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김리뷰의 문화컬쳐 6 - 영화 127시간(2010) Review

러닝타임이 127시간은 아니다


127시간. 영화 러닝타임이 127시간이라는 게 아니라 주인공이 미국 한복판 황무지에서 모험을 하다가 손이 바위에 껴서 조난당한 시간을 제목으로 한 것이다. 정작 영화 길이는 90분 내외인 걸 생각해보면 왠지 허위광고 돋는 제목이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말 중에 출필고반필면(出必告反必面)이라는 말이 있다. 집에서 나가고 들어올 때 가족한테 꼭 말을 하라는 정도의 뜻인데, <127시간>이라는 영화는 이 단순한 내용을 90분 가량의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줄줄 풀어내는 듯한 물건이다.
 

모험을 좋아하는 우리의 주인공은 여느 때처럼 혼자 미국 황무지 벌판에 여행을 떠나는데, 문제는 이 병신이 아무한테도 말을 안 하고 훌쩍 떠나버리는 못된 버릇이 있다는 것. 그래서 조난당했다. 미국에 사서오경이 보편화 되어있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인데…
 

게다가 이 놈은 휴대폰도 안 들고 갔다. 하긴 배경이 2003년이라 아이폰이나 갤럭시 노트도 없긴 했겠지만, 식량도 물밖에 안 챙겨 갔다는 것은 대체 뭔 자신감인지. 이쯤되면 그냥 죽어도 싸다는 느낌이 든다. 여행자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하는 것인데.
 

여하튼 오른손이 바위에 끼였고, 주위에 사람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으며 식량은 커녕 물도 쥐오줌 정도밖에 없는 지옥같은 상황에서 주인공 혼자 127시간을 버티는 게 이 영화의 내용이다. 딴 거 없다. 딱히 반전도 없다. 이렇게 요약해보니까 진짜 별 거 없는 영화였다는 생각이다. 다만 연출이 좋았을 뿐. 지구판 <그래비티> 같은 느낌이었다.
   

까놓고 보면 정말 별 거 없는 내용을 극한의 연출력과 배우의 강렬한 연기, 그리고 시각효과와 고퀄리티 음악으로 하드캐리한 영화 되시겠다. 지난 밤 삼겹살 3인분 혼자 처먹고 다음날 아침에 싸는 똥처럼 짧고 굵은 영화.
 

뜬금없는 호승심 때문에 안나푸르나, 히말라야를 등반하거나 실크로드 내지 사하라 사막을 횡단하는 등의 모험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보고 재고해볼만한 영화다. 목숨은 아주 귀중하고, 팔 역시 귀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샹크스도 아니고 멀쩡한 팔 잃으면 그냥 병신이다. 몸 조심하자. 신체발부수지부모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127시간#김리뷰#김리뷰의문화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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