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제주도 토박이 열받게 하는 무례한 질문 7
스테레오타입 대잔치.(환장) 제발 그만 좀 물어봐….

요즘 저 말 입으로 뱉는 사람 1도 없거든? 관광지에서나 쓰는 문구 같은 거라고! 어른들도 잘 안 쓰는데 뭘 자꾸 해보래. 사투리 쓰는 다른 지역처럼 ‘~핸’ 정도로 어미만 줄여 쓰지, TV에서 보는 만렙 할머님들처럼 구사 못 해. 토박이라 알아듣기는 해도, 말하기는 힘들다고. 참, 하도 졸라서 내가 배워온 말이 있는데, ‘말하면 알아듣는다고 그렇게 시키냐? 됐어?’라는 뜻.^^

넌 집 앞에서 공 차면 한강에 빠지지? 제주도가 서울보다 크니까 이런 소리 좀 하지 마. 우리도 집 앞에 바다나 오름 없어. 학교랑 집에서 머니까 가족, 친구들이랑 어쩌다 나들이로나 가지. 제주 살면서 한번도 안 가본 바다랑 오름도 수두룩하고. 아니 물론 옥상에 올라가면 바다가 보이는 건물이 많긴 한데… 뒤돌면 어디서나 한라산 보이는 것도 맞는데….(분통)

그냥 여행사 예약해…. 나도 사려니숲길처럼 유명한 관광지는 고등학생 때 난생처음 가봤어. 유채꽃, 청보리는 그냥 동네에 있는데 그걸 보러 굳이 어딜 왜 가겠어? 우리 동네 20년 넘게 살았어도, 힙한 데는 놀러 오는 애들이 더 잘 알던데? 시내 나가면 햄버거나 떡볶이 먹지, 무슨 얼어 죽을 힙. 정 오고 싶으면 제주대 오든가. 우리 학교 벚꽃 예쁘니까.

물론 기후가 알맞으니까 귤 농사를 짓는 제주도민이 많기는 많은데, 그렇다고 모든 제주도민이 귤 농사를 짓겠어? 천안 살면 다 호두과자 장인이고, 수원 살면 다 왕갈비 달인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편견을 좀 버려! 어휴… 근데 사실 우리 집은 진짜 귤 농사를 짓긴 해.(분통) 고등학생 땐 운동장에 귤나무가 있어서 따 먹은 적도 많긴 한데…!(울화통)

우리 집 갑부 아냐. 제주도에서도 똑같이 2마트에서 장 봐다 먹는다고! 오히려 제주 전통 가정식은 굉장히 소박해. 호박잎이나 콩잎을 쪄서 쌈장이랑 먹으면 완전 별미. 그리고 뭐? 전복에, 옥돔에, 성게미역국? 값도 값이지만 제주도 사람이라고 그런 거 다 잘 먹는 거 아니거든?(feat. 초딩 입맛) 왜? 제주 사람인데 해산물도 못 먹는다니까 이상해? 난 네가 더 이상해….

음 그렇구나~ 너는 고구려 주몽이 활 쏘며 말 타던 것처럼 탈 수 있구나~ 승마가 다 뭐야! 타지에서 놀러 온 친척들이 체험장 데려가줘서, 딱 한 번 타봤는데…. 다시 말하지만 제주도도 21세기 한국이지, 원나라 지배받던 고려 시대 아니다? ㅇㅈ?

이모, 고모, 사촌, 조카까지 다 해녀냐고 물어보고 싶어서 어떻게 참았대? 없어! ‘해녀’가 괜히 국가 무형문화재인 줄 알아? 족보 뒤져보면 친인척 중에 한두 분쯤 찾을 수야 있겠지만…. 참고로 우리 할머니는 식당 하셔. 엄마는 회사 다니시고. 난 수영도 못 한다고.^^
[864호- INSIDE STORY]
ILLUSTRATOR 몽미꾸
#제주도#편견#스테레오 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