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20대가 이별하는 여섯 가지 이유

만남은 다 다른데 헤어짐은 왜 비슷할까.
이 글은 절대 내가 헤어져서 쓰는 글이 아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헤어진 친구가 한둘이 아니라서 쓰는 얘기. 사실 그제 소주를 마시며 “만난 곳도 다르고, 좋아한 이유도 다른데 왜 헤어진 이유는 다들 비슷하지?”라고 한탄했더니, 친구가 이렇게 답했다. “우리 나이엔 그렇지 뭐.” 그래, 그럼 우린 도대체 어떤 이유로 헤어지는 걸까? 20대 때 겪는 이별 이유 여섯 가지를 모아봤다.  

01. 데이트는 하고 싶고 데이트비는 없고
영화 <연애의 온도>   

 

대학생이 되니 고등학생 땐 가늠하기도 어려웠던 금액이 매달 훅훅 나간다. 여기에 연애까지 시작하면 +α의 무시무시한 데이트 비용도 쿵. 물론 연애 초기엔 선뜻 데이트비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집에 가는 길, 통장 잔액을 슬쩍이라도 보는 날엔 흐뭇함 끝. ‘누군가 내 카드를 훔쳐다 돈을 쓴 게 틀림없어!’라고 절규하겠지만, 내역을 세세히 뜯어봐도 범인은 틀림없이 나다. 여기서부터 문제. 아직 백일을 넘지 않은 커플이라면 돈 없다고 말하기 부끄러워 서로 사정을 숨길 테고, 오래된 커플이라면 방콕 데이트만 하게 된다. 그러다 기념일이라도 다가오면 단기알바 시작.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 연애하기에도 지쳐 이별을 고하게 되는 슬픈 현실. “우리, (돈 없으니ㅠ) 이제 그만 만나자….”  

02.너도 중요하지만 스펙도 중요한데… 
영화 <건축학개론>

 

바야흐로 대외활동이 넘쳐나는 지금. 교내외 가릴 것 없이 동아리와 서포터즈, 스터디까지 다양한 모임이 그득그득하다. 게다가 요즘엔 대외활동 경험 하나는 기본으로 있어야 취업이 된다던데…. 그렇게 자발적, 혹은 반강제적으로 대외활동을 시작하면 연인의 서운함도 함께 따라온다(“내가 있는데 왜 그런 걸 해?”). 그렇다고 연인과 매일 데이트만 하기엔 ‘얘 뭐야, 이름만 올리려는 건가?’ 생각하는 팀원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 터.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다는 생각에 ‘아, 몰라! 데이트는 주말에 하지 뭐’ 생각하며 스펙 쌓는 데 열중한다면 연애에는 자연스레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 상대방은 자기 전에 마지막으로 통화한 게 언제인지, 제대로 된 데이트를 한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해지겠지. 시간 맞춰 어렵게 잡은 데이트 날, 갑자기 일정이 생겼다며 가버리는 연인의 뒷모습을 보는 날엔 마음이 닫힐 것이다. 한쪽은 왜 바쁜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지 서운, 다른 한쪽은 그런 태도까지 더욱 서운할 뿐이다.  

03.가고 싶지도 보내고 싶지도 않은 군대
영화 <연애의 온도>

 

대학생활 중 한 번은 접하는 곰신과 군화 커플. 입대 전엔 ‘서로 바쁘게 지내면 시간도 빨리 지나가겠지!’ 여기지만, 주말마다 붙어 있던 연인을 떠나보내는 건 익숙하지 않은 일. 여친도 우울하겠지만, 그건 남친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서로 표현하지 않기 위해 서운함을 마음 속에 차곡차곡 쌓아둔다. SNS에 올라오는 커플 사진을 보며 속상해하거나, 연락을 기다리는 초조함이 설렘보다 커지면 균열 시작. 휴가라도 나온 날엔 누구보다 애틋하지만 다시 떨어지게 되면 더 외로워지기도 한다. 요즘엔 페메도 있어 연락하기 어렵지 않지만, 내 메시지엔 답장이 없는데 활동 중이라는 초록불이 켜져 있으면 오해가 쉽게 쌓이기도(로그아웃을 잊어 그럴 수도 있다). 그렇게 사소한 것에도 점점 예민해지다 보면 자연스레 이별을 준비하게 된다.  

