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요즘 것들은 헬조선 타령이나 하면서 열심히 안 산다고?

20대는 유달리 비관적이고 염세적인 걸까.

       
16.02.07 미디어펜
‘헬조선’이라는 자조적인 단어가 유행하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낀다. (중략) 청년 여론은 ‘개인적 차원의 문제’에 대한 책임을 철저히 회피하고 있다. 자신의 삶이 힘들다면, 여기에는 구조적인 원인뿐만 아니라 반드시 개인적인 원인도 존재한다. 정신적 혹은 육체적 나태와 같이 개인별로 문제 한두 가지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19.02.26 파이낸셜 뉴스
90년대생들은 다소 비관적이고 염세적인 측면도 있다. 신자유주의가 팽배한 세상에서 개인의 노력이 충분히 보상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일찍 깨달은 세대다. ‘헬조선’ ‘혐생(嫌生)’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같은 말들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19.01.28 청와대 경제보좌관 김현철 대한상공회의소 조찬 간담회
“국문과(를 전공한 학생들) 취직 안 되지 않느냐. 그런 학생들 왕창 뽑아서 태국·인도네시아에 한글 선생님으로 보내고 싶다”, “여기 앉아서 취직 안 된다고 ‘헬조선’이라고 하지 말고, 여기(아세안)를 보면 ‘해피 조선’이다.”

       
19.02.18 주간조선
밀레니얼은 더 이상 치열하게 살지 않는다. 다른 무엇보다 ‘나’를 중시한다. (중략) 이기적이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비관적이고 염세적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나아질 수 없다는 비관적인 생각은 ‘헬조선’ ‘혐생(嫌生)’ 같은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중략) 사회든 회사든 사람에게든 ‘헌신하면 헌신짝 된다’는 얘기를 믿는다.

# 20's real talk   

현실이 암담한 거 팩트지 그래서 더 열심히 살 수밖에 
20대가 비관적이라는 것도, 열심히 안 산다는 것도 잘못됐다고 생각해. 우리가 아니라 현실이 비관적인 거지. 직장인도 10명 중에 9명이 헬조선이라고 생각한다던데 뭘.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과 ‘실업률 사상 최고치’가 늘 붙어 다니는 말이고. 실제로 선배들 취직 잘했다는 말이 가뭄에 콩 나듯이 들려. 가까스로 좋은 곳에 취직한다고 쳐. 그게 끝일까? 승진을 위한 또 다른 경쟁이 시작되겠지. 근데 우리가 열심히 안 살 수 있을까? 어떤 세대보다 열심히 살고 있는데 무슨 소리야. 올 전공 18학점, 주 4일 알바, 공모전 2개, 동아리 1개, 중국어 학원 주 3일, 영어회화 학원, 운동까지. 이번 학기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이야. 솔직히 잠 잘 시간도 부족해. 괜히 이상한 잣대 들이대서 있던 열정마저 사그라들지 않게 해줬으면 좋겠어. 매일 새벽 3시에 잠드는 P양   

쉽게 기득권이 된 꼰대들에게 당신들 잘못이 80%야
맞아, 우리 비관적이고 염세적이야. 근데 우리를 이렇게 만든 원인의 8할은 기성세대 때문인 거 알아? 90년대만 해도 대학만 나오면 기업에서 모셔 가는 시대였잖아. 가파르게 발전하는 나라에서 일자리가 샘솟았을 테니까.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 정도로 각박하진 않았고. 자신들은 누릴 거 다 누리고, 우리는 풍족한 세상에서도 불만 많다고 말해버리면 그만인가? 헌신하면 헌신짝 되어버린다는 말도 맞잖아. 회사든 사람이든 어떤 대상에게 내 모든 걸 쏟아냈을 때, 마땅한 결과로 돌아온다는 보장이 있나? 이용당하지 않으면 다행인 건데. 현실에 치이고 손가락질하는 어른들한테 또 한 번 말로 치이니까, 우리가 비관적일 수밖에. 기성세대이자 기득권인 분들이 그렇게 우리를 잘 알면 문제 해결이나 좀 해줬으면 좋겠어. 우리에게 어떻게 해야 좋은 사회를 물려줄지 고민들 좀 해보시고 말이야. 타의로 비관적이게 된 H군    

현실을 받아들이는 우리만의 방식이야 자조가 아니라 자족이지
유행어 몇 개로 우리를 판단하는 건 어불성설이야. 헬조선! 이번 생은 망했다! 어른들이 듣기에 ‘어우, 단어가 너무 세네. 이렇게 치부해버리고 나 몰라라 하려나 보지?’라고 생각할 수 있어. 겉보기에 나라 탓하는 단어니까. 그런데 실제로 우리가 헬조선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사용할 때는 누구보다 바쁘게 살고 있는 시점들이었어. 밤샘 과제 하다가 ‘아, 역시 이생망.’, 취준하다가 ‘망할 헬조선’ 이런 식으로. 솔직히 막막하고 힘들긴 한데 그렇다고 계속 화만 낼 순 없잖아. 친구들이랑 저런 말을 주고받았기에 웃어넘길 수 있었던 거라고. 솔직히 헬조선 인정? 어 인정, 하면서 어른들이 말하는 ‘연대’를 우리 식으로 해나가는 거지. 낙담, 현실도피 아니고 풍자라고 해두자. 누구보다 긍정적인 W양

[885호 - 20's real talk]

 
#비관주의#염세주의#기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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