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서울이 싫어서 떠나려 합니다

장점보다 단점이 더 크게 느껴지는 서울 라이프.

월급-생활비=0  
학교 다니는 동안 늘 부모님의 도움을 받았어. 집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걸 잘 알아서, 휴학했는데도 서울에서 지낸단 이유만으로 생활비를 계속 받기는 미안하더라. 그래서 지금은 평일 내내 알바를 하고 있어. 그런데 서울 월세가 50만원은 거뜬히 들잖아. 여기에 식비만 더했을 뿐인데도 돈이 잘 모이지 않더라. 휴학한 지 4개월이 됐는데, 굳이 서울에 남아야 할 이유를 모르겠어. 공부는 어디서나 할 수 있는 건데. 이젠 마음 편히 집에 내려가서 휴학다운 휴학을 보내려고.
조선영 / 동국대 15


가족도 친구도 없으니까  
원하는 직무의 인턴을 하려고 서울로 올라왔어. 서울은 처음이고 친구도 한 명 없었지만, 아무래도 회사에 다니면 바쁠 테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주말이면 시간이 붕 뜨는 기분인 거야. ‘어떻게 해야 시간이 빨리 가지?’라는 생각밖에 안 들고. 또, 무슨 일이 있었을 때 그 감정을 바로 털어놓지 못해. 아무래도 시간이 지나면 귀찮고 힘들어서 말할 때도 그냥 얼버무리게 되거든. 고향 친구들도, 가족도 없으니까 반쪽짜리인 내가 되어버린 것 같아. 이젠 고향에서 쭉 지내려 해.
유영민 / 계명대 11


시험 붙으면 집으로 갈래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야 한다는 얘기 있잖아. 난 집이 제주도라 그 얘기가 진짜 와 닿았거든. 제주도에서는 할 게 많이 없으니까. 그렇게 무작정 서울에 있는 대학교로 올라와서 공부하다가 안정적인 공무원으로 꿈을 잡았어. 그러니까 굳이 월세랑 생활비 내면서 서울에 있을 필요가 없더라. 서울 밖에서도 할 수 있는 거니까. 내 친구들도 이렇게 지방에서 할 수 있는 직업을 꿈꾸면 서울을 나가려는 분위기야. 물론 나도 합격하면 집으로 내려갈 거고.
이주미 / 성균관대 15


끼어 죽을 것 같아  
서울에서는 지하철만 타면 개미가 된 것 같은 기분이야. 1교시 수업이라도 가는 날에는 출퇴근 시간이랑 맞물려서 몇 번이나 지하철을 놓치는 건 일상이지. 또, 서울은 이곳저곳이 핫 플레이스라 조금만 맛있어도 웨이팅 1시간은 기본이잖아. 길을 걸어도 사람들한테 이리저리 치이고. 그래서 사람이 바글바글한 길을 보고 있으면 벌써부터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야. 3년을 지냈는데도 적응이 안 되는 걸 보면, 앞으로 계속 살 수 있을까?
김현 / 이화여대 16


내 폐가 불쌍해  
강릉에 있을 때는 공기의 중요성을 몰랐다? 고등학교 때, 서울에서 온 선생님이 “강릉에서는 걱정 없이 숨 쉴 수 있다!”고 얘기했었는데 과장이다 싶었지. 그런데 서울로 오니까 바로 이해되는 거 있지. 강릉에서 마스크는 얼굴 가리기용인데, 여기는 정말 생명 보호 기능에 충실하더라고. 시야도 뿌연 걸 보면 내 폐가 중금속으로 시들시들 앓는 것도 같고. 저번에는 창틀을 닦았는데, 먼지가 가득 쌓여있더라. 목도 칼칼해서 건강도 점점 나빠지고 있어. 서울에서 계속 살려고 했는데….
권혜연 / 덕성여대 15


늘 쫓기는 기분이야  
서울에 있으면 늘 쫓기는 기분이었어. 힘들게 서울에 온 만큼 그 값어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아. 항상 하루를 가득 채워 보냈지. 학기 중에도 알바 2~3개에 동아리 1~2개를 꼭 유지하느라 매번 삼각김밥으로 때우기 일쑤였고. 아, 어느 날은 수업도 알바도 펑크가 나서 시간이 엄청 많이 생겼었거든? 좋을 줄 알았는데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불안해 미칠 것 같더라. 그때 느꼈어. 당분간은 서울을 떠나서 쉬는 법 좀 배워야겠구나, 하고.
한나경 / 동국대 15


쉽게 우울해지더라  
꼭 하고 싶은 대외활동이 있었는데, 그게 서울에서 하는 거였어. 2주마다 열리는 회의에 참석해야 하니 처음에는 부산에서 왔다 갔다 했지. 그러다 교통비랑 시간이 너무 들어서 자취를 시작했어. 결론은? 서울에서 못 살겠다…. 부산은 번화가만 좀 그렇지, 카페나 가게들이 널찍하게 떨어져 있어서 시야가 탁 트였거든. 그런데 서울은 정말 좁은 곳에도 빽빽하게 빌딩을 쌓아 올린 곳이 많았어. 그렇게 오밀조밀하게 쌓인 건물들 사이를 걸을 때면 울적해지더라. 난 빌딩 숲을 벗어나 숲이 있는 곳에서 살 거야.
김예란 / 부경대 13


정이 없는 느낌이야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서울 사람들이 정이 없다는 느낌을 좀 받았어. 지하철이나 버스가 사람으로 이미 꽉 찼는데도 이리저리 몸을 넣으려고 밀치고 밟잖아. 또, 거리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내 일이 아니면 잘 나서지 않는 것 같아. 종교를 권유하는 분들이나 다단계 하려는 분들도 꽤 있어서 그런가, 길을 물으려 해도 다 피하더라. 그래서 서울에서는 웬만하면 타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해결하려고 해. 나도 이렇게 각박해질까? 서울에 정 붙이기 어렵네.
최지혜 / 연세대 15

[876호 - 20'S Life]

#서울이 싫어서#20대#서울살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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