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평범한 가족을 동경하는 사람에게

영화 <친애하는 우리 아이>를 추천합니다.

“아빠는 왜 예원이(여동생)만 좋아해?” 사실 물음표 뒤에 느낌표 대여섯 개와 (문을 쾅 닫는다)라는 지문이 붙어야 정확한 문장이다. 중학교 2학년 때 식탁 앞에서 울먹이며 외쳤던 말이니까. 열다섯의 나는 가족의 관심이 네 살 어린 동생에게 쏠려 있다고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가 정성스레 가시를 바른 생선 살을 동생 밥그릇 위에만 얹어주는 모습을 본 순간 차곡차곡 쌓아온 감정이 폭발했다.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가만 보니 가족의 중심은 동생에게 있는 것 같아 화가 났었다.
    
이런 사건이 생겼을 때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어쩔 줄 몰라 할 것이다. 그러곤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서로를 대하려 할 테다. 새삼스레 진지한 대화를 하기엔 왠지 낯간지러우니까. 금이 간 유리 위에 테이프만 살짝 붙여 두듯 입만 달싹거리다가 말겠지.   우리 집도 그랬다. 사건 후 아빠의 변화는 내 밥그릇에도 생선 살을 올려주는 정도였다. 그렇게 사건(?)은 평범한 가족에서 일어날 법한 평범한 결말로 끝났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일을 새삼스럽게 떠올린 건 11월 개봉한 영화 <친애하는 우리 아이> 덕분이다. 이 영화는 평범한 가족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문제는 엄마와 두 딸, 새아빠로 이루어진 가정에서 엄마가 새아빠의 아이를 임신하면서부터 시작 된다. 첫째 딸은 마치 자신이 가족 내에서 이방인이 된 것만 같은 위기감을 느낀다. 때마침 사춘기에 접어든 첫째는 결국 폭력을 행사했던 친아빠를 다시 만나고 싶다고 생떼를 쓴다.  

<친애하는 우리 아이>에는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한 번 실패했던 새아빠 다나카가 어떻게든 균열을 봉합하고 평범한 가족으로 돌아가고자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평범한 가족, 이상적인 가족은 무엇인가에 대해 묻는다.
    
카메라는 화목했던 시절의 가족사진과 곪아 터진 현재의 가족 관계를 대조해서 보여주면서, 이혼, 사별, 재혼 등의 사건을 통해 가족 구성원의 형태가 언제든 변화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가족 구성원의 변화는 누구에게나 낯설고 어렵다.  

자식이 갑작스레 서운함을 표출하는 사소한 변화부터 구성원 중 한 명이 사라지거나 새로운 사람이 가족이 되는 커다란 사건까지. 모두 처음 겪는 일이니까 서툴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문제의 함정은 어색하다고 얼렁뚱땅 넘겼다간 가족 관계에 큰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거다. 영화의 끝 무렵엔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우리 가족은 과연 평범한 가족일까? 평범의 기준은 어디에 있는 걸까?


<친애하는 우리 아이>

감독 미시마 유키코

출연 아사노 타다노부

 

[871호 - culture letter]

Campus Editor 박지원 

#영화#영화 리뷰#친애하는 우리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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