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나는 연애를 OO으로 배웠다
사랑하는 법도 모르면 배워야지.

WEBTOON <우리가 사랑하는 방법>
짝사랑과 덕질에는 소름 돋는 평행이론이 존재한다. 1) 대상은 나라는 존재를 모르거나 매우 희미하게 알고 있다. 2) 나는 대상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반대의 경우 아예/거의 모른다. 3) 대부분의 경우 덕계못으로 생을 마감…, 아니 관계가 끝난다. 그나마 짝사랑이 덕질보다 나은 것이 있다면, 이뤄질 확률이 조금 더 높다는 정도? 그래서 수많은 짝러버들은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웹툰 <우리가 사랑하는 방법>의 ‘하다’ 역시 첫눈에 반한 이상형 ‘유리’를 위해 함께 덕질을 하며 그녀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시시때때로 좌절한다. 빛나는 그녀의 아이돌 앞에서 초라한 자신에게 좌절하고, 말 한마디 편하게 못하는 처지에 서글퍼한다. 나도 그랬다. “같이 카페 갈래?” 한마디를 못 해 빙빙 돌리다가 결국 쓸데없는 말이나 하고 돌아섰다.
나중에 그 순간들이 어찌나 아쉽던지. 지금 짝사랑 중이라면, 코노에서 “한 걸음 뒤에~ 내가 있었는데~” 같은 노래나 부르고 있다면 그만두시길 바란다. 그리고 좌절할지언정 ‘하다’처럼 뭐라도 함께하며 그 사람에게 당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시길. 물론 이게 쉽다는 말은 아닙니다. 파이팅! 유희수

YOUTUBE <채널 김철수>
“오늘은 뭐할까?”란 질문에 딱히 답할 말이 없다. 데이트가 더는 특별하지도, 재밌지도 않다. 권태다. 변화보단 익숙함을 좋아하는 나지만 유달리 연애는 항상 새롭고 짜릿하길 바랐다. 데이트 코스도 매번 다른 게 좋았고, 대화 소재도 늘 새롭길 바랐다. 하지만 장장 6년의 연애였으니 매번 새로울 수가 있나. 만날 때마다 했던 얘길 하고, 먹었던 걸 먹고, 걸었던 길을 걸었다.
일상이 되어버린 연애가 무료해질 때쯤, 다시 사랑 에너지를 샘솟게 한 건 <채널 김철수>였다. <채널 김철수>는 내가 그토록 무료하다 느꼈던 일상의 연애를 사랑스럽게 담아낸다. 딱히 이렇다 할 연출도, 편집도 없는 단조로운 영상. 함께 카레를 끓여 먹고, 뒷산을 걷고, 서로 면도를 해주는 말 그대로의 일상.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것이지만 철수 씨의 카메라 안에서 특별해진다.
철수 씨의 구독자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카메라가 그의 애인 장호 씨를 쓰다듬는 것 같다고. 영상을 보면 별거 아닌 일상에서 사랑을 찾아내는 그의 마음이 퍽 부러워진다. 사랑하는 이와 특별한 일을 만들어 가는 것보단 그 사람 자체를 특별하게 바라봐주는 것. 철수 씨와 장호 씨에게 오늘도 한 수 배웠다. 강민상

BOOK 『바다의 얼굴 사랑의 얼굴』
옛날 사람들에게 바다의 이미지는 아름다움이 아닌 공포였다고 한다.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 저자는 사랑의 양면성을 바다에 비유한 걸까. 바다의 얼굴처럼 사랑의 얼굴도 늘 예쁘지만은 않으니까. 나는 연애를 배우고 싶은 적이 없었다. 언제나 알고 싶은 것은 이별 후 빨리 괜찮아지는 방법이었다.
누군가에게 빠지면 연애는 어찌어찌 흘러갔지만, 문제는 다 끝난 뒤였다. 이 시기가 지나간다는 걸 알긴 아는데, 당장 어떻게 버티느냐 말이다. 그러니까 이 에세이도 어떤 거지 같은 연애가 끝나고 허우적거릴 때 읽었다. 책 속 인물들은 나 못지않게 열렬히 사랑하고 무너졌다. 그들과 같은 연애를 한 건 아니지만, 그들이 느낀 감정은 이미 아는 것이었다.
지질하고 마주하기 싫어서 내가 ‘나의 문제’로 규정지어 놓은 감정들. 그래서 연애를, 사랑을 배웠냐고? 그건 모르겠고, 늘 듣고 싶었던 ‘네게 문제가 있어서 사랑에 실패한 게 아니’란 말을 책에서 충분히 들었다. 사랑은 원체 그렇게 생겨 먹은 놈이라, 구린 이별도 사랑의 얼굴이라는 것을. 백수빈

NETFLIX <어쩌다 로맨스>
연애만 할라치면 ‘쿨병’ 환자가 된다. 질투심에 피가 거꾸로 솟아도 점잖은 척, 연락이 없어 안달이 나도 아닌 척. 나 자신도 깜빡 속을 정도다. 그렇게 ‘척’만 하다 흐지부지 끝나버린 관계들 때문에 ‘썸 혐오증’도 생겼다. 거절당하는 상상만으로도 쪽팔리고 두려워 솔직하게 굴지 못했던 건 나인데.
<어쩌다 로맨스>의 내털리는 해피엔딩 따위 없다고 단언하는 로맨틱 코미디 혐오자다. 그런 그녀가 불의의 사고로 ‘로코’ 월드에 불시착했다. 러브 라인을 위한 세상의 모든 클리셰가 현실로 펼쳐지는 곳에. ‘로코’의 진부한 전개를 전복하고 비틀어가며 그녀가 얻은 뜻밖의 깨달음은 ‘엔딩’을 만들어가는 건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을 기다리기보다, 내 마음을 ‘척’ 없이 들여다보고 그 방향으로 용기 내어 달려갈 때 원하는 엔딩에 가까워진다. 원하는 ‘나’에 가까워지기도 한다. 어쩌면 ‘쿨병’은 자신감이 없는 나를 가리기 위한 수단이었는지도 모른다. 연애보다는 ‘나’를 먼저 배워야겠다. 김슬
[882호 - pick up]
#바다의 얼굴 사랑의 얼굴#어쩌다 로맨스#우리가 사랑하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