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아웃사이더는 처음이라

인싸가 되지 않아도 괜찮은 이유

대학 생활 시작 전 나의 가장 큰 궁금증은 ‘도대체 친구는 어떻게 사귈까?’였다. 같은 반과 짝꿍이라는 고마운 제도가 있던 12년 세월과는 달리 이제 왕따를 걱정해주는 담임선생님도 없다.  

그런데 얼핏 들어보니 대학생은 크게 인싸, 아싸로 분류된다고 한다. 아싸들은 김밥에 단무지를 꼭 빼야 한다고 하던데 갓 성인이 되어 아직 대학 생활이 무언지도 모르는데 곧바로 아웃사이더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인싸’란 그저 내 힘으로 일궈내야 하는 것이던가. 걱정이 무색하게 학생회 선배 언니 오빠들은 OT, 새터, MT, 학과 소모임, 단과대 체육대회, 개강 총회, 각종 뒤풀이들로 신입생들을 꾀어냈다. 참여 횟수와 몇 번의 실수들, 타고난 성향들이 작용해 내 평판이 나돌았고 새내기들은 ‘핵인싸, 인싸, 인싸 같은 아싸, 존재조차 모르는 아싸’로 분류되었다.

다행히 1학년 때는 그토록 갈망하던 인싸에 속할 수 있었다. 학생회 덕택이었다. 우리 과에서는 핵인싸 또는 적어도 인싸가 되기 위해서 불문율 같은 전제조건이 있었다. 바로 학생회에 가입하는 것. 어설픈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 우리를 인솔하는 고작 한두 살 위의 선배들이 뭐가 그렇게 대단해 보였을까.  

그들과 같은 단체에 속해서 인맥도 쌓고 족보도 얻는 재미난 대학 생활을 꿈꿨다. 다들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학생회 지원율은 폭발했고, 면접에서 트로트 한 소절 뽑고서야 2:1의 경쟁률을 뚫고 단체에 속할 수 있었다. 문제는 2학년 때부터 시작됐다. 원래 속했던 과와 다른 과를 선택했기에, 새내기와 같은 심정으로 부득부득 학생회에 들어갔다. 그러고는 1학년 때부터 같은 과였던 박힌 돌 카르텔에 밀려 설 자리를 잃었다.  

인싸 같은 아싸가 된 시점이었다. 기획부장이라 일은 일대로 했지만, 단톡방과 술자리에는 내가 낄 틈이 없었다. 1년이 지옥처럼 흘렀다. 인간관계에 진절머리가 난 나머지 덜컥 다음 학기 휴학을 신청했다.
    
인싸들의 틈바구니에 적응하지 못한 나는 당시 고민이 참 많았다. ‘내 성격이 문제일까, 술자리에 덜 나가서 그런가, 내년을 노려볼까, 그냥 같은 분반인 과를 갈 걸 그랬나.’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급기야 자기 검열을 하는 수준에 다다랐고 자존감은 바닥을 쳤다.  

재밌는 건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내 잘못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당시 과 학생회에는 자기만의 인맥을 만들고 자신과 성향이 다르다고 판단되면 교묘하게 밀어내는 사람이 더러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자기들끼리만 점심 메뉴를 물어보고, 자신들만의 단톡방에서 족보와 과제를 공유하고 술 약속을 잡는 등 새로운 사람이 선뜻 끼기에 너무나 힘든 구조였다. 그리고 이런 인간관계가 연초 몇 개월간의 행사와 술자리 참여, 학생회 가입, 체육대회 응원 출석도 등의 몇 가지 요소로 결정된다는 것이 우스웠다. 과 내 특정 무리들의 인싸놀이는 몇몇 사람을 지나치게 내향적이며 사교성 없는 부적응자로 스스로 결론짓게 만든다.  

1년간 마음의 문을 닫아걸었던 나는 전일제 근로와 동아리 생활로 낯선 사람 틈바구니에서 무사히 잘 적응했다. 오히려 더 친한 사람들이 생겼고 소중한 인연들을 얻었다. 자주 마주치고 때로 고민을 털어놓고 밥 한 끼, 술 한잔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어려운 게 아니었다.  

용쓰던 인간관계가 해결되니까 세상이 다 예뻐 보였다. 스스로에 대한 걱정을 덜고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휴학 후 학과로 돌아갔을 때 학회 등 다른 활동들로 친구를 사귈 수 있었다. 여전히 핵인싸에서는 거리가 멀고 혼밥 할 때도 많지만, 이대로도 충분히 좋다.  

앞으로 낯설고 새로운 사람들 사이에 수없이 놓일 당신에게, 비슷한 일을 먼저 겪었던 동지로서 한마디 하고 싶다.부디 부적응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지 말길. 세상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는 인간관계들이 있더라. 한정된 사람들 안에서 아등바등 인사이더가 되려 하지 않아도 괜찮다. 당신을 필요로 하는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이들은 동아리, 학회, 교내 근로 등 다양한 곳에 존재한다. 조금만 시야를 넓혀보자.  

아, 그리고 동아리에 가입하면 혼자 있더라도 단무지 빼지 않은 온전한 김밥을 동아리방에서 먹을 수 있다. 냠냠.


[861호 - 20's voice]


CAMPUS EDITOR 박지원 jw1224park@naver.com 외향적이고도 내향적인, 소속감에 목 매는 스물셋 
#인싸이더#아웃사이더#인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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