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오늘도 없는 인싸력 끌어 모으느라 힘들었나요?

우린 저마다 ‘알고 보면’ 내향적인 사람들인데
   

서로가 서로에게 전부였던 아웃사이더들

short novel 「재희」 

  사람들은 잘 모르는 대상일수록 쉽게 말한다. 신입생 시절, 요즘 말로 ‘인싸’라고 부르는 애들 사이에 엉거주춤 껴 앉아 질 낮은 소문이 생성되는 과정을 본 적이 있다. A언니가 남자한테 차여서 학교를 안 나온다는 헛소리였다(나중에 알고 보니 그 언닌 유학 준비 중이었다). 4월이 되기 전에 당연한 수순처럼 걔들이랑 멀어졌고, 우연히 나와 비슷한 애들을 만나 흔한 ‘아싸’ 무리로 4년을 보냈다. 박상영 단편소설 「재희」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 ‘나’와 ‘재희’도 일찌감치 인싸 대열에서 멀어진 사람들이다. 술을 많이 마시고 정조 관념이 희박하다는 공통점이 있던 두 사람은 학과에서 평판이 좋지 않았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학교 밖에서 놀던(?) 중 우연히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게 된다. 소설 「재희」를 ‘얼굴만 아는 과 동기’ 식으로 거칠게 요약하자면, 그렇게 친해진 ‘재희와 나’가 술 마시고 사고 치는 걸 반복하는 이야기다. 나는 서로가 서로에게 전부였던 두 사람의 세월이 첫사랑만큼이나 애틋했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처럼 재희는, 나의 아웃사이더 친구들은 이제 이곳에 없다. 하지만 다시 신입생으로 돌아가도 난 또 걔들이랑 사귈 것 같다. 김혜원

   

   

누구도 외롭고 싶지 않지만누구나 외로워지는 세상에서 

BOOK 『올해의 미숙』

  가끔씩 궁금하다. 우리는 타인의 삶을 얼마나 상상할 수 있을까? 오늘 발표 수업을 실수 없이 해낸 친구가, 점심 먹을 때 갑자기 전과를 준비 중이라고 고백한 친구가 집에 돌아가서 외투를 벗고 난 뒤 어떤 마음이 될지 짐작할 수 있을까? 내게 보여주는 모습 이상을 상상하지 않는 것, 나한테는 말 못 할 사연과 아픔이 있지만 상대에겐 그런 것이 없을 거라 속단하는 것. 그런 마음이 결국 우리를 외롭게 만든다. 『올해의 미숙』은 이름 때문에 학교에서 늘 ‘미숙아’라고 놀림 받던 장미숙의 성장기이다. 그녀의 이야기면서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한 시간들을 지나는 동안, 가슴이 먹먹했다가 웃다가 울다가 했다. 책장을 덮고 난 뒤엔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 미숙이가 따듯한 밥 먹고 따듯한 말을 들으며 오늘도 잘 지냈으면 하고 바랐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주변의 가까운 이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그들에게만 있을 사연, 그들이 혼자 울었던 밤과 끝내 말하지 않은 어떤 이야기들도 함께. 그 상상은 우리를 덜 외롭게 할 수 있을까.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김신지

   

   

훌륭한 도피처인 책과 친해지는 법 

BOOK 『독서의 기쁨』

  인싸가 되려면 갖춰야 할 게 왜 이리 많은지. 먹어야 할 음식도, 가봐야 할 장소도, 사야 할 것도 수두룩하다. 그런 걸 아무렇지 않게 척척 해내고 있는 SNS 속 사람들을 보다 보면 왠지 나만 뒤처진 기분에 우울감까지 스며든다. 이럴 때 나는 책으로 도피한다. 표지를 넘기는 순간,오직 언어로만 구성된 추상적인 세계로 말이다. 독서는 홀로 떠나야 하는 여행이니, 과도한 소통에 지친 나에게 꽤 그럴싸한 해답이 되어준다. 『독서의 기쁨』은 인싸력 넘치는 현실을 벗어나 홀로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날 때, 그 여행을 한층 더 풍요롭게 만들어준 책이다. 유튜브에서 ‘겨울서점’이란 채널을 운영하는 김겨울 작가가 쓴 책으로, 책을 향한 절절한 사랑 고백이 담겨있다. 『독서의 기쁨』을 읽고 있노라면 새삼스럽게 독서의 매력에 빠져든다. 나도 김겨울 작가만큼 책과 친해지고 싶다는 묘한 질투심마저 든다. 인싸가 판치는(?)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지만, 아직은 책과 덜 친한 사람에게 추천한다. 아마 이 책을 다 읽을 즈음 당신도 책과 친해져 있을지 모른다. 가지연

      

   

내가 우주 최강 소심이라고 느껴질 때 

BOOK 『나의 아름다운 이웃』

  스무 살이 되고부터 N년 내내 나를 ‘인싸가 되고 싶은 슬픈 아싸’라고 굳게 믿었다. 어찌어찌 짜낸 농담에 아무도 웃지 않을 때, 동기들이 나만 빼고 만났다는 걸 인스타에서 확인했을 때. ‘아, 저들은 태생이 인싸라 하하 호호 잘도 어울리는구나. 내 걱정은 아무도 안 하는 거지.’ 하고 단념했다. 그렇다고 대학 4년 내내 아싸로 다닐 만큼 강철 멘탈은 아니었다. 항상 겨우겨우 인싸들의 모임에 껴 있다가 집에 가는 길에 혼자 상처 받곤 했다. 갈팡질팡 헤매는 나에게 괜찮다는 어설픈 위로나 사회에 맞게 성격을 바꾸라는 팩폭은 전혀 도움 되지 않았다. 나를 벗어나게 해준 건 다른 사람들도 다 나 같은 걱정을 한다는 사실이었다. 모두들 행여 나를 싫어하지는 않을까 눈치 보면서 조바심 낸다는 사실. 친구들의 증언보다도 박완서 작가의 짧은 소설집이 큰 도움이 됐다. 분명 70년대 얘기인데 대학 생활, 꿈, 미래 등의 소재와 사람들의 생각이 지금이랑 똑 닮았다. 20대는 시대와 무관하게 각종 걱정을 껴안고 사는구나 싶었다. 서평도 이렇게 말한다. “사람 사는 집은 다 비슷하단 사실이 놀랍고 유쾌했습니다.” 박지원

[885호 - pick up]

 
#나의 아름다운 이웃#독서의 기쁨#올해의 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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