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인싸도 아싸도 아닙니다만
이도저도 아닌‘반싸’로 산다는 것
“자자 신입생 여러분 환영합니다. 우선 이 쪽으로 오세요. 여기 바닥에 둥근 선 보이시죠? 먼저 고등학생 때 학생회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원 안쪽으로 들어가세요. 인스타 팔로워 400명 이상도 안 쪽이요. 페친 150명? 흠 애매한데, 우선 밖에 계셔요. 혼밥이 제일 편하다 싶으신 분? 네네 밖에 계시면 됩니다. (중략) 후아, 대충 정리가 된 것 같네요. 오늘부터 이 원 안에 계신 분들은 인싸구요, 밖에 계신 분들은 아싸입니다. 그럼, 행복한 대학생활을 기원합니다!"
멋대로 19학번 신입생들의 환영회를 상상해 봤다. … 물론 그럴리가 없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저런 일 따위, 일어날리가. 차라리 웬 남자애 하나가 술에 취해 발가벗고 픽미를 추며 구토쇼를 했다고 하는 게 말이 되겠다. 아무튼. 위 상상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지만. 바야흐로 인싸 아니면 아싸로 이뤄진 시대다. 주위를 둘러 보면 누구나 ‘인싸’ 혹은 ‘아싸’의 길 중 하나를 택해 걷는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만약 상상 속 19학번 신입생이라면? 아마 인싸와 아싸의 경계에 서서 안팎으로 한 발씩 걸치고 섰을 게다. 우왕좌왕 안절부절. 식은땀을 흘리며 금을 밟은 채 속으로 ‘어쩌지’만 연신 외치고 있겠지.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놈. 그게 나다. ‘인싸력’ 은 한 줌도 안 되면서 아싸의 길을 홀로 걸을 용기도 없는 흐릿한 녀석. 3년쯤. 흐릿한 연기처럼 대학을 다니며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다. 의외로 주위엔 나 같은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 주목을 끌며 분위기를 주도하는 인싸도 아닌것이 콧방귀를 치며 단독 파워워킹을 하는 아싸도 아닌 미심쩍은 부류의 사람들 말이다. 우리는 이내 서로의 유사함에 끌려 자연스레 가까워졌다.
그시절 우리의 가장 큰 화두는 다름아닌 우리의 정체성. 우리가 아싸냐 아니냐. (인싸란 개념이 없었으므로.) 한번 토론에 불이 붙으면 원피스 정상전쟁을 방불케할 정도로 치열하게 그 불길이 번지곤 했다. 우리는 끝내 답을 내리지 못하고 사회로 뱉어졌다.
"우리는 어쩌면 ‘반싸’라는 신인류가 아닐까."
뱉어진 사회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어찌어찌 적응해나가던 어느날. 후줄근한 차림으로 모여 여전한 서로의 정체에 공감하다 무심코 한 녀석이 뱉은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하마터면 무릎을 칠 뻔했다.
옳커니. 인싸와 아싸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우리는 ‘반싸’ 였구나. 맙소사. 안과 밖 경계에서 어쩌지도 못하고 어슬렁 거리는 우리는 '반싸' 라는 존재였구나.
그날 이후로 반싸라는 신인류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지속됐다. (연구래봤자 우리네 삶을 분석하는 일이 고작이었지만.) 타고난 성향 자체는 아싸에 가깝지만 사람은 또 못잃는 사람들. 이 납득할 수 없는 피곤한 성격을 소유한 ‘반싸’들의 특징은 대충 다음과 같다.
1. 혼밥이 편하긴 하지만 괜히 튀는 게 싫어 무리에 섞여 먹는다.
2. 술자리에 큰 재미는 못 느끼지만 웬만하면 참석한다.
3. 그럭저럭 농담에 끼곤 하지만 진심으로 즐거운 적은 드물다.
4. 1차만 끝내고 집가서 쉬고 싶지만 우물쭈물 하다 보니 어느덧 3차다.
5. 멀리 지인 무리가 있을 때 굳이 가서 인사해 대화에 끼고 싶진 않다.
6. '사람 친화 기간'과 '사람 기피 기간'이 극명하게 나뉜다.
7. 기타 등등.
텍스트만 읽어도 피곤이 몰려오지 않는가? 우리네 고단한 반싸 팔자여. 만약 위 내용들 중 네 가지 이상이 자기 얘기라면. 동지여, 현실을 부정 말길. 우리는 오락가락열매를 먹은 ‘반싸’인 것일지니.
인싸의 공허함과 아싸의 외로움. 그것들의 딱 절반씩만 짬짜면처럼 먹고 산다. 인싸 무리에 자연스레 어울리다가도 문득 인싸 무리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이 소스라치게 낯설어 집으로 숨어버린다. 그리고는 며칠간 친한 친구의 연락도 깡그리 무시한 채 달팽이처럼 나의 내면 속으로 깊이 잠긴다.
하지만 한편으론 인싸만의 즐거움과 아싸만의 편안함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도서관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다가 해질녘쯤 마음 맞는 동기 두어 명을 불러 내 치맥을 즐기는 지금처럼. 아아- 치맥집 저 구석에서 요즘 인싸들의 술 게임이 들려 온다. 오늘의 메인 게임은 '더 게임 오브 데스'군. 저 무리에 한 둘 쯤 끼어 있을 '반싸' 동지를 상상해 본다. 엉겹결에 신이 나 연신 손가락질을 해대다가도 나를 지목한 손가락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곤 괜히 짜게 식어버리겠지. 급격하게 싫증을 느끼곤 '이게 다 뭐하는 거지.' 속으로 생각하며 당분간 방 안으로 굴을 파겠지.
