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그깟 주휴 수당이 뭐라고

돈과 몸 상태 사이에서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몸살이 났다. 며칠간 너무 피곤했던 탓인지 속도 머리도 안 아픈 곳이 없었다. 평소 잘 아프지 않는 체질인데도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다. 아침에 속을 게워냈는데도 괜찮아지지 않았다. 몸살 기운도 모자라 체하기까지 했나 보다. ‘몸살엔 잠이 약이랬지.’ 생각만 하며 아르바이트 출근 준비를 했다.  

무단으로 결근하면 벌점을 받는 내 아르바이트를 저주하며. 이미 내 벌점은 차곡차곡 적립되어 있었기에 꾸역꾸역 침대에서 일어났다. 가방을 챙기고 문 앞으로 갔는데 정말 안 되겠다 싶어 현관까지 가서 바닥에 쓰러져 누워버렸다. 이렇게 나가면 지하철이든 일터에서든 한바탕 저지를 것 같았다. 출근이고 뭐고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 생각해보니 오늘 최악의 몸 상태는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 이틀 전부터 감기 기운이 있었고 어제부터는 음식도 잘 넘어가지 않았으니까. 그러니 이틀 전에 미리 대타 신청만 해놓았어도 벌점 없이 일을 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꾸역꾸역 일을 가겠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딱 한 가지, 돈이었다. 오늘 일을 나가지 않으면 주휴 수당을 받을 수 없다. 주휴 수당만 있으면 몰라.  

오늘은 국가 지정 공휴일, 휴일 수당까지 나오는 날이었다. 시급의 1.5배를 받을 수 있으니 오늘 하루만 나가면 10만 원 이상의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래서 돈과 내 몸 상태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했다. 결국 내 결론은 ‘죽을 것 같아도 일하자!’였다. 다시 눈을 떴다. 핸드폰을 잡아서 매니저님께 연락을 드렸다. “매니저님 오늘 제가 정말 출근을 하려 했는데, 체해서 응급실에 가야 할 것 같아요.” 카톡을 남겼다.  

사실 거짓말이다. 응급실은 무슨,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그냥 급하게 빠지기 위한 핑계로 ‘응급실’만 한 게 없어서였다. 돌아온 답변은 “진단서 있으면 공식 결근 처리할게요. 없으면 벌점 있어요.” 였다. 응급실 가면 최소 5만원일 텐데… 또 돈 생각을 시작했다. ‘오늘 일 나갔으면 10만원 벌었을 것이고 응급실 안 가도 됐을 테니 결국 15만원을 날린 거네.’ 아무리 나를 달래도 억울하고 짜증이 났다.   

   

시간을 얻은 게 아니라 돈만 잃은 것 같았다. 어차피 내 돈도 아니었는데, 돈을 뺏긴 것도 아니었는데 마치 뺏긴 느낌이었다. 내게 휴일 수당은 마치 공돈 같았기 때문이다. 공휴일에학생들은 학교를 쉬고, 직장인들은 회사를 쉰다. 모두가 쉴 때 일을 하면 내 기본 시급보다 1.5배 높은 돈을 받을 수 있다. 원래 1만원 벌 것을 1만 5천원 버는 것이니 5천원의 팁을 받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욱 집착했다. 공짜를 얻을수록 현명한 수입을 만드는 것 같으니까. 그 공짜를 잡아야 내 노력보다 더 큰 돈을 얻는 것이니까. 그렇게 온갖 생각을 하며 바닥에 널부러져 한 시간을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몸이 점차 회복되기 시작했다. 고작 한 시간이라 해도 누워 있다 보니 움직일 수는 있을 정도가 되었고, 오랜만에 밥도 제대로 챙겨 먹고 약도 먹었다.  

낮잠까지 실컷 자고 나니 거짓말처럼 몸이 가뿐해졌다. 내 병의 약은 그야말로 휴식이었던 것이다. 근원은 피로였던 것이고. 사실 그 1.5배의 돈은 현명한 수입이 아니다. 공휴일에 쉬는 사람들을 손님으로 맞이하는 만큼 더 많은 손님을 응대하고 고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평소보다 더 힘들게 돈을 벌어야 한다.  

‘남들 쉴 때 너는 두 배로 일하거라’ 하며 고작 1.5배의 돈을 쥐어주는 것이다. 그런데, 나의 휴일은 고작 시급의 1.5배만큼의 가치가 아니다. 피로가 만든 병을 치유할 만큼 귀한 휴식이다. 게다가 보고 싶었던 TV 프로그램도 보고 미뤄뒀던 책도 읽을 수 있다. 주휴 수당을 포기한 그날 방전되었던 내 몸을 충분히 충전시켜주었다.  

그리고 새삼스레 휴일의 가치를 깨달았다. 지금껏 공휴일만 되면 근무를 신청하고 휴일 수당을 쟁취하려 했던 내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젊음을 핑계로 쉬지 않아도 괜찮다고 자신을 도닥이던 모습도 함께. 이제는 알겠다.  

나를 돌보는 것을 능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그리고 역시 부자 놈들이 이유 없이 더 많은 돈을 줄 리 없다는 것을. 앞으로는 휴일을 바쁜 일상에 내린 단비 같은 존재로 여기려고 한다. 그까짓 휴일 수당보다 내 시간, 나 자신이 더 소중하니까!

[857호 - 20's voice]

학생 에디터 김은지 dmswl90112@naver.com 바쁜 것을 못 견디는 체력쓰레기   
#20대#20대 에세이#8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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