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알바생에게는 고기 없는 고기덮밥
사람 서럽게 만드는 알바 사장님들의 쪼잔한 대우
10년 전인 2008년 알바생들의 최저시급은 3770원이었다. 지금 대학생들이 들으면 무슨 보릿고개 시절이었냐고 혀를 내두를 만한 수준이다. 물가 상승률에 비하면 부족할 수 있지만, 그나마 시급이라도 두 배 정도 올라 다행이다. 처우는 10년째 제자리니까.
고용주가 정말 치사하고 아니꼽게 느껴지는 몇몇 상황들이 있다. 이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을 만한 알바생들의 사례를 모아 봤다.
고용주가 정말 치사하고 아니꼽게 느껴지는 몇몇 상황들이 있다. 이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을 만한 알바생들의 사례를 모아 봤다.
먹는 거로 눈치 주는 게 제일 서러워
쌀국수집 아르바이트생 P양
아이고 고기 있는게 내 거야 임마! 쌀국수집에서 알바를 한다고 하면 대부분 "와! 그럼 점심으로 쌀국수 먹겠네!"라고 부러워한다. 웬만한 체인점 쌀국수 가격은 7,000~10,000원 수준이니, 점심도 한 시간 시급만큼 벌어가는 게 아니냐면서. 맞다. 나도 점심마다 쌀국수를 먹었다. 하지만 고기는 안 준다. 면 외에 건더기는 눈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다. 밍밍한 국물을 홀짝대고 있자면 베트남의 가난한 집 장녀가 된 기분이다.
어쩌다 특식으로 숯불돼지고기 덮밥이 나올 때도 있다. 기대에 차서 눈앞에 놓인 식사를 뒤적거리면 세상에! 여전히 고기가 없다. 이름은 숯불 돼지고기 덮밥인데 고기가 없는 정체불명의 음식이다. 그럼 뭐가 올라가냐고? 달걀 후라이와 소스가 올라간다. 이건 집에서 귀찮을 때 대충 해 먹는 간장계란밥과 별 차이가 없다.
고기를 먹은 적은 딱 두 번이다. 한 번은 사장님이. 한 번은 주방 아저씨가. 웃긴 건, 고기를 얹어 줄 때마다 서로에게 비밀이라고 말했다는 거다. 사장님 왈, "고기 굽는 거 힘들어서 주방에서 싫어해" / 주방 아저씨 왈, "고기 비싸다고 사장님이 싫어해". 뭐가 진실인지는 아직도 모른다. 그것이 알고 싶다.

어쩌다 특식으로 숯불돼지고기 덮밥이 나올 때도 있다. 기대에 차서 눈앞에 놓인 식사를 뒤적거리면 세상에! 여전히 고기가 없다. 이름은 숯불 돼지고기 덮밥인데 고기가 없는 정체불명의 음식이다. 그럼 뭐가 올라가냐고? 달걀 후라이와 소스가 올라간다. 이건 집에서 귀찮을 때 대충 해 먹는 간장계란밥과 별 차이가 없다.
고기를 먹은 적은 딱 두 번이다. 한 번은 사장님이. 한 번은 주방 아저씨가. 웃긴 건, 고기를 얹어 줄 때마다 서로에게 비밀이라고 말했다는 거다. 사장님 왈, "고기 굽는 거 힘들어서 주방에서 싫어해" / 주방 아저씨 왈, "고기 비싸다고 사장님이 싫어해". 뭐가 진실인지는 아직도 모른다. 그것이 알고 싶다.
기분 좋은 이별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과외 경험자 A양
선생님 전에 라디오 했었대 / 아~ 그 높임을 볼륨요 였나? 이런저런 아이들을 상대로 이런저런 과외를 했다. 수많은 과외 알바를 하면서 갑질 안 하는 부모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과외 알바 얘기로만 기사 하나를 다 써도 모자랄 판이다. 그중 하나만 풀어보자면,
때는 바야흐로 2016년 가을, 주 3회 60만 원에 초등학교 4학년 남자아이의 영어/수학 과외를 하던 시절이다. 아이는 흔히들 '기본기'라고 하는 국영수가 약해 평균 30~40점을 받곤 했다. 총체적 난국이었지만,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치기 시작했다. 공부에 딱히 관심이 없는 아이였지만, 나를 위해 방탄 춤을 연습해 두던 모습이 귀여워 어떻게든 성적을 올려주고 싶었다. 서비스로 국어도 봐주고, 아이 동생과도 함께 놀아줬다.
결전의 날이었던 시험이 끝난 주, 아이의 집을 찾아가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아이는 국영수 모두 90점을 넘겼다. 너무도 뿌듯한 마음에 다음 수업 땐 맛있는 거라도 사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날은 쉬엄쉬엄 놀아주며 수업을 마쳤다. 하지만 다음 날 아이의 부모님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선생님~ 국영수는 많이 올랐는데, 사회랑 도덕이 너무 바닥이네요... 아무래도 과외를 계속하는 건 힘들겠어요"
어이가 없었다. 나는 분명 영어와 수학 과외만 맡았는데. 국어까지 서비스 차원이라며 가르쳐주던 지난 시간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물론 다른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치 내 능력이 부족해 '잘리는' 기분이 들게 하는 마지막 인사가 나를 아프게 했다. 무엇보다 예뻐했던 아이와 작별인사도 못 했다는 사실이 슬프기만 했다.

