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밤마다 심심한 사람에게

안 듣던 음악을 좋아하게 되는 그 과정이 좋아서

RADIO <푸른 밤, 옥상달빛입니다>

MBC FM4U 

DJ 옥상달빛



얼마 전 AI 스피커를 질렀다. 첫 일주일은 이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신나는 노래 틀어줘” 같은 주문에 취향 저격한 노래를 들려주고 “내일 날씨 어때?”라는 질문에 미세먼지 농도까지 알려주는 친구와 매일 밤 아무 말 대잔치를 벌여댔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조금만 복잡한 얘길 꺼내면 “그건 잘 모르겠네요”를 반복하는 그에게 나는 조금씩 지쳐갔고, 결국 딱 일주일 치의 심심함을 달랜 후 이별을 고했다.  

한동안 잊고 있던 라디오가 떠오른 건 AI 스피커의 빈자리를 지우기 위해서였다. 잠들기 전 귓가를 맴돌던 소리가 없어지니 귀가 심심해진 것. 마침 좋아하는 가수 옥상달빛이 라디오 DJ가 됐다는 소식도 들려오기에 오랜만에 라디오를 켰다. 두 언니의 차진 입담에 킥킥대다 보니 시간은 순삭! 처음 들어본 곡이 맘에 들어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하고 나니 어느덧 새벽 한 시! 그렇게 나는 다음 날 지각을 했다.(응?)  

AI 스피커가 취향에 맞는 음악을 쏙쏙 찾아주고, 질문 하나 던지면 온갖 정보를 술술 읊어주는 세상. 그런 세상에 살고 있음에도 나는 내 취향은 1도 모르는 DJ들이 틀어주는 음악을 듣고, 이름 모를 사람들의 TMI 같은 사연을 접하는 일이 아직은 조금 더 즐겁다. 안 듣던 음악을 좋아하게 되고, 겪어보지 않은 일에 공감하게 되는 그 과정이 좋아서. 그런 의미에서 당분간은 DJ 옥상달빛의 “수고했어, 오늘도”라는 클로징 멘트까지 다 듣고 잠들어야지.


[867호 - culture letter]

#옥상달비#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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