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내 걱정은 마세요, 잘 해나갈 테니까
애써 남의 인생에서 흠을 찾아내 걱정해준 적이 있다
어느새 일곱 번째 개강. 취업을 고민하며 학회에 들어갔다. 학회에는 ‘성공한 선배’가 찾아오는 시간이 있다. 성공한 선배의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졸업한 지 3-4년, 혹은 훨씬 이후에도 당당하게 자신의 이력을 들고 후배들을 찾아올 수 있을 것. 둘째, 양 손에 후배들의 일용할 간식거리를 사 올 수 있을 것. 첫 번째는 선배에 대한 호기심과 존경심을 낳는다면 두 번째는 선배에 대한 인간적인 호감을 상승시킨다.
양손 무겁게 찾아온 선배는 자신이 살아온 길을 최대한 담백하게 이야기하려 하지만, 사실 그 말속에 자기 커리어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이런 전제 하에 후배들은 경탄의 마음 반, 본인 인생 걱정 반으로 선배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이야기가 끝난 뒤에는 다양한 질문을 한다. 요약하자면 ‘제 인생은 어떡하죠?’다. 더 풀어보면 ‘저는 6년 후에 간식을 들고 여기에 돌아올 수 있을까요?’라고나 할까.
나도 질문을 했다. 어떤 산업에서 일하고 싶은데 인턴 기회가 많지 않아서 고민이라고 했다. 선배는 비록 같은 산업 분야가 아니더라도 희망하는 직무의 인턴을 지원해서, 업무의 연관성을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희망하는 기업이 어디인지 더 자세하게 물었고, 내 대답을 듣고 나서는 의아함과 걱정스러움으로 얼굴을 가득 채웠다. “거기 초봉 얼마인지 알죠…? 잘 생각해봐요. 음, 저라면…. 하하. 아무튼 잘 생각해봐요.”
딱히 악의도 없었던 이 말을, 들은 지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붙잡고 있는 나는 꽁한 사람이다. 인정한다. 하지만 아이유의 신곡 ‘삐삐’를 듣고 이 생각을 안 할 수 없었다.
데뷔 10주년을 맞아 공개된 이번 싱글 앨범의 소개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모두들 안녕. 내 걱정은 마세요. 난 언제나 잘 해나갈 테니까.” 글 속에서 자신감과 함께 느껴지는 것은 누적된 피로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걱정했는가.
“쟤는 대체 왜 저런 옷을 좋아한담/ 기분을 알 수 없는 저 표정은 뭐람” “다들 수군대는 걸 자긴 아나 몰라/ 요새 말이 많은 걔랑 어울린다나/ 문제야 쟤도 참”
가사는 그간 아이유에게 쏟아진 대중의 반응이다. 모든 걸 알고 있었지만 굳이 반응할 필요를 찾지 못했던 아이유는 이렇게, 10년 만에 노란색 경고 카드를 들고 나타난 것이다. 그만들 좀 하라고.
나도 애써 남의 인생에서 흠을 찾아내 걱정해준 적이 있다. 남의 인생을 걱정하는 일은 나의 인생을 위로하는 일과 이어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열심히 남 걱정을 해주다 보면 내 걱정이 잠깐 줄어드는 것 같지만, 결국 내 고민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다. 오히려 그런 말들이 내 걱정의 부피를 잔뜩 부풀렸을지도 모른다.
선배의 말은 진심 어린 걱정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연봉이 무척 중요한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내게 필요한 걱정은 아니었다. ‘현실’이라는 말은 얼마나 많은 꿈을 좌절시키는가. 필요하지 않은 순간에 듣는 걱정과 위로는 외려 고민과 피로를 증가시켜 더 힘들게 할 뿐이다.
내겐 누군가에게 냉정하게 ‘선 밟으셨어요’라고 말할 배짱이 없으므로, 그가 선을 넘으면 큰 소리로 ‘삐삐-’ 하고 경고음이 작동하면 좋겠다. 그럼 나는 허허 웃으며 빨간 빛과 큰 소리를 내는 경고등을 가리키겠지. 나도 아이유처럼 선을 긋고, 당신이 이 선을 넘으면 정색할 거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이유는 ‘당신의 걱정 없이도 난 언제나 잘 해나갈 테니까’라고 당당히 말할 자신감이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쩔 텐가. 험한 세상 나와 함께 헤쳐 나갈 이는 나 하나뿐이고, 부족한 나를 믿을 수 있는 것도 나뿐이다. 구석구석에서 자신감을 끌어 모아 이 노래를 부른다. 나는 잘 해낼 것이다.
