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박준우 인터뷰. 오묘한 맛 준우씨
여지를 남겨두며 살아가고 싶은, 퓨전요리 같은 사람
오묘한 맛 준우씨
셰프님? 작가님? 기자님? 대체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음, 대화할 때는 ‘준우씨’가 편해요. ‘박준우씨’라 불리는 거 좋아합니다.
그럼 준우씨를 요리에 빗대면, 어떤 맛이 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런 식상한 질문을 받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네요. 음… 퓨전 요리일 것 같은데. 양식 요리 기법을 베이스로 동남아 향신료가 잔뜩 들어간? 코코넛 밀크와 향신료가 들어간 치킨 스튜!
아, 먹어보지 않고는 예상할 수 없는 그런 맛이군요?
급하게 생각하다보니 그렇네요. 며칠 뒤에 바뀔 수 있으니 다시 연락드리죠.
그렇다. 준우씨는 퓨전 인간이었던 것이다. 그의 목소리에서는 자유로운 유러피언 리듬이, 옆모습에서는 글에 대한 고민과 자신을 향한 통찰이 느껴졌다. 웃을 때면 비주류적인 감성이 물씬 풍겨왔다.
어렸을 때부터 예술에 대한 동경이 컸죠.상큼했다 달콤했다 레몬타르트처럼자유로운 바람둥이 준우씨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하면서 많이 유명해졌죠. 그런데 요리라는 콘텐츠로 방송하는 건 똑같아요. <마셰코> 출연 이후 요리 프로그램을 계속 해왔으니까요. 딱히 방송에 뜻이 있어서 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재밌어서 하는 거죠. 좋은 사람들도 만날 수 있고. 요리에도 딱히 뜻이 있는 게 아니라서 몇 십 년 동안 요리한 셰프들을 보면 존경하는 마음이 들어요. 오랫동안 음악을 한 성악가나 화가를 봤을 때 느껴지는 것과 같죠.
대학 때는 벨기에에서 현대어문학을 공부했어요, 그러다 학업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죠. 늘 자유로운 생활을 꿈꿨어요. 학업은 낙제점 받지 않을 정도로만 대충대충 했죠. 사실 문예창작과로 가고 싶었거든요. 전공이 재미없어 지루하던 차에 통역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많이 벌었어요. 거기 빠져서 휴학을 해버렸죠. 휴학 후에는 연극을 했어요. 연기에 매력을 느꼈고, 불어도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거든요. 그 뒤에는 조각을 배웠어요.
창작 욕구가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예술에 대한 동경이 컸죠. 지금도 예술 하는 사람을 보면 정신을 못 차려요. 어떻게 보면 바람둥이 성향이 있는 셈이죠. 매력적인 게 생기면 일단 해보고, 다른 게 좋아지면 그걸 하고. 제가 벨기에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땐 밤 10시에 자서 새벽 5시에 일어나는 생활을 했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라디오를 듣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고, 정신이 들면 의무적으로 책을 읽었죠. 글도 조금 끄적거리다가 아침밥 먹고 일하러 갔어요. 그러다 저녁 6시쯤 되면 잠깐 책을 보고 글을 쓰다 저녁 먹고 잠들었죠. 한국에 있을 때와 벨기에에 있을 때의 체감 시간은 정말 달라요. 한국에서는 시간이 정말 빨리 가요. 정해진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걸 해야 하니까 시간의 흐름을 느낄 새가 없죠.
원래는 요리가 힐링이자 취미였어요.이젠 가게를 운영하며 요리가 일이 되어버렸죠. 방송에서도 요리를 하고요. 요즘 스트레스가 늘었어요. 수단이 사라져버렸으니. 다른 취미로 와인을 마시며 기사를 쓰고 있는데, 소믈리에 급은 아니어도 전문가 수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어릴 때 배운 조각에도 미련이 남았고요. 태평소를 좋아해서 배워볼까 했는데, 국내에서는 취미로 배울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더라고요. 술만 늘었죠.
우리가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다는 걸 이해하는 과정이 제 인생에서 중요해요.달콤 쌉싸르한 초코타르트처럼깨물수록 깊어지는 준우씨
어렸을 때부터 시를 좋아했어요. 시를 쓰면 늘 칭찬을 받았어요. 어린 마음에 그게 좋아서 점점 빠져버렸죠. 어느 순간 한국으로 가서 글 작업을 해보고 싶단 마음이 들었어요. 그런데 막상 와보니 한국 사회는 녹록지 않았죠. 시는 밥벌이가 안 되고, 신문사나 잡지사에 들어가려고 해도 인맥과 정보가 부족했어요. 처음엔 다양한 글 작업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죠. 그렇게 1년 동안 백수 생활을 했어요. 중간에 자율 기고 형태로 글을 쓰다가 운 좋게 지인을 통해서 조그마한 주간지에 들어갔죠.
