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마음을 솔직하게 그리고 쓰는 사람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잘 소화해 내시면 좋겠습니다.
Who?
CARTOONIST 김그래
instgram@gimgre

그리고 쓰는 ‘김그래’가 되기까지? 미술 관련 전공이었지만 그림을 업으로 삼게 되리라곤 예상 못 했어요. 20대 초반의 저는 뭘 해야 할지도 모르는 채로 스스로를 주변의 똑부러진 친구들과 비교하느라 바빴죠. 그 무렵 일본으로 1년 정도 어학연수를 가게 되었는데요.
그곳에서는 아무도 제게 “너 꿈이 뭐야? 너 취업은 언제 할 거야?”라고 다그치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만날 사람도 없고, 할 것도 없이 비어 있는 시간들도 조급해하지 않고 보낼 수 있었죠. 그렇게 오롯이 나를 돌아보며, ‘나는 무슨 일을 하며 살아가고 싶을까?’ 고민하고 그림을 그렸고, 운이 좋게도 SNS에서 사랑받게 되었어요. 그렇게 지금까지 그리고 쓰고 있습니다.


가장 마음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 <아무것도 모르지만>에서 ‘소리를 소리로 덮는 일‘이라는 편이 기억에 남아요. 주인공이 하루 종일 전화 소리, 타인의 말소리 등 여러 가지 소리에 싸여 지내다가 집에 들어와서도 TV를 켜 또 다른 소리를 덮는다는 내용이죠. 문득 혼자인 일상이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이, 공허하고 쓸쓸하게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 그런 마음을 담은 작업이었습니다.


‘인스타툰’으로 연재하게 된 이유는? 페이스북 페이지 대신, 인스타그램을 주 플랫폼으로 옮긴 지 꽤 되었어요. 인스타그램은 상대적으로 피드에 원하는 게시물만 모아 볼 수 있어 좋았거든요. 작품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이니까요. 또 글보다 그림이 눈에 들어오는 구조라, 웹툰에 좀 더 적합한 플랫폼인 것 같아요.
20대 창작자로서 나아가고 싶은 지점은? 너무 막연하게 느껴질 때가 있지만, 제 꿈은 할머니가 되어서까지 그리고 쓰는 일을 계속 하는 거예요. 20대, 30대, 40대… 자연스럽게 바뀌는 생각과 감정을 그리고 싶습니다. 제 그림을 봐주시는 독자분들과 함께 나이 들면서 ‘나 혼자만 이렇게 느끼는 게 아니었구나!’ 하는 위로도 드리고 저도 같이 위로받으며 함께 걷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한마디 저는 20대를 보내는 동안, ‘불안한 마음’으로 가장 힘들었는데요. 다들 어떤 마음으로 20대를 보내고 계신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모두가 감정을 외면하려다 체하는 일 없이, 꼭꼭 씹어 잘 소화해 냈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부정적인 감정이라 하더라도요. 사실 저도 잘 못 하는 일이지만…. 함께 노력해서 건강한 20대를 보내요, 우리!
[862호 - 20's art work]
#인스타툰#김그래#일러스트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