04.나는 또 떨어졌고, 너는 또 위로하겠지?
영화 <뷰티인사이드>

 

취업 준비하겠다며 돌연 이별을 선고하는 사람이 있는데, 사랑하는 연인을 똑 떨어뜨린다고 갑자기 집중력이 생기지는 않는다(그러니 일말의 예의란 게 있다면, 일방적으로 이별 통보하지 마세요…). 초반엔 “응원할게! 끝까지 함께 해보자”라며 기운을 북돋아주던 연인도 취준 생활이 길어지면 점점 지치게 된다. 사람이란 게, 가장 바라던 기업에서 서류 광탈을 당하면(그것도 하루에 두 번 이상) 자존감이 땅을 뚫어 지하 도시를 건설하고, 그걸 지켜보는 연인도 기운이 빠지게 마련이니까. “다음엔 붙을 거야, 잘 될 거야” 같은 위로도 한계가 있다. 취준을 응원하는 입장에선 진심으로 위로하고 응원해도 이내 우울해지는 연인을 보며 내가 힘이 안 되나 싶고, 한편으로는 반복되는 데이트 코스에 점점 지치기 시작한다. 게다가 교재 값과 인강 수강료, 월세를 감당하느라 데이트 비용도 사치처럼 여겨지는 취준생. 결국 “나 때문에 네가 행복을 못 누리는 것 같아"와 “내가 별 힘이 안 되는 구나”의 충돌로 감정 소모가 진행되면 더 지친 쪽이 끈을 놓게 된다.  

05.몸이 멀어진 만큼 연락은 더 가까워졌어야 했는데
영화 <치즈인더트랩> 

 

대학생의 로망, 교환학생! 어학점수부터 면접까지 넘어야 할 코스가 많기에 연인이 있다고 포기하기엔 좀 (많이) 아깝다. 연인 입장에서도 어렵게 합격한 사람을 가지 말라고 붙잡는 것 자체가 미안할 따름. 그렇게 몇천 킬로미터의 슈퍼 장거리 연애가 시작된다. 떠나기 전엔 손가락 걸며 언제든 영상통화를 하자고 약속했지만, 서로 일정이 생기면 점점 연락을 잊게 된다. 교환학생 초창기엔 타지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신기함도 호기심도 줄어드니 하염없이 연인의 연락을 기다리게 되기도 한다(그럴 땐 한국에서 친구들과 노는 연인이 부럽기만 할 뿐). 반대로 한국에서 기다리는 쪽도 힘들다. 누가 됐든 홀로 연락을 기다리다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이게 뭐지? 사귀는 거 맞나?’). 시차가 다르면 통화를 오래 했을 때 다음 날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니 시간 맞추기도 쉽지 않다. 정말 기대고 싶을 때 만날 수가 없으니 서운함은 쌓이고, 당장 얼굴 보고 얘기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을 찾게 되고…. 그렇게 시간이 어긋나 서로 일상을 공유하기 어려울 때, 더 이상 서로가 무얼 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때는 완전히 끝이다.  

06.직장인은 학교를 알지만, 대학생은 회사를 모른다
tvN 드라마 <미생>

 

돈이 없는 대학생과 돈을 버는 직장인. 언뜻 보면 좋을 것 같지만, 직장인은 시간이 없는걸. 물론 연차나 휴가를 내서 데이트를 할 수도 있지만 그건 한 달에 한 번 주어질까 말까 하는 특별한 날이다. 게다가 직장인은 종일 사람들과 부딪히며 일하니 대학생보다 다크서클이 세 배는 더 내려가고, 불가피한 야근이나 주말 근무가 생기는 날엔 데이트를 취소해야 할 수도 있다. 회사를 경험해보지 못한 대학생은, “대체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일이 생겨?”라며 섭섭함을 토로한다. 직장인에겐 그런 애인이 또 어리게만 보이고. 반대로 대학 생활이 뭐가 힘드냐고 생각하거나 쓸데없이 ‘고나리’ 하는 태도 때문에 싸울 수도 있다(“그걸 왜 해? 동아리는 다 필요 없어” “학점 관리 좀 해. 네 학점으로는 서류 광탈일걸?”). 데이트비도 문제다. 아무래도 돈을 버는 쪽이 학생보다는 씀씀이가 커지기 마련. 그렇다고 돈 때문에 연인 사이에 상하 관계가 생기거나, 회사원인 연인이 쓰는 돈을 당연하게 여기다간 헤어지고 만다.  

 이별 이유 6가지의 공통점은 ①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② 서로 배려하느라 서운함을 그때그때 말하지 않는 것. 그러니 오래, 예쁘게 연애하고 싶다면 두 가지만 기억해요. 무엇보다 헤어졌다고 해도 그간 고생 많았으니 스스로를 너무 탓하지 않기를.

[874호 -20’S LIFE]

#연애#20대의 이별#이별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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