생활은 해야 하고 글도 놓고 싶지 않았어요. 음식을 좋아하고 글 쓰는 걸 좋아하니까 자연스레 음식 관련 글을 쓰게 됐죠. 제가 있었던 벨기에나 프랑스에서는 음식 평론가들이 활발히 활동하거든요. 막연히 한국도 그럴 거라 생각했죠. 시와 음식 칼럼은 완전히 달라요. 어릴 땐 일단 글을 쓰면 어떤 유형의 글이든 저의 창작 욕구를 채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막상 해보니 시를 향한 그리움이 해소되지 않더라고요. 계속 공부해야 하나 고민 중이에요. 숙제로 남았죠.
인간 박준우의 가장 큰 무기는 자존심이에요. ‘난 가진 게 아무것도 없고 타인은 너무 잘난 것 같다’는 생각을 드러내기 싫어서 스스로 강한 척을 하죠. 요즘 고민이 생겼는데, 방송을 하다보니 사람들이 저의 자존심을 자신감으로 보더라고요. 전 자신감이 없거든요. 제 약한 자존감을 채우기 위해 자신감을 내보이니까 사람들이 믿는 거죠. 경계해야 할 것 같아요. 계속 이렇게 얘기하면서.
저는 여지를 남겨두며 살아가려 해요.지금 모든 게 잘되고 있어도 언젠간 모조리 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죠. 그게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지만, 정말 위급한 상황에서는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개인주의를 고집하는 편이에요. 이타적인 삶을 지향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건 더더욱 싫어요. 각자 독립된 개체라는 걸 인정했으면 좋겠어요. 인간관계에서 서로 맞춰가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 사람이 워낙 많잖아요. 우리가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다는 걸 이해하는 과정이 제 인생에서 중요해요.
붐이 사그라질 때, 제가 할 수 있는 걸 또다시 찾아가야죠.투박해 보이지만 부드러운 슈처럼 숨은 매력투성이 준우씨
아침에 일어나서 속옷 바람으로 머리 삐친 상태로 커피 마시면서 글 씁니다. 지금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짜리 자취방에 살고 있고요. 요리 후엔 설거지하기 귀찮아 쌓아두고, 개수대엔 구멍이 하나도 없어요. 뭔가 있어 보이는(?) 제 이미지는 잘못 만들어진 거랍니다. 기본적으로 한국엔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지면이나 화면에 나온 사람들이 특별한 장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그렇다보니 저처럼 잠깐 등장하는 사람도 멋진 구석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영화를 볼 때면 주인공이 아닌 조연에게 더 눈이 가요. 동질감을 느끼고 감정이입하죠. 제 비주류적인 성향 때문인 것 같아요. 박준우 인생에 묻어 있는 색이죠. 요리할 때는 조화로운 걸 찾아요.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제 요리를 먹은 사람들 반응이 다 비슷해요. “이게 뭐지? 묘하다, 맛은 있는데 뭔지 잘 모르겠다.” 다른 셰프들의 음식에는 정확하고 강력한 스트레이트 한 방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중간 정도 파워를 가진 맛을 메인으로 두고, 미묘한 작은 맛들을 섞어서 스트레이트를 만들죠. 그래서 다 따로 먹으면 맛이 없대요.
저는 방송에서도 조연 캐릭터예요. 주인공이 아니죠. 사실 <냉장고를 부탁해>도 김풍 작가와 홍석천씨가 포함된 비정식 셰프 그룹으로 출연하기 때문에 부담감 없이 할 수 있었어요. 저는 셰프가 아니거든요. 방송에서 요리를 하긴 하지만, 가게 직원들은 저를 ‘사장님’이라 부르죠. 셰프님은 따로 계세요. 사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은 방송을 통해 얻은 것이 대부분이에요. 생각지도 않게 하나가 끝나면 또 다른 기회가 와서 이어졌죠. 이 생활이 길어지다보니 고민도 점점 커져요. ‘나는 원래 다른 일을 하던 사람인데 다시 돌아갈 자리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상황이나 출연료 같은 것을 따라가다보니까 시간도 빨리 흘러가고 불안했죠. 이제는 편하게 마음먹기로 했어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과 처한 환경이 분명히 변할 거라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어떤 방향으로 갈까 고민하는 것보다 하고 있는 것들을 정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음식 관련 방송 붐이 계속되진 않을 거예요. 붐이 사그라질 때, 제가 할 수 있는 걸 또다시 찾아가야죠.
