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지친 마음을 회복하게 해주는 장소들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마음을 쉬게해줄 곳이 있다면?

AIRBNB 이후북스테이
“요즘 바쁘지?”라는 말이 인사말이 된 세상. 쉬는 게 제일 어려워진 우리에게 필요한 게 있다면 ‘나한테 휴식은 어떤 상태일까’ 물어보는 것이지 않을까. 내게 있어 쉰다는 것은 휴대폰을 멀리하고 조용한 곳을 산책하는 일,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는 일, 실컷 늦잠을 자고 일어나 아무 계획 없는 하루를 보내는 일을 뜻했다. 영월 시골 마을에 위치한 ‘이후북스테이’를 찾아간 것은 그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가능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한쪽 벽엔 서점 ‘이후북스’에서 큐레이팅한 책들이 꽂혀있고, 어머니가 쓰셨다는 LP에서는 반복해서 들어도 좋은 노래들이 흘러나온다. 밤이면 지붕 위로 수많은 별들이 뜨고, 아침에 문을 열면 안개가 구름처럼 걸린 높은 산들이 내다보였다. 무엇보다 부르기 전에 먼저 달려오는 다정한 개 방울이와 1월생인 댕댕이 두 마리가 발치에 몸을 부빌 때마다 마음이 속절없이 녹았다. 쉴 수 있는 장소에 나를 데려다 놓기만 한다면 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잘 쉬었어?” 하고 내 마음의 안부를 물어볼 수 있는 장소를 더 많이 찾아내야 하는 이유다. 김신지

CAFE 카메라타
마음의 여유가 바닥나서 괜히 심통 부리게 되는 무렵이 있다. 일단 귀에 이어폰을 꽂고 단것을 집어 먹으면서 어떻게든 회복해보려 하지만 보통은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다. 나를 괴롭게 하는 것들이 여전히 주위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 고장 난 마음을 고치기 위해선 떠나야 한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조바심 내지 않을 곳으로.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파주 헤이리 마을에 꼭 맞는 장소가 있다. 오래된 스피커와 만 장 남짓한 클래식 LP판이 반겨주는 카페 ‘카메라타’다. 녹슨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스피커와 진공관 앰프, 웅장한 클래식 선율이 기다리고 있다. 카메라타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포토 스폿마다 줄 서서 분주하게 사진을 찍어야 하는 인스타 감성 카페들과 다르다. 오히려 음악 감상실에 가깝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서 클래식을 들으며 책을 읽거나 글을 끄적이기에 좋다. 신청하고 싶은 노래는 자리에 마련된 메모지에 연필로 적어 내면 된다. 이렇게 두 시간쯤 흐르면 멀리 떠나온 것처럼 마음이 차분해진다. 텅텅 비었던 마음의 곳간이 다 퍼줘도 좋을 만큼 다시 차오른다. 박지원

CAFE&LOUNGE 평대홀라인
지난 주말 볕이 충분한 바닷가에서 긴 산책을 했다. 노란 천 가방을 어깨에 메고 해변에서 해변까지 천천히 걸었다. 생각 없이 푹 쉬겠다고 제주도까지 왔으면서. 가방 안은 어쩜 이리 무겁고 쓸모없는 것들로 가득한지. 글을 쓰기 위한 태블릿, 펼쳐 보지도 않은 책, 풀 메이크업용 화장품까지. 자리를 깔아줘도 일상을 떠나지 못하는 지나치게 성실한 영혼을 탓하면서 끝없이 들고 나는 파도를 봤다. 파도의 리듬에 따라 머릿속이 맑아졌다 흐려졌다 했다. 마냥 가볍지만은 않았던 마음을 한껏 풀어둘 수 있었던 곳은 평대리에 있는 여행자 라운지 ‘평대홀라인’. 사실 서울에 홀로 남은 애인에게 줄 선물을 사러(캠핑용품점인 줄 알고) 들른 곳이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근사한 공간이었다. 단어 그대로 여행자를 위한 라운지(휴게실)로 샤워도 할 수 있고, 커피도 마실 수 있고, 다리 뻗고 누울 자리까지 있었다. 내내 손에 꼭 쥐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고 안락한 평상에 널브러질 수 있어서 행복했던 순간. 소리가 소거된 해변을 멍하니 응시하던 그 순간을 여행 속 여행으로 꼽고 싶다. 김혜원

PLACE 루프탑카페 문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싶어진 것을 보니 때가 되었다. 떠나야 할 때가. 공기도 제법 포근하다. 이맘때면 일본에는 벚꽃이 피겠지. 제주도에서 숲을 산책하기도 딱일 텐데. 모두 헛되고 헛된 꿈이다. 시간을 월급과 맞바꾸기 시작한 이후로, 평일에 여행은 상상으로만 멈춰야 했다. 유산소는 숨쉬기 운동만 잘 하는 주제에 하염없이 옥상을 오르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다. 이곳이 아닌 다른 어딘가에 있고 싶어질 때면 루프탑으로 향했다. 싱가폴이나 홍콩의 스카이라운지 바, 도쿄의 어떤 선술집을 꿈꾸면서. 근데 내가 좋으면 남들도 좋겠지. 일찍 가지 않으면 내 자린 없었다. 아니면 무지막지한 자릿세의 호텔 루프탑만 남거나. 그날도 자리 전쟁에 실패하고 터덜터덜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우연히 동네에서 이곳을 발견했다. 남산타워가 한눈에 보이는 뷰. 게다가 찐한 하이볼까지 있는 곳. 분위기에 이미 취했다. 쓰면서도 여기가 붐비게 될까봐 아차 싶은데, 좋은 건 나누는 거니까. 그래도 주소는 알아서들 찾는 것으로…. 권혜은
[883호 - pick up]
#이후북스테이#카메라타#평대홀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