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내 청춘은 아름답지 않지만
‘청춘’이 늘 활기 넘치고 아름다운 건 아니다.
“젊은 사람이 아침부터 힘이 없구먼. 거 한창 나이에 그러면 쓰나.” 평일 이른 아침,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예순이 가까워 보이는 한 남성분이 아메리카노를 건네는 나를 보며 말씀하셨다. 그의 눈빛에 나에 대한 동정과 가벼운 위로가 스쳐 지나갔다. 싱긋 웃으며 대답을 대신하자,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카페를 나섰다. 하지만 그가 남긴 말은 내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문득 카운터 서랍에 들어있던 거울을 꺼내 나의 얼굴을 비추어 보았다. 새벽 5시 반,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비비며 일어나 혹여 자고 있는 가족들이 깰까봐 아침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고 집을 나선 어린 청춘이 거울에 비쳤다. 하지만 이상할 것은 없었다. 화장기 없는 수수한 내 모습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나 자신 그대로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청춘’을 늘 활기 넘치고 아름다운 존재로만 생각한다. 피곤한 청춘은 그저 배부른 엄살로 치부될 뿐이다.
내가 갓 스무 살이 되던 해, 주변 어른들에게 많이 들었던 말이 있다. “젊을 때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 나중에 나이 들어서 후회하지 말고.” 가끔씩은 나이를 밝히는 자리에서 “젊음이 좋긴 좋구나.”하며 부러운 시선을 받은 적도 있다. 당시의 어린 ‘나’는 젊어야만 할 수 있는 일들을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과 더불어 나의 현 상황과 상관없이 젊다는 이유만으로 불필요한 동경을 받아야 했다.
안타깝게도 나는 그런 어른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었다. 치열한 학점 경쟁에서 허덕이다 수업이 끝나면 영어 학원, 자격증 학원으로 향했다.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채워 넣으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으니까. 4000원짜리 편의점 도시락으로 한 끼를 때우고, 그마저도 아까운 마음이 드는 날엔 삼각 김밥을 집어 들곤 했다. 어떤 친구들은 비싼 등록금과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해 학교를 휴학한 뒤 아르바이트를 해서 저축을 하기도 했다. 그 좋다는 시절, 하고 싶은 걸 하며 청춘을 누리기엔 돈도 시간도 여유도 턱 없이 부족했다.
안다. 젊음은 절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걸. 그러나 젊음을 즐기라는 어른들의 말을 겁 없이 믿고 따르기엔 그에 대한 책임과 대가가 너무 크게 다가왔다. 남들에 비해 나만 뒤처져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과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내가 청춘을 함부로 소비하지 못한 이유다. 인생에서 한 번뿐인 이 시기를 현재가 아닌, 미래를 위해 쓰는 것이 아깝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이것 역시 청춘을 보내는 한 방식이 아닐까.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카페 문을 나서자 어딘가 낯익은 봄바람이 불어왔다. 핸드폰을 열어 날씨를 확인하니 영상 17도. 완연한 봄이었다. 흩날리는 벚꽃 잎을 바라보자니 새삼스럽게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간만에 느껴보는 즐거운 설렘에 가슴 한구석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한강공원에서의 봄나들이 약속을 잡았다. 딱 이만큼의 일탈. 흥청망청 젊음을 즐기진 못하더라도, 생각만큼 아름답지 못하더라도 나에게 허락된 만큼 나름의 청춘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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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카운터 서랍에 들어있던 거울을 꺼내 나의 얼굴을 비추어 보았다. 새벽 5시 반,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비비며 일어나 혹여 자고 있는 가족들이 깰까봐 아침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고 집을 나선 어린 청춘이 거울에 비쳤다. 하지만 이상할 것은 없었다. 화장기 없는 수수한 내 모습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나 자신 그대로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청춘’을 늘 활기 넘치고 아름다운 존재로만 생각한다. 피곤한 청춘은 그저 배부른 엄살로 치부될 뿐이다.
내가 갓 스무 살이 되던 해, 주변 어른들에게 많이 들었던 말이 있다. “젊을 때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 나중에 나이 들어서 후회하지 말고.” 가끔씩은 나이를 밝히는 자리에서 “젊음이 좋긴 좋구나.”하며 부러운 시선을 받은 적도 있다. 당시의 어린 ‘나’는 젊어야만 할 수 있는 일들을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과 더불어 나의 현 상황과 상관없이 젊다는 이유만으로 불필요한 동경을 받아야 했다.

안타깝게도 나는 그런 어른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었다. 치열한 학점 경쟁에서 허덕이다 수업이 끝나면 영어 학원, 자격증 학원으로 향했다.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채워 넣으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으니까. 4000원짜리 편의점 도시락으로 한 끼를 때우고, 그마저도 아까운 마음이 드는 날엔 삼각 김밥을 집어 들곤 했다. 어떤 친구들은 비싼 등록금과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해 학교를 휴학한 뒤 아르바이트를 해서 저축을 하기도 했다. 그 좋다는 시절, 하고 싶은 걸 하며 청춘을 누리기엔 돈도 시간도 여유도 턱 없이 부족했다.
안다. 젊음은 절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걸. 그러나 젊음을 즐기라는 어른들의 말을 겁 없이 믿고 따르기엔 그에 대한 책임과 대가가 너무 크게 다가왔다. 남들에 비해 나만 뒤처져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과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내가 청춘을 함부로 소비하지 못한 이유다. 인생에서 한 번뿐인 이 시기를 현재가 아닌, 미래를 위해 쓰는 것이 아깝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이것 역시 청춘을 보내는 한 방식이 아닐까.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카페 문을 나서자 어딘가 낯익은 봄바람이 불어왔다. 핸드폰을 열어 날씨를 확인하니 영상 17도. 완연한 봄이었다. 흩날리는 벚꽃 잎을 바라보자니 새삼스럽게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간만에 느껴보는 즐거운 설렘에 가슴 한구석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한강공원에서의 봄나들이 약속을 잡았다. 딱 이만큼의 일탈. 흥청망청 젊음을 즐기진 못하더라도, 생각만큼 아름답지 못하더라도 나에게 허락된 만큼 나름의 청춘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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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8호 -20's voice]
Writer 독자 한세은 hsy0151@naver.com
#20's voice#20대 보이스#청춘