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제대후 복학을 걱정하는 말년 병장에게
제대하면 걱정이 된다고? 걱정할 게 1도 없어요
대한민국의 남자들은 인생의 약 1.5%를 군 생활에 바친다. 폐쇄된 공간에서 1년 8개월 동안 갇혀 지내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특히 말년이 되면 다가오는 제대일을 기대하면서도 "막상 사회에 나가면 어쩌지?" 싶은 걱정에 잠을 못 이룰 때가 많다. 곧 제대를 앞둔, 싸지방에서 굳이 대학내일을 보고 있는 당신에게 몇 가지 위안을 전하려 한다.
걱정 1. 제대하면 혼자서 학교에 다녀야 하나?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비슷한 타이밍에 복학하는 남자 동기들이다. 하지만 이것도 미필 시절 핵인싸였던 친구들 얘기다. 일반적으로 대학생들은 3~4명 정도 무리를 지어 다니는데, 이게 미필 시절 인간관계의 전부였던 아싸 혹은 어중간한 인싸들에게는 딱히 위안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대학 생활을 새로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 차라리 편하다. 신기하게도 낯선 얼굴들과 당신을 이어 줄, 온라인 게임 NPC 같은 핵인싸 인물이 꼭 한 명씩은 있다. 이들과 다시 커뮤니티를 이루다 보면 위아래로 새로운 인간관계가 형성된다. 아직 서먹하다고 느껴지는 제대한 다른 동기들도 챙기자. 이러다 보면 1, 2학년까지 아싸생활을 하다 제대 후 핵인싸 생활을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걱정 2. 제대하면 머리가 굳는다던데, 공부는 어떻게 하지?

그리하여 "두뇌 수준은 개개인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미필과 군필 간 차이가 없다"는 전제를 얻었다.(제대 후 공부가 잘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면, 혹시 입대 전에는 공부를 잘했었는지 되새겨 보자) 자, 이제 공부하는 사람들의 심적 부담감만이 변수로 남는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복학생이 상대적으로 더 절박할 수밖에 없다. 입대 전 평균 평점이 3점 간당간당한 복학생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졸업 평점을 4점대로 끌어올리려면 주리를 틀어가며 공부해야 할 판이다. 취업과 졸업에 대한 부담감은 대학 생활을 시한부 인생처럼 만든다. 시험 기간 밤, 도서관 매점에서 캔커피에 줄담배 피우며 롤챔스 얘기하는 미필들은 사실 당신의 상대가 될 수 없다.

머리가 굳었다고 생각하는 복학생들은 종종 무식한 공부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일단 무작정 쓰며 암기하는 거다. 거의 본고사 시절 공부방법이다. 내가 미필이었을 때 복학생 형 노트를 보고 "와, 이 형 진짜 무식하게 공부한닼ㅋㅋㅋ"했는데 그 형이 그 수업에서 유일하게 만점을 받았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걱정 3. 연애 세포가 죽었는데, 연애할 수 있을까?

