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젊은 꼰대가 늘어나는 건강한 사회

TMI를 마주하는 요즘의 방식은 맞서는 것
건배사 중엔 반드시 선배님보다 잔을 높게, 잔을 부딪힐 땐 꼭 선배님의 잔보다 조금 아래로 부딪힐 것.
이슈에 밝은 사람들은 눈치챘겠지만, 이건 어느 기업에서 신입사원들에게 가르치는 예절 같은 게 아니다. 여러 커뮤니티에 올라와 20대들의 공분을 샀던 모 대학 새내기 채팅방 카톡 내역이다.  

최근 이런 만행과, 그 만행을 폭로하는 게시물들이 커뮤니티에 붙는 걸 본 예비 새내기들 중 누군가는 지레 겁을 먹었을지도 모른다. "와 시발, 3년동안 오지게 고생해서 대학 가면 저런 새끼들을 선배라고 시중들어야 하는구나" 물론 케바케다. 누군가는 '젊은 꼰대' 문화가 전염병처럼 창궐해 있어 현빈이랑 장동건이 만학도로 입학해도 얼차려를 시키는 학교에 입학할 지도 모른다. 다른 누군가는 초면에 꼬박꼬박 존대어를 사용하고 학교 근처 맛집 탐방을 시켜주며, 학교생활 꿀팁을 무상 배포해주는 선배를 만날 수도 있다.  

후자야 마다할 사람이 있겠냐만, 전자처럼 흔히 '똥군기'라 부르는 선후배 간 수직적인 문화를 맞닥뜨렸을 때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어쩌면 꼰대들에게 철벽을 치고, 사람을 가려가며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똑부러진 새내기들이 있을 지도 모른다. 반대로 '좀 별로지만, 원래 대학생활이 이런 거겠지...'라며 그대로 순응해 버리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렇게 이들은 젊은 꼰대를 이해하고, 스스로 젊은 꼰대가 되는 첫 걸음을 내딛는다.  

진로 보해 마시던 세대들의 농담 중에 이런 게 있다. "어느 고고학자가 이집트 투탕카멘의 벽화 속 텍스트를 해석하다가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는 구절을 발견했다 카더라."  

요즘 문제가 많다는 '젊은 꼰대'가 생기는 이유는 단순하다. 옛날부터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동물원에 가면 사자랑, 호랑이도 있더라구요! 대단하지 않아요?" 라고 묻는 사람에게 "음 그건 예전부터 있었는데요?"라고 대답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게 맞는 얘기니까.  

그러면 그는 "아뇨, 제가 말하는 건 어린 사자도 있더라는 말씀이에요"라고 말한다. 근데 그것도 그가 몰라서 그렇지 이미 18년 전에도 어린이대공원에 이름은 별로지만 복남이와 복녀라는 새끼 사자가 있었다. 꼰대도 마찬가지다. 요즘 '젊은 꼰대들이 많아졌다'라고 얘기하는 건 그간 사람들이 꼰대를 '나이 많고 소통 안되는 어르신'으로만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대 갈등은 어디에나 있고 언제나 있었다. 이제는 좁은 간극조차 불편하게 느끼는 젊은 세대들이 있을 뿐이다. '명절날 잔소리하는 큰아버지와 재수생', '신입사원과 부장님' 사이에서 겪던 불편함을, 우리는 이제 대학 선후배 사이에서 의식할 수 있게 되었다.  

혹자들은 "다 자기들 잘 되라고 하는 일인데, 꼰대 취급을 한다"라며 억울해한다. 이런 얘기들을 우리는 이제 TMI라고 말한다. 꼰대는 경험주의에 기반한 주장을 굽힐 줄 모르면서, 그것이 절대적으로 옳다고만 생각할 뿐 자기 성찰을 못 한다. "내가 다 겪어봐서 그런데", "우리 세대와는 다르게, 요즘 애들은..."이라는 말을 꼰대들이 쉽게 하는 이유다.  

선의가 누군가에게 불편함으로 다가온다면 결과적으로 그것은 선의가 아니다. 새로운 세대는 그 세대만의 삶의 방식을 갖는다. 카톡을 쓰는 세대가 있는가하면 카톡 대신 페메를 쓰는 세대도 있다. 한 세대가 다른 한 세대에게 자신이 살아 온 삶의 방식을 강요할 수는 없다. 거창하고 보편적인 삶의 지혜를 얘기하기엔 시대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불필요한 TMI를 마주하는 요즘의 방식은, '피하는' 것이 아니라 '맞서는' 것이다. 우리가 불편함을 의식할수록 사회에 꼰대들은 많아진다. 최근 페이스북에서는 군기를 잡는 선배에게 "왜 다짜고짜 욕이세요?" "저는 카톡방 나갑니다" 라고 반응한 후배의 썰이 수 천 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무개념한 후배 썰'에만 좋아요를 누르던 오래 전 세대들이 이제는 무개념한 선배가 되어 카운터를 처맞고 있다. '이상한 상사를 피하는 법' 대신 '무례한 사람에게 대처하는 법'이 찬사를 받는 요즘이다. 불편함을 마주하지 않고 피하기만 하던 기성세대들이 해결하지 못한, 사회에 만연한 불편함을 아마 지금의 우리들이라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tmi#꼰대#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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