때는 바야흐로 2016년 가을, 주 3회 60만 원에 초등학교 4학년 남자아이의 영어/수학 과외를 하던 시절이다. 아이는 흔히들 '기본기'라고 하는 국영수가 약해 평균 30~40점을 받곤 했다. 총체적 난국이었지만,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치기 시작했다. 공부에 딱히 관심이 없는 아이였지만, 나를 위해 방탄 춤을 연습해 두던 모습이 귀여워 어떻게든 성적을 올려주고 싶었다. 서비스로 국어도 봐주고, 아이 동생과도 함께 놀아줬다.
결전의 날이었던 시험이 끝난 주, 아이의 집을 찾아가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아이는 국영수 모두 90점을 넘겼다. 너무도 뿌듯한 마음에 다음 수업 땐 맛있는 거라도 사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날은 쉬엄쉬엄 놀아주며 수업을 마쳤다. 하지만 다음 날 아이의 부모님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선생님~ 국영수는 많이 올랐는데, 사회랑 도덕이 너무 바닥이네요... 아무래도 과외를 계속하는 건 힘들겠어요"
어이가 없었다. 나는 분명 영어와 수학 과외만 맡았는데. 국어까지 서비스 차원이라며 가르쳐주던 지난 시간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물론 다른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치 내 능력이 부족해 '잘리는' 기분이 들게 하는 마지막 인사가 나를 아프게 했다. 무엇보다 예뻐했던 아이와 작별인사도 못 했다는 사실이 슬프기만 했다.
무례한 손놈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사장님의 방법
PC방 알바 경험자 C양
118번 PC에서 단무지 추가를 주문하셨습니다 나는 동네 작은 PC방에서 하루 12시간씩 알바를 했다. 여기에서 변태, 아니 손님을 만났다. 카운터 컴퓨터로 네이버 뉴스나 뒤적이고 있던 토요일, 주문 알람이 뜨며 '그 사건'이 시작됐다.
주문 품목은 무료 서비스인 믹스 커피. 별생각 없이 종이컵에 맥심을 털털 털어 넣을 때 까지만 해도 몰랐다. 이 컵을 들고 PC방 한복판에서 나체의 남녀가 뒹구는 영상을 보게 될 줄은. 대낮의 공공장소에서 전체화면에 야동을 띄우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있더라고. 들키면 창피해하지 않겠냐고? 전혀 아니더라고.
태연히 커피를 받아든 손님은 그 후로 선물을 가져다주며 내게 데이트를 신청했다. 근데 그 선물이라는 것이 로또("당첨되면 반띵하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밥은 내가 쏨ㅇㅇ"), 먹던 과자("이거 맛있네. 남겨놨으니까 먹어봐"), 전단("여기 할인 쿠폰이 있어서 가져왔다") 정도였다. 꽃다운 스물셋 대학생에게 오십 대 아저씨가 장난을 치는 것도 정도가 있지...
문제는 이 난감한 손놈(?)을 대하는 사장님의 태도였다. 워낙 단골이었는지 어쨌는지 모르지만, 사장과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던 것 같다. 어느 날 사장은 진지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더니 말했다. 그 손님이 사장에게 내 번호를 물어봤더란다. 차마 알려줄 수는 없었고, 이런 상황에서는 내가 나가는 게 최선일 것 같다고. 그러면서 내게 그간 일한 알바비에 10만 원을 얹어주며 퇴직을 권고했다. 사장님, 이게 정말 최선이었나요?

주문 품목은 무료 서비스인 믹스 커피. 별생각 없이 종이컵에 맥심을 털털 털어 넣을 때 까지만 해도 몰랐다. 이 컵을 들고 PC방 한복판에서 나체의 남녀가 뒹구는 영상을 보게 될 줄은. 대낮의 공공장소에서 전체화면에 야동을 띄우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있더라고. 들키면 창피해하지 않겠냐고? 전혀 아니더라고.
태연히 커피를 받아든 손님은 그 후로 선물을 가져다주며 내게 데이트를 신청했다. 근데 그 선물이라는 것이 로또("당첨되면 반띵하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밥은 내가 쏨ㅇㅇ"), 먹던 과자("이거 맛있네. 남겨놨으니까 먹어봐"), 전단("여기 할인 쿠폰이 있어서 가져왔다") 정도였다. 꽃다운 스물셋 대학생에게 오십 대 아저씨가 장난을 치는 것도 정도가 있지...
문제는 이 난감한 손놈(?)을 대하는 사장님의 태도였다. 워낙 단골이었는지 어쨌는지 모르지만, 사장과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던 것 같다. 어느 날 사장은 진지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더니 말했다. 그 손님이 사장에게 내 번호를 물어봤더란다. 차마 알려줄 수는 없었고, 이런 상황에서는 내가 나가는 게 최선일 것 같다고. 그러면서 내게 그간 일한 알바비에 10만 원을 얹어주며 퇴직을 권고했다. 사장님, 이게 정말 최선이었나요?