P.S. 인싸와 아싸만이 득세하는 세상에서, 만국의 반싸여 단결하길.
멋대로 19학번 신입생들의 환영회를 상상해 봤다. … 물론 그럴리가 없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저런 일 따위, 일어날리가. 차라리 웬 남자애 하나가 술에 취해 발가벗고 픽미를 추며 구토쇼를 했다고 하는 게 말이 되겠다. 아무튼. 위 상상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지만. 바야흐로 인싸 아니면 아싸로 이뤄진 시대다. 주위를 둘러 보면 누구나 ‘인싸’ 혹은 ‘아싸’의 길 중 하나를 택해 걷는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만약 상상 속 19학번 신입생이라면? 아마 인싸와 아싸의 경계에 서서 안팎으로 한 발씩 걸치고 섰을 게다. 우왕좌왕 안절부절. 식은땀을 흘리며 금을 밟은 채 속으로 ‘어쩌지’만 연신 외치고 있겠지.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놈. 그게 나다. ‘인싸력’ 은 한 줌도 안 되면서 아싸의 길을 홀로 걸을 용기도 없는 흐릿한 녀석. 3년쯤. 흐릿한 연기처럼 대학을 다니며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다. 의외로 주위엔 나 같은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 주목을 끌며 분위기를 주도하는 인싸도 아닌것이 콧방귀를 치며 단독 파워워킹을 하는 아싸도 아닌 미심쩍은 부류의 사람들 말이다. 우리는 이내 서로의 유사함에 끌려 자연스레 가까워졌다.
그시절 우리의 가장 큰 화두는 다름아닌 우리의 정체성. 우리가 아싸냐 아니냐. (인싸란 개념이 없었으므로.) 한번 토론에 불이 붙으면 원피스 정상전쟁을 방불케할 정도로 치열하게 그 불길이 번지곤 했다. 우리는 끝내 답을 내리지 못하고 사회로 뱉어졌다.

"우리는 어쩌면 ‘반싸’라는 신인류가 아닐까."
뱉어진 사회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어찌어찌 적응해나가던 어느날. 후줄근한 차림으로 모여 여전한 서로의 정체에 공감하다 무심코 한 녀석이 뱉은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하마터면 무릎을 칠 뻔했다.
옳커니. 인싸와 아싸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우리는 ‘반싸’ 였구나. 맙소사. 안과 밖 경계에서 어쩌지도 못하고 어슬렁 거리는 우리는 '반싸' 라는 존재였구나.
그날 이후로 반싸라는 신인류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지속됐다. (연구래봤자 우리네 삶을 분석하는 일이 고작이었지만.) 타고난 성향 자체는 아싸에 가깝지만 사람은 또 못잃는 사람들. 이 납득할 수 없는 피곤한 성격을 소유한 ‘반싸’들의 특징은 대충 다음과 같다.
1. 혼밥이 편하긴 하지만 괜히 튀는 게 싫어 무리에 섞여 먹는다.
2. 술자리에 큰 재미는 못 느끼지만 웬만하면 참석한다.
3. 그럭저럭 농담에 끼곤 하지만 진심으로 즐거운 적은 드물다.
4. 1차만 끝내고 집가서 쉬고 싶지만 우물쭈물 하다 보니 어느덧 3차다.
5. 멀리 지인 무리가 있을 때 굳이 가서 인사해 대화에 끼고 싶진 않다.
6. '사람 친화 기간'과 '사람 기피 기간'이 극명하게 나뉜다.
7. 기타 등등.
텍스트만 읽어도 피곤이 몰려오지 않는가? 우리네 고단한 반싸 팔자여. 만약 위 내용들 중 네 가지 이상이 자기 얘기라면. 동지여, 현실을 부정 말길. 우리는 오락가락열매를 먹은 ‘반싸’인 것일지니.
인싸의 공허함과 아싸의 외로움. 그것들의 딱 절반씩만 짬짜면처럼 먹고 산다. 인싸 무리에 자연스레 어울리다가도 문득 인싸 무리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이 소스라치게 낯설어 집으로 숨어버린다. 그리고는 며칠간 친한 친구의 연락도 깡그리 무시한 채 달팽이처럼 나의 내면 속으로 깊이 잠긴다.
하지만 한편으론 인싸만의 즐거움과 아싸만의 편안함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도서관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다가 해질녘쯤 마음 맞는 동기 두어 명을 불러 내 치맥을 즐기는 지금처럼. 아아- 치맥집 저 구석에서 요즘 인싸들의 술 게임이 들려 온다. 오늘의 메인 게임은 '더 게임 오브 데스'군. 저 무리에 한 둘 쯤 끼어 있을 '반싸' 동지를 상상해 본다. 엉겹결에 신이 나 연신 손가락질을 해대다가도 나를 지목한 손가락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곤 괜히 짜게 식어버리겠지. 급격하게 싫증을 느끼곤 '이게 다 뭐하는 거지.' 속으로 생각하며 당분간 방 안으로 굴을 파겠지.
P.S. 인싸와 아싸만이 득세하는 세상에서, 만국의 반싸여 단결하길.
#고민#대학생#반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