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찍히는 이의 가장 자유로운 순간을 담습니다
저한테 찍는 일은 버티는 일이에요. 행복한 버티기.
Who?
PHOTOGRAPHER 문소영
INSTAGRAM @moon_brightroom


I am
보는 사람 문소영입니다. 이 표현을 제일 많이 쓰고 있습니다. 매일 찍히는 사람이나 저의 상황에 따라 방관하는 관찰자 역할을 하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다가가 관여하는 참여자가 되기도 하죠.
사진을 찍게 된 계기는?
아주 어릴 때부터 부모님 덕분에 사진을 찍고 찍히는 일에 익숙했어요. 본격적으로 찍기 시작한 건 대학 때였는데요. 그때는 사실 취미에 가까웠어요. 그냥 잘 살고 싶어서 찍었던 것 같아요. 유일하게 숨통을 틔우는 일이었거든요. 사진 찍으면서 많이 걷고, 사람들도 많이 만났어요. 대학 졸업 후, 우연히 제 사진을 본 공연 관계자분을 통해 처음으로 상업 사진을 찍게 됐고요. 지금은 혼자 혹은 동료들과 꾸준히 찍고 있습니다.
의류, 액세서리 브랜드와 협업을 자주 하는데 이런 촬영의 매력은?
함께한다는 것. 혼자서는 절대 불가능하거든요. 디자이너, MD,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 세트 디자이너 등 여러 명이 힘을 합쳐서 결과물을 이뤄내요. 물론 소통이 어려울 때도 있지만, 그 부분이 가장 즐겁기도 합니다. 또 트렌드를 공부하고 알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아요. 경계를 명확히 긋지 않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브랜드와의 작업이 재밌는 것 같아요.


사진에 무엇을 담으려 하나?
요새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솔직하게 담기’에요.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외관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찍히는 이가 가장 자유로운 모습으로 있는 순간을 담고자 합니다. 그런데 가끔은 인물을 담는 일이 굉장히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보고, 찍고, 선별하는 과정이 전부 저의 눈에 의해서만 이뤄지니까요. 그래서 촬영하는 순간만큼은 최대한 그 사람에게 애정을 가지고, 집중하려고 합니다. 재능이 뛰어난 편이 아니라서, 면밀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실수가 종종 생기더라고요.
앞으로 어떤 인물들에 집중할 계획?
이삼년 전부터 여성에 관한 서사 혹은 또래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사실 올 연말에는 일본으로 유학을 갈 계획이 있는데요. 그곳에서 시작되고 있는 여성주의 운동에 대해서 다큐멘터리 형식의 사진 작업을 할 생각입니다. 일본에 있는 포토그래퍼 친구들과 프로젝트 형식의 상업 사진에도 도전해보려고 해요.


나에게 사진을 찍는 일이란?
저한테 찍는 일은 버티는 일이에요. 행복한 버티기. 살아가는 방식의 일부입니다. 직업이기도 하고요. 그늘이나 상처나 그런 일 없이 무난하게 살아왔는데요. 그래서 가끔 제가 하는 이야기가 너무 보잘것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고민과 자괴감을 느낄 때가 많아요. 끊임없이 스스로와 결투하고 있는데, 제 사진을 보신 분들이 사진 너머의 이야기들을 궁금해해주시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한마디?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찍는 일은 평생 계속할 수 있기 때문에 원한다면 언제든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이와는 상관없이 찍는 일을 행복하다고 느끼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만일 그렇다면 마음이 원하는 대로 하세요! 빛이 비추는 무언가를 담는 일은 정말 매력적이거든요.

[867호 - 20'S ARTWORK]
#포토그래퍼#사진#문소영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