손님이 많으면 야근, 손님이 적으면 조기 퇴근
동네 호프집 알바 경험자 C군
텅 빈 호프집인 줄 알았겠지만 영화 <호빗>의 세트장이란다 가게는 집에서 3분 거리에 있는 호프집. 미성년자를 갓 벗어난 나는 대학 입학 전, 푼돈이라도 벌어야겠다는 마음에 알바를 시작했다. 지금 내 나이가 적진 않으니, 당시 시급이 4천 원 초반대였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그러니까 주말에도 빠지지 않고 주 7일 근무를 했다. 그것도 저녁 9시부터 12시까지 하루에 세 시간씩. 어차피 낮에 놀면 되고, 대학 수업에도 지장 없는 시간이니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매일 3시간씩 일하며 받는 하루 일당은 12,000원. 그것도 손님이 가장 많이 오가는 피크 타임에 14개 테이블을 혼자 정리하며 받는 돈이었다. 일주일 일 했는데 계산해보니 84,000원이다. 상하차 알바 하루 하면 벌 수 있는 돈인데, 한 달 내내 근무하고 월급이 40만 원이 채 안 된다고 생각하니 현타가 왔다.
하지만 더 화가 나는 것은 퇴근시간을 자유자재로 늘이고 줄이는 사장님의 지시였다. 성수기인 7~9월에는 새벽 2시까지 연장 근무를 시켰다. 어차피 나는 돈을 버니까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비성수기인 겨울 시즌이 되자 14개 테이블 중 5개 정도만 차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사장은 쓸쓸한 표정으로 혀를 차며 내게 말했다. "쯧, 너도 들어가라"
그렇게 일단 만 원도 채 못 벌고 퇴근하는 일도 잦았다. 그리고 어느 1월, 나는 31일을 출근하고 월급 35만 원을 받았다. 그리고 사장님께 말했다. "저, 그만둘게요" 그만둔다는 말에 "후임은 구하고 가야지" / "너 여기서 벌써 1년 넘게 일했으니 시급 2백 원 올려 줄게"라는 말로 나를 회유하기 시작한 사장님. 하지만 나는 매몰차게 돌아섰다.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입가에서 맴돌았지만, 뱉진 않았다. 최근 몇 년 만에 그 골목을 지나며 보니 가게는 사라져 있었다. 하긴 하루 일당 8,000원으로 때워도 되는 시절이 있었는데, 시급 7,530원을 견딜 수 있을 리 없었겠지.

하지만 매일 3시간씩 일하며 받는 하루 일당은 12,000원. 그것도 손님이 가장 많이 오가는 피크 타임에 14개 테이블을 혼자 정리하며 받는 돈이었다. 일주일 일 했는데 계산해보니 84,000원이다. 상하차 알바 하루 하면 벌 수 있는 돈인데, 한 달 내내 근무하고 월급이 40만 원이 채 안 된다고 생각하니 현타가 왔다.
하지만 더 화가 나는 것은 퇴근시간을 자유자재로 늘이고 줄이는 사장님의 지시였다. 성수기인 7~9월에는 새벽 2시까지 연장 근무를 시켰다. 어차피 나는 돈을 버니까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비성수기인 겨울 시즌이 되자 14개 테이블 중 5개 정도만 차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사장은 쓸쓸한 표정으로 혀를 차며 내게 말했다. "쯧, 너도 들어가라"
그렇게 일단 만 원도 채 못 벌고 퇴근하는 일도 잦았다. 그리고 어느 1월, 나는 31일을 출근하고 월급 35만 원을 받았다. 그리고 사장님께 말했다. "저, 그만둘게요" 그만둔다는 말에 "후임은 구하고 가야지" / "너 여기서 벌써 1년 넘게 일했으니 시급 2백 원 올려 줄게"라는 말로 나를 회유하기 시작한 사장님. 하지만 나는 매몰차게 돌아섰다.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입가에서 맴돌았지만, 뱉진 않았다. 최근 몇 년 만에 그 골목을 지나며 보니 가게는 사라져 있었다. 하긴 하루 일당 8,000원으로 때워도 되는 시절이 있었는데, 시급 7,530원을 견딜 수 있을 리 없었겠지.
자영업도 힘든 거 알지만, 솔직히 치사하잖아요
누군가는 그래서 말한다. 이 나라가 자영업자 다 죽인다! 때문에 "이제 돈을 많이 주니까 그 정도는 감안해야지"라고 말하는 사업자들도 있을 거다. 하지만 알바생이 왕이라는 2018년에도 이들이 불만은 표하는 이유는 단순히 '돈을 적게 주기 때문'만은 아다. 알바생으로 지내며 낮은 시급만큼 혹은 그보다 힘든 건, "내가 이런 대우를 받을 수도 있구나"하고 느낄 때다. 고용인은 고용주의 도구일 수 있다. 하지만 고용인이라고 사람이 아닐 순 없는 법이다.
#알바#아르바이트#처우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