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이 삶의 낙이라는 너에게
『한국에 삽니다』
안드레스 솔라노
은행나무, 1만 3000원
처음엔 소설인 줄 알았다. 앞에 떡하니 ‘콜롬비아 소설문학상 수상작’이라 쓰여 있기도 했고. 그런데 ‘왜 번역가와 아내의 이름이 같지?’ 하고 다시 꼼꼼히 서문을 읽어보니 한국인과 결혼해 한국에서 살며 느꼈던 상념을 담은 일기였다. 콜롬비아 사람이 한국에 관해 쓴 얘기라, 평소 즐겨 보는 외국 유튜버들처럼 “삼겹살에 쌈장은 정말 완벽한 조합이에요…!” 하려나 싶었지만 예상은 저 멀리로.
역시 ‘관광객’이 아닌 ‘거주민’이라 우리가 숨기고 싶은, 그리고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얘기들을 툭툭 던지더라. 가령, 만인이 즐기는 스포츠처럼 바닥에 침을 뱉는 중년 남자들이라거나 북한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말한 날에도 평온히 데이트를 즐기는 한국인들 같은. 그리고 겉은 도도해 보여도 음지에서 이뤄지는 만연한 성매매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해외여행을 참 좋아한다. 물론 거기엔 나도 있고. 우리가 해외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일 테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를 두 개 꼽으라면 ‘한국에선 겪을 수 없는 게 많아서’와 ‘반복되는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어서’이기 마련.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한국을 모두 알고 있는 건가? 그리고 갑자기 이방인의 눈으로 우리나라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아마 우린 이 작가보다 한국을 모를지 모른다는 느낌도 파박. 그러니 무작정 해외로 떠나기 전 한 번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한국을 잘 알고 있나요?
현요아
[873호 - culture l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