그러니 거기 당신, “옐로 씨-에이-알-디!”
양손 무겁게 찾아온 선배는 자신이 살아온 길을 최대한 담백하게 이야기하려 하지만, 사실 그 말속에 자기 커리어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이런 전제 하에 후배들은 경탄의 마음 반, 본인 인생 걱정 반으로 선배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이야기가 끝난 뒤에는 다양한 질문을 한다. 요약하자면 ‘제 인생은 어떡하죠?’다. 더 풀어보면 ‘저는 6년 후에 간식을 들고 여기에 돌아올 수 있을까요?’라고나 할까.
나도 질문을 했다. 어떤 산업에서 일하고 싶은데 인턴 기회가 많지 않아서 고민이라고 했다. 선배는 비록 같은 산업 분야가 아니더라도 희망하는 직무의 인턴을 지원해서, 업무의 연관성을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희망하는 기업이 어디인지 더 자세하게 물었고, 내 대답을 듣고 나서는 의아함과 걱정스러움으로 얼굴을 가득 채웠다. “거기 초봉 얼마인지 알죠…? 잘 생각해봐요. 음, 저라면…. 하하. 아무튼 잘 생각해봐요.”
딱히 악의도 없었던 이 말을, 들은 지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붙잡고 있는 나는 꽁한 사람이다. 인정한다. 하지만 아이유의 신곡 ‘삐삐’를 듣고 이 생각을 안 할 수 없었다.

데뷔 10주년을 맞아 공개된 이번 싱글 앨범의 소개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모두들 안녕. 내 걱정은 마세요. 난 언제나 잘 해나갈 테니까.” 글 속에서 자신감과 함께 느껴지는 것은 누적된 피로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걱정했는가.
“쟤는 대체 왜 저런 옷을 좋아한담/ 기분을 알 수 없는 저 표정은 뭐람” “다들 수군대는 걸 자긴 아나 몰라/ 요새 말이 많은 걔랑 어울린다나/ 문제야 쟤도 참”
가사는 그간 아이유에게 쏟아진 대중의 반응이다. 모든 걸 알고 있었지만 굳이 반응할 필요를 찾지 못했던 아이유는 이렇게, 10년 만에 노란색 경고 카드를 들고 나타난 것이다. 그만들 좀 하라고.
나도 애써 남의 인생에서 흠을 찾아내 걱정해준 적이 있다. 남의 인생을 걱정하는 일은 나의 인생을 위로하는 일과 이어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열심히 남 걱정을 해주다 보면 내 걱정이 잠깐 줄어드는 것 같지만, 결국 내 고민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다. 오히려 그런 말들이 내 걱정의 부피를 잔뜩 부풀렸을지도 모른다.
선배의 말은 진심 어린 걱정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연봉이 무척 중요한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내게 필요한 걱정은 아니었다. ‘현실’이라는 말은 얼마나 많은 꿈을 좌절시키는가. 필요하지 않은 순간에 듣는 걱정과 위로는 외려 고민과 피로를 증가시켜 더 힘들게 할 뿐이다.
내겐 누군가에게 냉정하게 ‘선 밟으셨어요’라고 말할 배짱이 없으므로, 그가 선을 넘으면 큰 소리로 ‘삐삐-’ 하고 경고음이 작동하면 좋겠다. 그럼 나는 허허 웃으며 빨간 빛과 큰 소리를 내는 경고등을 가리키겠지. 나도 아이유처럼 선을 긋고, 당신이 이 선을 넘으면 정색할 거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이유는 ‘당신의 걱정 없이도 난 언제나 잘 해나갈 테니까’라고 당당히 말할 자신감이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쩔 텐가. 험한 세상 나와 함께 헤쳐 나갈 이는 나 하나뿐이고, 부족한 나를 믿을 수 있는 것도 나뿐이다. 구석구석에서 자신감을 끌어 모아 이 노래를 부른다. 나는 잘 해낼 것이다.
그러니 거기 당신, “옐로 씨-에이-알-디!”
[868호 - 20's voice]
Writer 킴나 highfive1834@naver.com 음악 좋아하는 글쟁이
"20대가 살아가는 진짜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글 쓰는 20대> 카테고리에서 에세이를 작성해주세요"
#아이유#삐삐#걱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