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토닥토닥 에세이에 지친 사람에게

<내 마음의 빈 공간>을 읽어보세요.

처음부터 에세이를 싫어했던 건 아니다. 오히려 굳건한 소비층 쪽이었다. ‘힘을 내, 할 수 있어’st 에세이부터 ‘괜찮아, 토닥토닥’st 에세이까지, 청춘을 위한단 책들은 빠짐없이 읽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내가 에세이를 피해 다니게 됐다.  

언제부터였을까? 한껏 끌리게 하는 제목을 붙여놓곤 알맹이는 SNS에서 긁어온 책들이 늘어났을 때. 일러스트‘만’ 예쁜 에세이들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장악했을 때. 서점에 서서 후다닥 훑어도 내용이 간파될 정도로 빈약한 책들이 늘었을 때. 심지어 그 책들이 성공하는 걸 볼 땐 학교 때려치우고 에세이 책이나 써볼까 싶어지기도 했었다.
    
『내 마음의 빈 공간』을 발견하고는 많이 반가웠다. 맞다, 에세이는 이런 거였지. 독자에게 스스로 생각할 여지를 주는 글이지. 책을 안고 서점 구석에 앉아 저녁을 보냈다. 마지막장까지 다 읽고도 기꺼이 집으로 데려왔다. 사실 처음엔 작가의 이력에 끌려 사진만 구경하려 했었는데. 읽다 보니 글이 유명한 사진들에 가려지지 않기를 바라게 되더라.   조선희 작가는 ‘오늘도 수고했다’,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며 에세이 흥행 공식을 따르는 대신 이렇게 얘기한다. 모델과 스타일리스트,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들의 생각을 다 반영해 하나의 셔터를 눌러야 하지만 결국 찍는 순간엔 혼자라고. 세상일의 대부분이 이렇다고. 또 상업적으로 성공한 에세이가 ‘당신에게 상처 준 사람을 좌시하지 마세요!’라고 주장할 때는 이렇게 말한다. 그 사람은 존경심을 질투로, 부러움을 뒷담으로 잘못 표현했을 수 있으니 진심을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베스트셀러 에세이들이 나쁘다는 건 결코 아니다. 위로와 공감을 원하는 친구들에겐 힘이 될 테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다. 잠깐 괜찮아지고, 잠깐 나아질 뿐. 우리를 속상하게 하는 일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 스스로 사색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 오랫동안 곱씹을 수 있는 통찰과 문장들이 좋은 자양분이 되어주겠지. 예쁜 에세이에 지쳤다면 꼭 읽어보기를. 우리를 토닥이는 글은 인스타로도 충분하니까.
  

<내 마음의 빈 공간>

조선희 

인플루엔셜, 1만 4000원


[872호 - culture letter]

#내 마음의 빈 공간#조선희#에세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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