'연서복(연애에 서툰 복학생)'이라는 SNS 캐릭터가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후배들에게 들이대는 비호감 복학생 캐릭터로 많은 사람의 공감을 샀다. 하지만 이 캐릭터는 복학생들에게 오해와 위안을 심어주었으니, 바로 "내가 연애를 못 하는 건 다 복학생인 탓이야!"라는 이상한 믿음이었다.
팩트로 경추를 꺾어버리자면, 사실 "복학생이라서 연애하기 힘들다"라고 호소하는 이들은 원래 연애를 못 하는 팔자 혹은 타입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인간이 연애하는 데 필요한 몇 가지 스펙이 있다고 치자. 보통 외모, 성격, 매너, 패션 센스 정도로 꼽아 볼 수 있겠다. 연애를 하려면 이 항목들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 한다. 여기에 만약 군대 항목을 추가한다면 '미필'이 점수가 높을까, 아니면 '군필'이 점수가 높을까? 정답은 '아무 상관없다'이다. 복학생 차은우와 에릭남이 과연 연애를 못 할까? 미필인 원빈과 강동원이 연애를 못 할까?
뭐야 복학생은 다 이렇게 생긴 거 아니었어?에디터가 대학생이었던 그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연애 못 하는 형들은 끝까지 못 했다. 잘하는 형들은 입대 2주 전에 사귀기도 하고(와 완전 양아...아닙니다), 제대하자마자 연애를 시작하기도 했다. 이런 경우 복학생들이 종종 미필 남 후배들의 괜한 미움을 받기도 한다. 사실 이건 어쩔 수 없다. 만약 여학생이 석 달 후 입대하는 동기와 군필자 오빠 두 명에게 같은 수준으로 호감을 느낀다면, 누구를 택하겠는가.
당신이 정말 괜찮은 남자라면, 복학생 스펙은 당신에게 개이득이지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다.
팩트로 경추를 꺾어버리자면, 사실 "복학생이라서 연애하기 힘들다"라고 호소하는 이들은 원래 연애를 못 하는 팔자 혹은 타입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인간이 연애하는 데 필요한 몇 가지 스펙이 있다고 치자. 보통 외모, 성격, 매너, 패션 센스 정도로 꼽아 볼 수 있겠다. 연애를 하려면 이 항목들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 한다. 여기에 만약 군대 항목을 추가한다면 '미필'이 점수가 높을까, 아니면 '군필'이 점수가 높을까? 정답은 '아무 상관없다'이다. 복학생 차은우와 에릭남이 과연 연애를 못 할까? 미필인 원빈과 강동원이 연애를 못 할까?

당신이 정말 괜찮은 남자라면, 복학생 스펙은 당신에게 개이득이지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다.
걱정 4. 취업은 어떻게 하지? 취업할 때가 됐는데...

그나마 네 가지 걱정 중 가장 합리적인 걱정이라면 이것이 아닐까 싶다. 보통 제대 시기, 제대 후 학년에 따라 고민의 정도가 다르다. "일찍 군대에 가라"는 얘기는 어쩌면 심리적 안정감 차원에서, 제대 후 남은 대학 생활을 좀 여유 있게 하라는 충고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에디터는 좀 남다른 선택을 했다. 무려 3학년을 마치고 입대를 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제대했을 땐 상황이 영 쉽지 않았다. 제대하자마자 연애도 시작했고(자랑) 알바도 열심히 했으며, 학교생활에도 충실했다. 계절학기를 들으며 모자란 학점을 충당하고, 재수강으로 평점을 높이기도 했다.

취업을 준비할 땐 남들과 나를 비교하는 소모전을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사람에겐 각자 인생의 페이스가 있다고 생각하자. "남들은 다 하는데 나는 왜 못하지?"라는 상실감은 오히려 포기를 낳는다. 조바심과 긴장감을 조절할 줄 안다면 반은 성공한 거다. 그러니 3~4학년에 제대를 한다면 조금 여유를 갖도록 노력하고, 2학년 복학생은 약간의 긴장감을 갖추자. "나는 아직 여유가 있으니까"라는 마음으로 안일하게 생활하다 보면 결국 초심으로 돌아가기 쉽다. 밤새워 술 마시고 자체휴강을 밥 먹듯이 하던 1학년 그때로 말이다.
될놈될이지만 되면 돼
그래서 제대하는 당신이 지금 걱정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당장 제대를 기뻐할 시간도 부족한데 걱정할 시간이 어디 있어.
그래도 걱정된다면 지금까지의 인생을 돌아보며 다시 한번 자신을 믿어보자. "나는 지금까지 그렇게 엉망으로 살아왔는데도 여전히 멀쩡하게 잘살고 있잖아. 인생의 짐 하나를 덜어냈으니, 지금부터는 예전보다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그래도 걱정된다면 지금까지의 인생을 돌아보며 다시 한번 자신을 믿어보자. "나는 지금까지 그렇게 엉망으로 살아왔는데도 여전히 멀쩡하게 잘살고 있잖아. 인생의 짐 하나를 덜어냈으니, 지금부터는 예전보다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군대#연애#입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