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나라도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을 때
'좋은 어른’이뭐죠? 막막할 때 힌트가 되어준 콘텐츠들

우리에겐 더 많은 언니들이 필요하다
BOOK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는 늘 언니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그 애들은 뭐든 조금씩 더 능숙했다. 먼저 시행착오를 겪은 언니들이 동생의 서툰 첫 연애에도, 실패 없이 어울리는 옷을 고르는 데에도 도움을 주었으니까. 다 커서도 다르지 않다. 친구들끼리 둘러앉으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는 늘 빠지지 않는 주제이지만, 오지 않은 삶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얘기는 매양 제자리를 맴돈다. 이럴 때 언니가 있으면 좋을 텐데! 저자 김하나와 황선우가 싱글라이프에서 여자 둘, 고양이 넷의 ‘조립식 가족’을 이루기까지 여정을 담은 이 책은 언니 없는 이들을 위한 가이드북 같다. 혼자든 함께든 삶의 형태를 떠나 독립적이고 성숙한 어른으로 사는 법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그녀들이 흠 없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며 더 나아지고자 하는 사람이어서. 먼저 나서 먼저 걷는 언니들. 웃자란 풀을 밟고 나뭇가지를 잡아주며 뒤돌아보는 이들. 그 뒤를 따라 걷는 기분으로 책장을 넘기다 문득 생각한다. 좋은 어른은 어쩌면, 자기 삶으로 길을 내는 사람들일 거라고. 김신지

좀 더 나은 일상을 쌓기
NETFLIX <곤도 마리에: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어른으로 불리기에 차고 넘치는 나이가 됐지만, 현실은 아직 제 방 하나 못 치우는 ‘어른이’다. 옷가지가 바닥에 나뒹굴고, 책상은 너저분하다. ‘바빠서’라는 말은 핑계다. 그냥 게으른 탓이다. 거창한 어른이 되길 바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더러운 방에서 사는 엉망진창 어른이 될 줄은 몰랐다. 일상에 정리가 필요하다고 느낀 순간, 넷플릭스에서 곤도 마리에를 만났다. 유명 정리 컨설턴트인 그는 의뢰인들의 신청을 받아 집 정리를 돕는다. 부모님 방문을 앞두고 집 정리에 나선 사회 초년생, 남편과 사별 후 버리지 못한 유품을 정리하려는 중년 여성 등 갖가지 사연을 품은 의뢰인들이 곤도 마리에의 컨설팅을 받아 정리를 시작한다. 이들은 과거가 깃든 물건을 치우며 물리적 의미의 정리뿐 아니라, 마음의 정리를 하며 한 단계 더 성숙한다. 어른은 나이 먹는다고 짠! 하고 완성되는 게 아니다.부지런히 갈고닦은 일상이 쌓여 어른이 되는 것일 테다. 그러니 성숙한 내일을 위해, 미루지 말고 정리를 시작해야지. 좀 더 나은 일상을 쌓다 보면 나도 언젠가 괜찮은 어른이 될 거란 기대를 품고. 서재경

부러지지 않는 마음을 가져야 어른이겠지
BOOK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
“군인들이 학생들을 끌고 가려고 학교에 왔는데, 몰래 집으로 도망쳤지. 팔다리가 죄 까지는 줄도 모르고 산을 넘었어.” 독립운동, 한강의 기적… 교과서 속 근현대사는 은근히 자랑스러워했는데, 친할머니 입으로 직접 듣는 지난날은 생존을 위한 선택의 연속이었다. 세월 마디마디에 할퀴어진 개인의 삶이 박혀있단 걸 까맣게 잊어버린 채 나는 대체 무엇을 자랑스러워했던 걸까? 내가 할머니였다면,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또다시 내일을 기대할 수 있었을까? 순천시의 한글교실에서 쓰고 그렸다는 늦깎이 할머니 학생들의 작품에도 그런 먹먹함이 있었다.
인민군으로 오인되어 총살당한 오빠, 바람을 피우고 되레 매질하는 남편…. 퍽퍽한 생을 참 담담하게도 써 내려간다. “앞으로 내 꿈은 글을 많이 배워 우리 동네 이장이 되는 것입니다.”(p.73) 가난해서, 여자라서 배우지 못했지만 부러지지 않는 마음으로 여전히 꿈을 꾼다. 나이가 적건 많건, 지치지 않고 유연한 태도로 변화하려는 사람. 그런 사람이 진짜 어른이겠지. 힘들면 징징거리고 싶어지는 걸 보니, 나는 아직 한참 멀었지만. 권혜은

감정의 파도를 다스리고 씩씩하게
YOUTUBE <띠예>
유난히 크게 일렁이는 ‘감정의 파도’를 가진 나는, 그것을 줄여가는 걸 인생의 작은 미션으로 삼고 있다. 심지어 2016년 7월 9일 나의 일기장엔 “내게 있어 어른이란 감정 조절을 잘 하는 사람이다”라고 적혀있기도 하다. 약 2년 반이 흐른 지금, 그래서 조금은 어른스러워졌냐고? 글쎄. 최근 나 말고 다른 이를 그렇게 생각한 적은 있다. 바로 10대 유튜버 ‘띠예’다. 제대로 된 장비 하나 갖추지 않고 찍은 ASMR 영상으로 한 달 만에 40만 명이 넘는 구독자가 생긴. 문제는 이러한 인기를 시기하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갑자기 사라진 다수의 영상도 허위 신고 때문이란다. 이후 한동안 영상이 올라오지 않아 ‘결국 활동을 접었나 보네’, ‘나라도 관뒀을 거야’ 생각하려는 찰나, 보란 듯 Q&A 영상 하나가 업로드 됐다! 나이‘만’ 어른인 사람들 때문에 상처를 받았을 법도 한데 그 감정을 다스리고 다시 돌아온 그녀. 그 비결이 궁금해서라도 나는 이 열 살짜리 어른의 행보를 지켜보고 싶어졌다. 내가 찾던 어른의 모습을 어쩌면 이곳에서 발견하게 될지도. 이시은
[880호 - pick up]
#좋은 어른#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곤도 마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