Editor 백수빈 bin@univ.me
Photographer 배승빈
셰프님? 작가님? 기자님? 대체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음, 대화할 때는 ‘준우씨’가 편해요. ‘박준우씨’라 불리는 거 좋아합니다.
그럼 준우씨를 요리에 빗대면, 어떤 맛이 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런 식상한 질문을 받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네요. 음… 퓨전 요리일 것 같은데. 양식 요리 기법을 베이스로 동남아 향신료가 잔뜩 들어간? 코코넛 밀크와 향신료가 들어간 치킨 스튜!
아, 먹어보지 않고는 예상할 수 없는 그런 맛이군요?
급하게 생각하다보니 그렇네요. 며칠 뒤에 바뀔 수 있으니 다시 연락드리죠.
그렇다. 준우씨는 퓨전 인간이었던 것이다. 그의 목소리에서는 자유로운 유러피언 리듬이, 옆모습에서는 글에 대한 고민과 자신을 향한 통찰이 느껴졌다. 웃을 때면 비주류적인 감성이 물씬 풍겨왔다.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하면서 많이 유명해졌죠. 그런데 요리라는 콘텐츠로 방송하는 건 똑같아요. <마셰코> 출연 이후 요리 프로그램을 계속 해왔으니까요. 딱히 방송에 뜻이 있어서 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재밌어서 하는 거죠. 좋은 사람들도 만날 수 있고. 요리에도 딱히 뜻이 있는 게 아니라서 몇 십 년 동안 요리한 셰프들을 보면 존경하는 마음이 들어요. 오랫동안 음악을 한 성악가나 화가를 봤을 때 느껴지는 것과 같죠.
대학 때는 벨기에에서 현대어문학을 공부했어요, 그러다 학업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죠. 늘 자유로운 생활을 꿈꿨어요. 학업은 낙제점 받지 않을 정도로만 대충대충 했죠. 사실 문예창작과로 가고 싶었거든요. 전공이 재미없어 지루하던 차에 통역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많이 벌었어요. 거기 빠져서 휴학을 해버렸죠. 휴학 후에는 연극을 했어요. 연기에 매력을 느꼈고, 불어도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거든요. 그 뒤에는 조각을 배웠어요.
창작 욕구가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예술에 대한 동경이 컸죠. 지금도 예술 하는 사람을 보면 정신을 못 차려요. 어떻게 보면 바람둥이 성향이 있는 셈이죠. 매력적인 게 생기면 일단 해보고, 다른 게 좋아지면 그걸 하고. 제가 벨기에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땐 밤 10시에 자서 새벽 5시에 일어나는 생활을 했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라디오를 듣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고, 정신이 들면 의무적으로 책을 읽었죠. 글도 조금 끄적거리다가 아침밥 먹고 일하러 갔어요. 그러다 저녁 6시쯤 되면 잠깐 책을 보고 글을 쓰다 저녁 먹고 잠들었죠. 한국에 있을 때와 벨기에에 있을 때의 체감 시간은 정말 달라요. 한국에서는 시간이 정말 빨리 가요. 정해진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걸 해야 하니까 시간의 흐름을 느낄 새가 없죠.
원래는 요리가 힐링이자 취미였어요.이젠 가게를 운영하며 요리가 일이 되어버렸죠. 방송에서도 요리를 하고요. 요즘 스트레스가 늘었어요. 수단이 사라져버렸으니. 다른 취미로 와인을 마시며 기사를 쓰고 있는데, 소믈리에 급은 아니어도 전문가 수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어릴 때 배운 조각에도 미련이 남았고요. 태평소를 좋아해서 배워볼까 했는데, 국내에서는 취미로 배울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더라고요. 술만 늘었죠.

어렸을 때부터 시를 좋아했어요. 시를 쓰면 늘 칭찬을 받았어요. 어린 마음에 그게 좋아서 점점 빠져버렸죠. 어느 순간 한국으로 가서 글 작업을 해보고 싶단 마음이 들었어요. 그런데 막상 와보니 한국 사회는 녹록지 않았죠. 시는 밥벌이가 안 되고, 신문사나 잡지사에 들어가려고 해도 인맥과 정보가 부족했어요. 처음엔 다양한 글 작업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죠. 그렇게 1년 동안 백수 생활을 했어요. 중간에 자율 기고 형태로 글을 쓰다가 운 좋게 지인을 통해서 조그마한 주간지에 들어갔죠.
