기능을 넘어서 자기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표현의 욕구’를 침해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도 느꼈다. TMI라는 단어를 사용함에 있어서 한 번쯤은 같이 생각해보고 싶다.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만 골라 들으려는 이기심이 혹여 다른 이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았는지. 세상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꺼내는 데까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는 네가 궁금해 하지 않는 나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는 게, 네가 나에게 소중하다는 것을 표현하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나는 ‘내가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애써 용기 낸 사람의 입을 닫게 하는’ 세상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가능하다면 누군가 꺼낸 이야기에 ‘TMI’라 쉽게 답하는 대신, 다른 이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싶다. 누구도 내 이야기를 궁금해하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을지라도, 너만큼은 내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하는 작은 마음을 알아줄 때 더 멋진 세상이 오리라 믿는다.

[854호 - 20's voice]

WRITER 신지윤 jiyoun0802@hanmail.net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생각을 나누는 것을 좋아합니다   
#20대 에세이#20대보이스#8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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