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공짜 연애를 꿈꾸는 너에게

사랑에도 지불해야 할 감정이 있다


“늘 행복하자.”  

많은 연인이 주문처럼 외는 사랑 고백엔 가장 중요한 항목이 빠져 있다. 행복이라는 편익을 누리기 위해서 지출해야 하는 ‘비용’ 말이다. 돈 이야기가 아니다. 연애에서의 비용은 다름아닌 감정이다. 나, 그리고 상대방의 감정. 이 사실을 잊고 있던 이들이라면 이 글을 한 번 살펴 보시길.  

#1 사랑에는 지불해야 할 감정이 있다.
   
정말이지 세상에 공짜는 없다. 작고 귀여운 분홍색 마카롱 조각 하나를 혀 위에 굴리기 위해서도 그 값에 해당하는 지폐 몇 장을 건내야 하는 게 인생의 순리다. 좋아하는 마블 영화를 볼 때도, 동기와 연남동에서 명란 파스타를 먹을 때도 마찬가지. 작은 행복을 얻기 위해 우리는 당연하게 비용을 지불한다.  
 
헌데 우리는 종종 사랑하는 사람을 대할 때 이 당연한 법칙을 잊는다. 편익을 누리기 위해선 마땅한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는, 지극히 간단한 세상의 섭리를 말이다.  
 
연애를 하다보면 상대방에게 화가 나는 순간이 종종 찾아온다. 이를테면 깻잎. 학과 동기 여자애의 깻잎을 ‘굳이’ ‘상냥하게’, 미소를 띄우며 젓가락으로 눌러 준다. 어쭈. 웃어? 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사고 패턴.  

1단계 – 참자.
2단계 - 그래 그럴 수 있지 뭐.
3단계 – 잠깐 얘기 좀 해.  

잠깐 얘기 좀 하자는 당신의 말에 상대방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뭔데?” vs. “하.. 갑자기 왜 또 시작이야.” 전자는 문제 될 게 없다. 이야기가 잘 풀리든, 지지고 볶으며 한따까리(?) 하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뱉어 낼 수 있으니까. 최소한의 감정은 해소 될 수 있다. “앞으로 깻잎이 나오는 밥집에서는 이성과 겸상하지 않겠다”는 은밀한 협약이 이루어 질 지도.

 


문제는 “왜 또 시작이야.”다. 당신의 모든 감정을 차단하며 기운을 쪽 빠지게 만드는 기묘한 힘을 지닌 말. 한숨은 또 어찌나 쉬는지. 누가 들으면 하찮은 사바 세계 따윈 관심 없는 세상 고뇌에 찬 예술가인 줄 알겠다. 참다 참다 어렵사리 이야기를 꺼낸 내가 잘못한 건가, 되려 민망해 진다.  

왜 또 시작이냐는 말은 너와 어떠한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선언이다. “나는 너에게 예쁜 말, 다정한 말, 상냥한 말만 들으며 편익만 누리겠다”는 뜻이다. 도둑 심보나 다름 없다. 비슷한 말로는 “피곤한데 꼭 지금 그래야 해?” 와 “나중에 얘기하자 나중에.” 등이 있겠다.  

“갑자기 왜 또 시작이야..”를 남발하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연애는 연어가 아니니까, 날로 먹으면 안 된다고.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맞잡았을 때의 편안함, 눈을 마주했을 때의 행복감, 각자의 가치관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펼칠 때의 열기, 세상이 무너져도 내 편이 되어줄 거라는 마음의 안정감까지. 사랑으로 얻는 행복이 이리 많은데 이를 다 공짜로 누리겠다고?  

상대가 서운함을 토로한다면 귀를 열어야 한다. 상대방의 질투와 서운함을 들어주는 일은 연애로 얻는 행복을 위한 ‘비용’이다. 사랑에는 지불해야 할 감정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연애란 ‘몇 번의 싸움으로 일상의 행복을 사는 거래'다.   

#2 늘 행복한 연애에는 감춰진 ‘비용’이 있다.  
잠깐, 당신의 연애는 늘 행복하기만 하다고? 싸운 일 한 번 없다고? 우선 축하한다. 둘 중 하나다. 하나는 션/혜영 안 부러운 천생연분일 가능성. 60억 분의 1의 확률로 하나부터 열까지 쏙쏙 들어 맞는 기적 같은 인연이다. 결혼을 추천한다.

다른 하나는 상대방이 자신의 모든 걸 희생하며 당신을 위해 맞춰주는 자애로운 애인일 가능성이다. 감히 추측컨대 전자일 확률보다는 후자일 확률이 높다. 한쪽이 모든 지출을 홀로 감당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뜻.   

당신과 너무 잘 맞기 때문에 싸울 일 하나 없는 것이 아니라, 그가 당신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모든 걸 참고 넘기고 있는 것이다. 싫은 것도 맞춰주고,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며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인내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티를 내지 않기에 보이지 않을뿐 비용은 끊임없이 지출되고 있는 것. 그것도 일방적으로. 

세상에 편익만 있는 연애는 없다. 당신이 매일 행복하기만 하다는 건 무엇도 참을 일이 없다는 뜻일 터, 상대방은 당신의 몫까지 어마어마한 감정소모를 비용으로 치루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는 착취다. 감정 착취. 이런 연애는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다. 늘 참아주던 한 쪽이 더이상 소모할 감정이 남아 있지 않을 때. 이별은 갑작스레 찾아 온다.  

파국을 맞기 전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상대에게 슬며시 운을 띄워 보자. 나를 만나면서 조금이라도 힘들거나 속상했던 것이 없었냐고. 연인이 서러움을 토로한다면 반박하지 말고 그저 들어주길. 그럴 때 비로소 당신의 연애는 '더치페이'가 되는 법이니까.
    
귀염뽀짝한 이모티콘을 사기 위해서는 커피 한 잔을 포기해야 하고, 페이스북에서 자꾸 눈에 띄는 맛집에 가려면 한 달 용돈의 절반을 포기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꺼이 구매하고 경험한다. 그 편익이 비용보다 크기에.  

마찬가지 논리로 연애를 바라보자. “너무 자주 싸우는데 헤어져야 할까요?” 글쎄. 너무 자주 싸움에도 불구하고, 그와 있을 때의 행복이 싸움의 불행을 상쇄할 만큼 크다면. 그 사랑은 충분히 유지할 가치가 있다. 상대방의 삐죽 삐져나옷 콧털이 못나 보여도 나를 바라보는 눈빛을 마주할 때 너무나도 사랑스럽다면, 그 사랑은 마진이 남는 장사다.  

저치의 구부정한 어깨를 보면서 느끼는 답답함은 따듯한 품으로 느끼는 행복에 대한 비용, 깨작거리는 젓가락질을 보며 받는 스트레스는 개그 코드가 맞아 깔깔거리며 한바탕 뒹구는 재미에 대한 비용. 이 거래가 늘 만족스러운 거래일 때, 당신의 연애가 한층 단단해지리라 믿는다.
#고민#공짜#공짜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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