생활은 해야 하고 글도 놓고 싶지 않았어요. 음식을 좋아하고 글 쓰는 걸 좋아하니까 자연스레 음식 관련 글을 쓰게 됐죠. 제가 있었던 벨기에나 프랑스에서는 음식 평론가들이 활발히 활동하거든요. 막연히 한국도 그럴 거라 생각했죠. 시와 음식 칼럼은 완전히 달라요. 어릴 땐 일단 글을 쓰면 어떤 유형의 글이든 저의 창작 욕구를 채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막상 해보니 시를 향한 그리움이 해소되지 않더라고요. 계속 공부해야 하나 고민 중이에요. 숙제로 남았죠.
인간 박준우의 가장 큰 무기는 자존심이에요. ‘난 가진 게 아무것도 없고 타인은 너무 잘난 것 같다’는 생각을 드러내기 싫어서 스스로 강한 척을 하죠. 요즘 고민이 생겼는데, 방송을 하다보니 사람들이 저의 자존심을 자신감으로 보더라고요. 전 자신감이 없거든요. 제 약한 자존감을 채우기 위해 자신감을 내보이니까 사람들이 믿는 거죠. 경계해야 할 것 같아요. 계속 이렇게 얘기하면서.
저는 여지를 남겨두며 살아가려 해요.지금 모든 게 잘되고 있어도 언젠간 모조리 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죠. 그게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지만, 정말 위급한 상황에서는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개인주의를 고집하는 편이에요. 이타적인 삶을 지향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건 더더욱 싫어요. 각자 독립된 개체라는 걸 인정했으면 좋겠어요. 인간관계에서 서로 맞춰가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 사람이 워낙 많잖아요. 우리가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다는 걸 이해하는 과정이 제 인생에서 중요해요.

아침에 일어나서 속옷 바람으로 머리 삐친 상태로 커피 마시면서 글 씁니다. 지금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짜리 자취방에 살고 있고요. 요리 후엔 설거지하기 귀찮아 쌓아두고, 개수대엔 구멍이 하나도 없어요. 뭔가 있어 보이는(?) 제 이미지는 잘못 만들어진 거랍니다. 기본적으로 한국엔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지면이나 화면에 나온 사람들이 특별한 장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그렇다보니 저처럼 잠깐 등장하는 사람도 멋진 구석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영화를 볼 때면 주인공이 아닌 조연에게 더 눈이 가요. 동질감을 느끼고 감정이입하죠. 제 비주류적인 성향 때문인 것 같아요. 박준우 인생에 묻어 있는 색이죠. 요리할 때는 조화로운 걸 찾아요.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제 요리를 먹은 사람들 반응이 다 비슷해요. “이게 뭐지? 묘하다, 맛은 있는데 뭔지 잘 모르겠다.” 다른 셰프들의 음식에는 정확하고 강력한 스트레이트 한 방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중간 정도 파워를 가진 맛을 메인으로 두고, 미묘한 작은 맛들을 섞어서 스트레이트를 만들죠. 그래서 다 따로 먹으면 맛이 없대요.
저는 방송에서도 조연 캐릭터예요. 주인공이 아니죠. 사실 <냉장고를 부탁해>도 김풍 작가와 홍석천씨가 포함된 비정식 셰프 그룹으로 출연하기 때문에 부담감 없이 할 수 있었어요. 저는 셰프가 아니거든요. 방송에서 요리를 하긴 하지만, 가게 직원들은 저를 ‘사장님’이라 부르죠. 셰프님은 따로 계세요. 사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은 방송을 통해 얻은 것이 대부분이에요. 생각지도 않게 하나가 끝나면 또 다른 기회가 와서 이어졌죠. 이 생활이 길어지다보니 고민도 점점 커져요. ‘나는 원래 다른 일을 하던 사람인데 다시 돌아갈 자리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상황이나 출연료 같은 것을 따라가다보니까 시간도 빨리 흘러가고 불안했죠. 이제는 편하게 마음먹기로 했어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과 처한 환경이 분명히 변할 거라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어떤 방향으로 갈까 고민하는 것보다 하고 있는 것들을 정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음식 관련 방송 붐이 계속되진 않을 거예요. 붐이 사그라질 때, 제가 할 수 있는 걸 또다시 찾아가야죠.
Editor 백수빈 bin@univ.me
Photographer 배승빈
#735호#궁서체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